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빽판 시장의 인기 상품은 여러 팝 가수들의 히트곡이 편집된 음반들이었다.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편집 빽판들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각 음반사들은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공을 들여 편집 빽판 제작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유의 타이틀을 내세운 시리즈들이 양산되었고, 그 중에는 100편이 넘게 이어진 히트 시리즈들이 속출했다.
'골든(Golden)', '그레이티스트(Greatest)', '힛트(Hits)' 같은 문구는 이때부터 베스트 음반을 상징하는 관용어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시 시리즈와 편집 빽판들의 재킷에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디자인은 기본이고 주한미군들이 구독했던 각종 서양 잡지에서 발췌한 금발의 서양 미녀사진들이 재킷을 장식했다.
이는 서양문화에 대한 로망이 극심했던 당대 한국남성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던 상업적 전략이었다. 특히 미모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 앤 마그렛, 나탈리 우드로 장식된 편집 빽판은 품절사태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팔려나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빽판들.
영화음악 빽판 등장
1960년대는 ‘007 시리즈’와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불린 서부영화를 비롯해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가 개봉되어 한국인의 눈과 귀를 호사시켰다.
60년대를 ‘한국영화의 황금기’라 말하는 것은 제작영화 편수의 급증과 작품의 질적 향상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흥행규모도 해방이후 처음으로 외화를 능가했다.
국내 극장가들의 스크린이 총천연색 대형화면으로 전환된 것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196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과 음악상, 음향상, 편집상을 휩쓸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음악 100선에서 빠지지 않는 이 명작의 OST는 라이선스와 빽판으로 재발매를 거듭했다. 쉬운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도레미의 노래’는 이미자, 패티김, 정여진이 번안했다. ‘에델바이스’는 이미자, 트윈폴리오, 또아에무아, 은희 등이 번안해 히트시켰다.
당시 이 영화가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는 신문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969년 11월 30일자 《조선일보》 5면에 실린 기사다.
1969년 11월 30일자 《조선일보》 5면에 실린 사운드 오브 뮤직 리뷰 기사다.
감동(感動)과 매혹(魅惑)의 수작(秀作) / 「사운드 오브 뮤직」
끝 없이 맑고 늪은 하늘 아래, 꿈처럼 아름다운 알프스 봉우리가 펼쳐지면서 잔디 위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줄리 앤드류스의 모습과 노래가 헬리콥터의 공중촬영(空中撮影)으로 등장하는 첫머리부터 대다한 흡인력(吸引力)을 지닌 이 70㎜대작은 과연 세계 영화사상(映畵史上) 최대(最大)의 관객을 동원(動員)했다는—64년까지 왕좌(王座)를 차지해오던 「바람과함께 사라지다」를 누르고—전설(伝説)을 수긍(首肯)케할 만한 매력(魅力)에 가득차 있다.
리처드 로저스작곡(作曲), 오스카 해머스타인 작사(作詞)의 「도레미송」을 비롯한 주옥(珠玉)같은 노래도 노래려니와 아기자기한 전개(展開)로 극적정점(劇的頂點)에 이르는 명장(名匠) 로버트 와이즈 감독(監督)의 연출(演出) 솜씨—드라마의 재미도 일품급(逸品級)에 속한다. 65년도 아카데미상(賞)의 작곡(作曲), 감독(監督), 음향(音響), 특수(特殊) 촬영효과(効果), 편집(編輯) 등 5개 부문에서 오스카를 차지한 러닝타임 3시간의 최우수급(最優秀級) 필름. 원제(原題) 역시 「사운드 오브 뮤직」.
밝고 흐뭇한 감동(感動)과 함께 가을하늘과 봄날 아지랑이 같은 무드와 정서(情緖)가 아울러 담긴 남녀노소 공용(男女老少 共用)영화이기도 하다. 에레노어 파카, 크리스터 퍼플러머 공연(共演). 개봉(開封) 30일째인 11월 28일 현재 18만1천6백7명이 구경, 「벤허」 때의 페이스를 상회(上廻)한대서 영화계(映畵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英)>
도레미송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의 빽판들.
영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마리솔을 노래하고 춤추는 아역스타로 떠올린 이 영화는 1966년과 1977년 두 번이나 국내에 개봉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후속으로 영화 ‘리틀 엔젤’까지 개봉해 국내에는 마리솔 신드롬가지 일어났다. 문정선이 1972년 ‘오라 오라 오라’로 번안한 ‘Ola Ola Ola’ 등 마리솔의 청량한 노래들은 한국인을 매료시키며 다양한 빽판으로 제작되었다. 마리솔의 노래와 사진이 등장하는 빽판은 지금도 음반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다음은 1971년 7월 30일자 《조선일보》 조간 5면에 실린 마리솔의 ‘리틀 엔젤’ 리뷰 기사다.
노래로 엮은 동심(童心)의세계(世界) / 「마리솔의 리틀엔젤」
마리솔이라는 이 아이가지닌 세계적인 탤런트농도(濃度)로 볼 때 이런 줄거리나 기획이 나올 법하지만 프랑코 독재하(独裁下) 스페인의 영화다운 일종 독특한 무드의 오락작품이다. 말하자면 구식(旧式), 올드패션조(調) 구성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건강하며 재미도있다.
갖가지 공해(公害)(?)로 오염(汚染)된 어른에겐 마리솔의 티없는 재주와 노래가 청량제적 구실을 해주겠고 어린이에겐 공감의 매력을 지닌 필름일 테니까. 고아가 된 마리솔이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 숙부(叔父) 집을 찾아가는 첫머리부터 즐거운 노래가 나오지만 악처형(悪妻型) 작은 어머니와 심술꾼 4촌 언니들은 불쌍한 친척애를 구박으로 맞는데 마리솔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엉망이던 그 집안을 바로 잡아주고 모두에게 밝은 웃음과 흐뭇함을 안겨준다는 이야기다.
원제(原題)는 「천사(天使)가 왔다」, 1시간 34분의 색채 스탠다드판(版). 마리솔은 「오라 오라 오라」(우리말로 오라는 뜻이 아니고 원발음(原発音)이 오라)등 여러 곡을 노래하고 제법 그럴듯한 훌라멩꼬도 추는데 눈물 흘리는 연기(演技) 너무 작위적(作為的)이다. 감독(監督)은 루이스 루시아. 사족(蛇足)—농후(濃厚)한 베드신이 질펀한 「개인(個人)교수」 「모험자(冒険者)」의 예고편이 돌아가는 만원(滿員)의 장내, 미성년(未成年) 관객이 반 이상이라…<영(英)>
다음은 《조선일보》에 실린 영화 포스터들.
‘사운드 오브 뮤직’ 광고는 1969년 10월 28일자 《조선일보》 8면에 실렸다.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은 1966년에 개봉됐다. 원작(Un Rayo De Luz)은 60년작이다. 워낙 인기가 있었던지 77년 다시 재개봉됐다. 광고는 1977년 7월 16일자《조선일보》5면에 실렸다.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의 후속작인 ‘마리솔의 리틀 엔젤’ 광고는 1971년 7월 21일자 《조선일보》 8면에 실렸다.
리틀엔젤 ost - hola hola hola
첫댓글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이라는 제목을 보니
또 다른 서적인 영화제목도 생각나네요
All mine to give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