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를 지나다 보면 고산지대와 바위산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고산지대에는 북쪽의 개마고원이 이럴까 싶게 넓디넓은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도 있습니다.
평소에 멈추어 하룻밤 쉬어가기를 즐기는 트럭스탑을 지나 15분쯤 더 달려 한 휴게소에 멈추었습니다. 이곳의 고도는 1800미터쯤 됩니다.
고산 평원엔 붉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늘려져 있었고, 해는 서녘으로 거의 넘어가기 직전이었습니다.
"이리 오너라~"
노을 풍경을 보고 있는 제 귀에 들려온 소리입니다.
두리번 살피다가 소리가 난 곳을 찾았습니다.
'아니... 저 바위는?'
누가 봐도 개구리 혹은 두꺼비 모양입니다.
"저를 불렀어요?"
신비함에 이끌려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 길 지나다니는 너를 보고 기다렸다. 마침 오늘에야 여기에 멈추더구나."
"저를 왜?"
"너를 통해 후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단다."
"누구신데...?"
"나, 동부여의 두 번째 왕, 금와왕이다. 주몽의 양아버지이기도 하지."
황금빛에 휩싸인, 아니 황금빛을 발하는 개구리가 눈부셔 눈을 감았더니, 편지글로 쓰인 그 전할 말들이 제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
후손들이여~
까마득한 옛날에 하늘의 아들 왕검이 세운 조선이 있었다. 하늘을 받들며 선인들의 세상을 이 땅에 펼치고자 했던 그 나라 사람들은 '널리 살아있는 생명들을 이롭게 하고, 섭리에 맞게 세상을 다스려 서로 잘 어울리게 하라~'라는 나라 뜻에 맞추어 주변의 미개한 부족들을 가르치고 깨닫게 하여 문물을 성하게 하였었다.
그 교화된 부족들 중에 황하 서쪽에 살던 화하족이 있었는데, 그 족장들 중에 욕심 많은 이가 스스로 제라 칭하고 무리들을 모아 자주 조선의 땅을 침탈하매 조선의 천왕, 치우가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기며 그들을 물리치고 교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욕심은 대를 이어가며 커져만 갔고 조선에 대한 침탈은 끝이 없었지.
결국 그 조선의 쇠퇴기에 이르러 조선의 근간을 이루었던 동이족들이 대륙의 남북으로 흩어졌는데 그중 가장 많은 동이족들이 모여든 북만주 땅에 새나라 부여를 세운 해모수가 있었고, 그의 아들 해부루가 다시 동남쪽으로 이주해 동부여를 세웠는데 늦도록 후손이 없었다.
그가 타던 말이 어느 바위 앞에서 슬피 울매, 그 바위를 치워보니 금빛 개구리를 닮은 아이가 있어 해금와라 이름 붙이고 아들로 삼아 훗날 왕위를 물려주니 바로 나, 동부여의 두 번째 왕, 금와이니라.
내가 하루는 우발수라는 곳에 사냥을 나갔다가 첫눈에 반한 일생의 여인을 만났는데, 아하~! 그녀는 이미 아이를 가진 여인이었다.
후손들이여~ 그대들은 알리라.
시련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란 것을...
그녀, 유화부인을 데려와 그저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그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자라며 영특하기가 그 짝이 없고 활쏘기에 얼마나 비범한 재주를 보이던지 내가 이미 아들 둘이 있었지만 양아들로 삼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내 첫 아이 이름은 대소였고, 그 아이 이름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추모(한문으로 주몽)라고 내가 지어 주었지.
그 후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시샘하는 대소를 피해 달아난 추모가 졸본부여의 땅에 새나라를 세우니 그 나라가 고구려였고, 고구려는 다물정신을 바탕으로 조선의 옛땅 회복에 온 힘을 다 쏟았다.
고구려 중기에 이르러 고토 회복은 다 이루었으나 나라의 운명이야 언제나 흥망성쇠를 따르는 법.
800년 가까이 지속되던 고구려가 망하고 그 자리에 훗날 발해가 들어섰고...
발해가 흥하다가 쇠퇴할 무렵, 백두산의 영으로 화해 천년을 살았던 나는 하루 날을 잡아 후손들의 미래를 천부경에 의지하여 짚어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천년동안은 나날이 그 영토가 줄어들고 기상은 약해지며 조상들의 역사들을 잃어갈 것이다. 마지막엔 그 나라까지 망할 것이며, 그 나라를 되찾고도 동족 간에 서로 죽이는 전쟁까지 치를 것이다.>
낙담하다가 그 후의 변환궤를 펼쳐보았더니,
<천 백 년쯤 지난 후에야 너희 천제의 후손, 동이족들이 조선을 세우던 그때처럼 세상을 홍익인간 제세이화로 이끌 그런 날이 다시 오리라. 그때가 되면 고구려를 상징하는 '케이'라는 말이 앞에 붙은 말들이 온 세상에 널리 널리 퍼져나갈 것이고, 발해 이래로 잃어버린 조상들의 땅과 그분들의 역사를 다시 되찾게 되리라. 온 세상의 중심이 되리라.>
내가 전하려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니...
후손들아~ 이제 너희들의 새 세상이 시작되었다.
애통한 역사는 갔고 새 세상이 열린다.
정쟁을 그만두고 갈라침도 그만하고
온 힘을 다 모아서 새 세상을 열어라~.
***
편지는 여기쯤에서 끝이 났고, 궁금한 점이 생겨
물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기까지...?
도깨비 아재도 그렇고 왜 다들 이리로...?"
"아, 그거. 발해가 거란에게 망한 후 내가 낙 없이 천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며 낙담하고 있었더니, 그 이십 년 후에 하늘도 같은 마음으로 노하여 유사 이래 가장 큰 화산을 백두산에 일으켜 모든 것을 뿜어내고 화산재로 덮어버렸지.
나는 그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타고 날고 날아, 해 뜨는 밝은 땅을 찾아 동쪽으로 떠났던 고대 우리들의 조상들을 찾아 이곳으로 왔고...
그 후로도 몇몇이 이 땅으로 왔고, 네가 만난 도깨비가 제일 막내야. 걔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이백 년도 안 됐잖아...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문덕이도 있을 거야.
걔도 수나라와의 전쟁 승리 빼곤 역사 기록에 별로 남은 게 없지? 여기 와버려서 그래..."
머리를 갸웃거리며 돌아왔지만 금와왕과의 만남 덕분인지 깊이 잠든 꿈 속에서 말로 변한 새벽이를 타고 밤새껏 만주벌 그 대륙을 달렸습니다.
개천절을 하루 앞두고 이 편지를 전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ㅎ
P.S.
긴 글 읽으시느라 애쓰셨으니 잠시 머리라도 식히실 겸 편히 짧게 읽으실 개구리 부록 글 하나 남깁니다. ㅎ
<면벽좌선> 마음자리
개굴아 뭐 하니?
면벽좌선 함다
벽은 어디?
풀이 벽임다
좌선은 왜?
부처될 검다
... 누구한테... 맞았니?
... 졸·려··서.. 말·임··다...
첫댓글 나이가 드니(죄송). 실수가 잦습니다.
오후세시 약속을 착각해 벌써 도착.
아차. 뭘하나 고민. 날씨가 맑고 쾌청해 그늘에만 주차를 해두어도 시원하고 좋습니다.
어제가 국군의 날. 내일이 또 개천절이군요
고조선. 고구려가 세워지던 때의 역사시간 선생님들 말씀을 되새겨보며
금와왕의 편지를 읽어야 했습니다.
ㅎㅎ
이야기 꾼이십니다.
하늘이 푸르고 높아 보입니다.
정쟁과 편가르기 그만하고 함께 푸른 하늘 올려다보며 한민족이 똘똘뭉쳐
'케이'라는 국가 위상을 더높이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여기서도 '케이'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걸 보면 곧 그 꿈이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ㅎ
미음자리님은 정말 이야기꾼이군요. 그것도 역사인식이 해박한 역사학자같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제 아침 아파트골목길에 개구리가 죽어 있는것을 보고 숲으로 치워주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온갖 곤충들이 따뜻한 도보로 나옵니다. 내일아침 8박10일 미국동부를 가려고 짐을 싸는데 그곳이 많이 춥다고 해서 겨울옷으로 다시 꾸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무더운 여름을 보내다 조석으로 공기가 차지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건강 유의하면서 지내시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그 무덥던 긴 여름도 날이 차니 결국 꼬리를 마는군요.
미국 동부 여행, 잘 다녀오세요~
바위가 진짜 개구리 또는
두꺼비 같습니다.ㅎ
역사에 대해서는 왜이리도
잘 잊어버리는지요.
마음자리 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요~ㅎ
정말 두꺼비 닮았지요.
이야기가 절로 술술 나왔습니다.
석양에 물든 하늘과
대지 위에 놓인 두꺼비 형상이
마음자리님의 눈에 들어 와
금와왕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K자가 들어가는 것은
세계를 제패하는 오늘이 올 것을 예감하고
마음자리님을 오래도록 기다렸네요.
마음자리님은 고대의 역사에도 능하십니다.
긍정의 힘을 가지신 분,
늘 건강하시고, 한국으로 한 번 오실 기회를
만드실 줄 알겠습니다. _()_
네. 한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뵙고 싶은 수필방님들과 꼭 함께 할 시간을 갖겠습니다.
와..영낙없는 개구리 입니다.
그쪽 사막지형엔 온갖 신비한 형상의
돌이나 바위들이 많을것 입니다.
우리역사의 깊은모습 까지도 공부를 하시는것
같습니다.
저번 시애틀에 갔을때엔 저의운전실수로
자동차 엔진을 갈아 먹어서 아쉽게도
자동차 여행을 하지 못하였지요.
다시 내년을 기약하여 봅니다.
항상 안전운전 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애리조나주에는 나무가 별로 없는 바위산들이 많아 신기한 형상의 바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 한번 나가시면 오래 머물다 오시는군요.
정쟁을 그만두고 갈라침도 그만하고...
금빛 개구리 금와왕님의 말씀이 가슴에 박혀
오늘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합니다.
풀잎을 바라보고 참선하는 개구리 등줄기가
금빛 무늬네요 ^^
국민 전체를 어우르는 큰 정치인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오래 전에 밤 근무를 하다가 만난
청개구리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