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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빠를 오빠라고 부르면 아빠는 나의 외삼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 부부간의 호칭이다. 나를 낳아준 남자를 아버 지나 아빠, 나를 낳아준 여자를 어머니나 엄마라고 부르듯이 뭔가 확고부동한 호 칭이 있으면 좋겠지만 부부간에는 그런 게 없다. 경우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 다 르고, 기분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함부로 부르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를 부를 때는 감히 이름을 부른 다. 기분 좋게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날이나 뭔가 크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가뭄에 콩 나듯 ‘여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남들 은 아이 이름을 앞세워 아무개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한 번도 그렇게 불러본 적이 없다. 집사람이 날 부르는 호칭은 예나 지금이나 ‘여기 (요)’ 아니면 ‘저기(요)’다. 제 코가 석 자인 처지에 남 얘기할 건 아니지만 요즘 20~30대 젊은 부부들이 서 로를 부르는 호칭을 보면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가장 흔한 호칭이 ‘자기 야’다. 남편도, 아내도 서로 그렇게 부른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둘 다 자기면 진짜 자기는 누구란 말인가. 더한 건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다. 결 혼 전 부르던 호칭이 습관처럼 남은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결혼 후에도 그렇게 부 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빠가 남편이면 근친상간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헷 갈릴 수밖에 없다. 엄마가 아빠를 오빠라고 부르면 아빠는 나의 외삼촌이란 소린 가. 아니면 아빠를 오빠라고 부르는 엄마는 나의 고모란 소린가. 엊그제 중앙일보(5월 24일자 2면)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아내도 남편을 ‘자네’라 고 부른 것으로 돼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아내는 “자네를 여의고는 아 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 빨리 자네에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가 주소”라고 애 절한 심정을 글로 적었다. 1586년 경북 안동에 살던 원이 엄마가 죽은 남편에게 쓴 편지다. 조선은 흔히 남존여비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네라는 2인칭 대명사로 서로를 부르고, ‘하소체’를 종결어미로 사용하는 등 부부가 대등한 관계 였다는 것이다. 양성평등이 확립된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 르는 걸 알면 죽은 원이 엄마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원칙도 없고, 정설도 없는 게 부부간 호칭이라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부르는 것이 최선 아닐까 싶다. 비록 닭살이 돋더라도 남편은 아내를 ‘여보’, 아내 는 남편을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절한 호칭 아닐까. 호칭이 달라지면 말 투도 달라진다. 그래서 서로 ‘하소체’ 정도의 경어를 쓰게 되면 설사 부부싸움을 하 더라도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해야 그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도 부모를 존중하게 된다. “여보, 그렇지 않소.” “그래요, 당신. 당신 말이 맞아요.” 글=배명복 기자 전보에서 텔레파시까지 전보가 이달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없어진다는 건 늘 뭔가 아쉽다. KT 전보 서 비스가 종료되기 전 전보를 보내고 싶었다. 설날을 앞두고 멀리 사는 지인에게 전보 를 썼다. ‘새해, 새로 온 해와 함께 행복하고 새로 뜨는 달과 함께 평안하길!’ 전보는 전선을 통한 신호로 메시지를 전달한 최초의 전기통신 서비스다. 국내에는 1885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 시설이 개통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보내는 사람 이 전보 송달지를 작성하면 우체국 간에 전화나 전신기를 통해 연락했고 수신한 우 체국에서 전보지를 작성해서 받을 사람에게 전달했다. 1980년대 유선 전화기가 각 가정에 보급되기 전까지 가장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는 수단이었다. 전보가 나오기 직전에 살았던 이들은 인편으로 겨우 편지를 주고받았다. 추사 김정희(1786~185 6)가 제주도 유배지에서 아내 예안 이씨에게 쓴 한글 편지를 얼마 전에 읽었다. ‘경 득이 돌아가는 편에 보낸 편지는 어느 때 들어갔소?… 자고 먹는 모든 것은 어떠하 오?… 간절한 심려 갈수록 진정하지 못하겠소….’ 추사가 1842년 11월 14일에 보낸 언간 일부다. 아픈 아내를 염려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내는 이 편지를 보내기 바로 전날에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추사는 이듬해 1월 15일 그러니까 거의 두 달 만에 아내의 부음을 들었다. 외진 곳에 있었 기 때문에 더 늦었을 것이다. 국내에 전보 서비스가 나오기 불과 40여년 전 일이다. 만약 전보라도 있었다면 추사는 아내의 죽음을 그렇게 늦게 듣진 않았을 것이다. 추사 김정희 '세한도'. 그림: 23.9x70.4cm, 글씨: 23.9x37.8cm. /국립중앙박물관 전보 서비스는 1950년대까지 비용이 많이 들어서 주로 관공서에서 사용됐다. 원조 국민 MC 송해는 생전에 한 방송에서 한국전쟁 당시 군복무 중 상부 지시로 정전 전보를 쳤다고 소개했다. “군사기밀이라고 했다. 덜덜 떨면서 전보를 쳤다. 내용은 ‘53년 7월 27일 22시를 기하여 모든 전선에 전투를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50년 대 후반에는 타자 전신기가 생겼다. 75년 전보 이용건수는 6500만건에 달했다. 상 경하는 어머니가 출발 전 자식에게 전보를 치던 시절이다. 전보의 전성기였다. 90 년대 후반부터 휴대전화와 이메일 확산으로 전보 이용량은 급감했다. 현재는 ‘1인 1스마트폰’ 시대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 앱에 원하는 메시지를 입력하면 바로 상대에게 간다. 지금 인류는 글자를 입력하거나 말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메시지를 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 칩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CEO)가 2016년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최근 임상시험 대상자 의 뇌에 ‘텔레파시’로 불리는 칩을 이식했다. 생각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모 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기가 상용화되면 생각과 동시에 의사를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 소통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발달하고 있다. 소통이 빨라질수록 우리 의 대화는 더 깊어질 것인가. 카톡으로 대시하고 이별하는 요즘 소년소녀들이 며칠 을 고민하며 연애편지를 쓰던 과거 청춘들보다 더 설렐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곧 과거가 될 전보가 미래의 텔레파시에 마지막으로 타전한다면. 왠지 그 메 시지는 이럴 것 같다. ‘오늘의 슬픔은 마음을 전할 수단은 많아졌는데 따스한 메시 지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소통의 기술이 무한히 발전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닿기 원하는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기 바란다. 연결이 내일의 기쁨이 되길.’ 강주화 산업2부장 196 4. 5. 7 체신부 서울청량 발신국 문경 |
Laura Wilde - Telepathie (Offizielles Musik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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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 잘쇠세요
감사합니다 ~
沃溝서길순 님 !
2024년 갑진년 설을 맞아
뜻하시는바 모든 일들
소원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
요즘 세대들이 전보를 알겠습니까...ㅎ
세월이 흘러 참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좋고 편리한 것들이 많이 나오겠지요.
부부간의 호칭도 여보, 당신이 아주 적절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고속도로 차량들이 많이 밀리더군요.
우리 아파트에서 보면 경부고속도로 차량들이 보인답니다.
구정 설,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셔요...망실봉님!
새해 福 많이 지으시구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2.09 13:41
좋은글 감사 합니다
좋은글 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설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