오피니언전문가칼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61] 군 미필자가 장군에게 호통치는 분단국가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4.07.02. 23:58업데이트 2024.07.03. 01:19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07/02/O5WLZLTTDJFTFO4J5ED6C6XR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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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터로 ‘무죄추정’
나는 사람들 앞에서 엄중한 심문과 가혹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그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권리인 상호 간의 인격 존중, 심지어 자유까지도 맡겨놓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외투처럼 되었다는 사실에 피고인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던 것이다. 나는 피고인의 그 두려움, 극심한 좌절감, 처절한 외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연약한 감정들 대신 굳건한 의무감이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
-스콧 터로 ‘무죄추정’ 중에서
요즘은 경찰과 검찰도 피의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교사도 개인 감정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교실 밖에 나가 서 있어라, 벌주지 못한다. 그런 일이 드러나면 부모와 인권위원회가 가만있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의원 앞에 서는 증인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이나 자기 보호 권리조차 없는 모양이다.
소설 속 수석 부장 검사 러스티는 재판정에 설 때마다 국가를 대변한다는 자부심과 정의감으로 피고인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그런데 그 자신이 살인 혐의를 받고 피의자석에 앉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황상 범죄를 확신한 동료 검사들은 법정에서 러스티를 가혹할 만큼 몰아붙인다. 그제야 러스티는 자신이 심문할 때 피의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돌아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권력이 하늘을 찌른다. 지난 6월 21일, 그는 증인으로 나온 군 장성들에게 입 다물라, 일어나라, 나가라, 반성하라, 명령하고 호통쳤다. 그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에 빠져 있었을까? 그러나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이었을 뿐, 그에겐 검사나 판사처럼 죄의 유무를 추궁하고 판결할 자격은 없었다. 더구나 증인들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일생을 바친 군인들이었다.
법사위원장은 1989년 주한 미 대사관저를 점거, 폭탄 투척과 방화 미수로 징역 2년을 살았고 그 때문에 군대에 가지 못했다. 그가 근엄한 표정으로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입니까? 제가 보기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라며 현역 장군을 비난하는 장면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병역 의무를 마친 사람만 피선거권을 갖게 하는 법이 생길 리는 없겠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군인이 어떤 이유로든 전과자나 군 미필자에게 조롱거리가 되는 일이 허용돼선 안 된다.
김규나 소설가 소설가
Waymaker
2024.07.03 04:55:55
100% 아니 1000%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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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다이버
2024.07.03 05:16:01
그 자의 언행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너무나 참담한 마음입니다. 대신 해 줄 사법적 도구가 없으니 더욱 안타까운 지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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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rtalis
2024.07.03 05:38:56
뉴스를 볼 때마다 상임위원장이란 자들의 권한은 도대체 어디까진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저런 막말까지 과연 법에서 정한 그자들의 권한이란 말인가? 그런 법은 없애야 한다. 소리 지르지 마라. 퇴장 못하겠다. 막말하지 마라. 이렇게 할 수는 없었나? 전직 국방부장관, 해병대 장성을 앞에 놓고 반성해라 퇴장해라 이러면서 전과자 군미필자가 쾌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미국 상원 청문회를 보면 의원들이 점잖게 말하면서도 날카롭게 추궁하는 걸 보았는데.. 한국에서 바라는 건 무리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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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7.03 05:37:10
한국은 완전 도그판이다. 범죄자나 거짓 선동자가 큰소리치고 양심 있는 사람은 기죽어 지낸다.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미래는 암흑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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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07.03 06:59:28
무식함의 끝판왕을 보았다. 윤흥길 소설 <완장> 에서 임종술을 뛰어 넘는 경지를 이룩한 자! 국회는 수치의 끝판왕을 기록하여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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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형통
2024.07.03 06:37:45
군대 못가서 젓도 모른 망둥이가 나불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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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쉭한 스키
2024.07.03 06:58:42
어쩌다가 이토록 저급한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강도상해 전과자가 국회부의장인 나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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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형통
2024.07.03 06:38:58
해병대원에게 멱살잡혀서 한강대교에서 협박당해봐야 정신 10%정도 차릴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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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oon
2024.07.03 06:17:00
자신들이 얼마나 품격없고 모지리인지 자신들은 모릅니다. 국힘도 싫지만,민주당은 어찌 저리 부끄러운것도 모르고, 교만한 인간들만 모아두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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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형통
2024.07.03 06:40:56
시레기국에 밥말아서 개나 줘야겠습니다....미대사 사택 방화시에 탈출못해서 그냥 질식사했어야 할 자가 저렇게 나불대고 돌아다니니...과거지사가 아쉽습니다. 조사라도 ㅁ둥이 찜질조사를 강하게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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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Fi****
2024.07.03 07:55:15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이미 총선결과때 예측했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결국 그 나라 국민들 수준이라는 말이있다 이번 총선결과 보면 이땅의 마지막 화려한 날은 가고 이젠 추락의 길로 가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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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자유
2024.07.03 07:20:11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자는 병역미필에 해당 안 되나..? 여자가 군미필자 주제로 글 쓰는 게 많이 어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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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척조
2024.07.03 08:22:58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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