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기자랑 정자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둘 다.. 사람이 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거.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기자로 시작해 좋은 언론인이 되기 이전에 사람 자체가 되기가 참 쉽지 않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언론이 권력을 분점하게 되면서 소위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도 잘나가시는 기자님들이 하도 '갑질'을 해대는 통에 욕을 많이 먹어서 나온 말이다.
언론이 참 잘나가던 시대에.. MBC 박성제 기자는 참으로 희귀한 존재였다. 여러모로 능력이 출중하나 겸손하기 이를데 없었다. 기자로서도 선을 넘지 않았지만, 인간으로서도 참 한결 같은 덕성을 유지한 사람이다. 그게 쉽지가 않은데.. 올해로 30년째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결과다.
군대 만큼이나 선후배 사이 군기가 엄하던 언론사 생활을 하면서 2년 선배인 그였지만, 공석이든 사석이든 내게 단한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다. 동년배의 예의로 상대를 깍듯하게 배려해주었다. 한번도 입밖에 내보지는 않았지만, 동기들 보다 언론사에 늦게 입사한 나로서는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기자 박성제가 MBC 사장이 되었을때, 그렇게 '잘난(?)' 선배,동료들이 많은 회사지만..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연임에 실패한 그가 책방 겸 음악 카페의 주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정치권이든 재벌기업 임원이든 부르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자 투성이들이 오로지 MBC 이름 하나걸고 여의도로 향하는 걸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리고 오늘. 그가 오랜 시간 손수 정성들여 꾸민 카페가 오픈했다. 그곳에서 나는 생각했다. 역시 박성제가 박성제했다고. 공영방송 사장, 언론인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박성제의 수제 스피커 쿠르베는 실로 대단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듣는 수준의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실 수 있다. 인테리어도 훌륭했으나, 주말이면 구석에 앉아 나 스스로 박성제 주인장 카페의 '인테리어'가 되어드릴 작정이다. 멋진 아지트가 생겨 개인적으로 행복했다. 기자질 하느라, 더 친해지지 못했던 박성제 주인장과 남은 인생 값진 우정을 쌓아보리라 생각하며, 카페 문을 나섰다.
혹시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주소를 남긴다. 우리는.. 만나면 좋은친구. 만나면 인사 나눠요~
오티움,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15길 6,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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