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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엽혹진 버드브레인
대머리수리는 흔히 더럽고 탐욕스럽고, 멍청한(때로는 교활한) 악당으로 많이 묘사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수리(eagle)은 용맹하고 멋진 동물로, 대머리수리/독수리(vulture)는 시체나 뜯어먹는 한심한 동물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비록 볼품없이 생겼을지라도 생태계 내에서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으며, 이들에게도 숨겨진 매력은 존재합니다.
종류
먼저 독수리에는 어떤 종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그리폰독수리, 독수리, 두건독수리 >
수리목 새들 중 독수리(Old world vulture)에는 총 9속 16종이 존재합니다.
그리폰독수리(Griffon vulture, Gyps fulvus)
루펠독수리(Rüppell's Griffon vulture, Gyps rueppelli)
독수리(Cinereous vulture, Aegypius monachus)
흰등독수리(White-backed vulture, Gyps africanus)
인도독수리(Indian vulture, Gyps indicus)
히말라야독수리(Himalayan Griffon vulture, Gyps himalayensis)
벵골대머리수리(White-rumped vulture, Gyps bengalensis)
가는부리대머리수리(Slender-billed vulture, Gyps tenuirostris)
케이프독수리(Cape vulture, Gyps coprotheres)
붉은머리독수리(Red-headed vulture, Sarcogyps calvus)
주름얼굴독수리(Lappet-faced vulture Torgos tracheliotos)
두건독수리(Hooded vulture, Necrosyrtes monachus)
흰머리독수리(White-headed vulture, Trigonoceps occipitalis
수염수리(Lammergeier, Gypaetus barbatus)
이집트독수리(Egyptian vulture, Neophron percnopterus)
야자민목독수리(Palm-nut vulture, Gypohierax angolensis)
<검은독수리와 왕독수리>
영미권에서는 콘도르목에 속하는 7종의 새들도 신세계 독수리(New world Vulture)라 부릅니다.
검은독수리 (American black vulture, Coragyps atratus)
칠면조독수리 (Turkey vulture, Cathartes aura)
작은노랑머리독수리 (Lesser yellow-headed vulture, Cathartes burrovianus)
큰노랑머리독수리 (Greater yellow-headed vulture, Cathartes melambrotus)
왕독수리 (King vulture, Sarcoramphus papa)
캘리포니아콘도르 (California condor, Gymnogyps californianus)
안데스콘도르 (Andean condor, Vultur gryphus)
콘도르라 불리는 거대한 두 종의 신세계 독수리들은 나중에 따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특징
<주름얼굴독수리>
대머리수리의 가장 큰 특징은 '대머리' 입니다. 그래서 독수리라는 단어의 '독' 자도 대머리를 의미하는데요, 따라서 대머리독수리라 하면 대머리대머리수리가 되니 올바르지는 않은 표현입니다.
흰머리수리나 검독수리같은 eagle 종류 역시 관용적인 말로는 '독수리' 라고 표현해도 되기는 하고 어감상 널리 사용되기는 하나 수리와 독수리의 차이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사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폰독수리의 머리>
몇몇 독수리들은 완벽한 대머리는 아니어서, 아프리카의 몇몇 독수리들은 목에 짧은 털이 나 있기도 합니다.
길고 유연한 목과 목 근처의 솜털은 독수리들의 또다른 상징입니다.
<수염수리의 머리>
예외적으로 수염수리와 야자독수리의 경우에는 머리가 수리처럼 긴 깃털로 뒤덮여 있습니다.
<독수리의 머리>
이렇게 목 앞쪽만 깃털이 없고 아래쪽 깃털이 길게 자라 목을 감싸는 형태도 있습니다.
<칠면조독수리의 머리>
칠면조독수리, 노랑머리독수리 등 신세계 독수리들의 경우 얼굴만 대머리고 목에는 다른 새들처럼 깃털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종의 경우 좌우의 콧구멍이 하나로 뚫려있기도 합니다.
이들의 대머리는 더운 환경에서 열을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머리수리의 다리는 거의 칠면조에 비견될 수준으로 짧고 두꺼우며 발에 비해 발톱은 작고 약합니다.
이렇게 짧은 다리 때문에 땅에서는 기동성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습니다.
<날개를 편 독수리>
대조적으로 대머리수리의 날개는 거대합니다. 가장 작은 대머리수리인 이집트독수리(Egyptian vulture)의 날개폭도 1m를 넘으며 가장 큰 대머리수리인 독수리(Cinereous vulture)의 날개폭은 3m 정도 됩니다.
<활공하는 히말라야그리폰독수리>
독수리의 날개는 스피드를 내는 것에는 부적합하지만 상승기류를 타고 높은 하늘을 오랫동안 나는 것에 적합합니다. 머리에 깃털이 없는 종들이 비행할때는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목을 구부리고 솜털에 파묻고 비행합니다.
서식지
대머리수리들은 호주와 남극을 뺀 전세계에 분포하며 수리목에 속하는 Old world vulture는 유라시아,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콘도르목에 속하는 New world vulture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분포합니다.
식생활
< 바위뛰기펭귄 새끼의 사체를 먹는 칠면조독수리 >
거의 모든 대머리수리가 육식성이며 주로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삽니다.
구세계 독수리들의 경우 예리한 시각에 반해 후각은 없다시피 해서 눈으로 먹이를 찾습니다.
신세계 독수리 중 칠면조독수리 중 일부는 뛰어난 후각으로 먹이를 찾기도 하고 검은독수리 등은 칠면조독수리를 찾아다니며 먹이를 먹기도 합니다.
흔히 대머리수리들이 동물의 죽음을 예견하고 그 위에서 빙빙 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대머리수리들은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상승기류를 타고 천천히 시체를 수색합니다. 대머리수리들의 비행고도가 원을 그리는 것은 이 때문이며 이들은 아직 먹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보통 대머리수리들은 초식동물의 사체를 좋아하지만 작은 도마뱀부터 큰 코끼리의 시체까지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는 짧은 다리로 몸을 고정시키고 큰 부리를 이용해 먹이의 가죽을 뜯어냅니다.
강한 부리로 가죽을 뜯어 구멍이 생기면 모든 대머리수리들이 그쪽에 머리를 파묻고 고기와 내장을 뜯어먹습니다.
당연히 대머리수리의 머리와 목은 피범벅이 되는데, 이때 머리에 깃털이 없으면 감염될 위험이 적어집니다.
대머리수리가 썩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들 역시 신선한 고기를 좋아합니다.
다만 시체청소부의 특성상 늘 신선한 고기만 먹을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에 대한 내성을 발달시켰습니다.
< 시체를 먹는 검은독수리 >
일단 대머리수리의 위산은 굉장히 강해서 살균 작용을 하며 칠면조독수리 등 일부 신세계 독수리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두 종의 치명적인 박테리아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위장 내에 이러한 치명적인 박테리아가 있더라도 이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치명적인 병균인 광견병균, 탄저균, 결핵균, 식중독균 모두 독수리의 배속에 들어가면 견디지 못합니다.
덥고 습한 사바나 혹은 숲에서 대머리수리들은 질병의 전파를 막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독수리들이 먹을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보통 가장 흔한 그리폰독수리가 시체를 찾고 모여듭니다.
하지만 이들의 부리로는 큰 동물의 질긴 가죽을 뚫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뒤이어 찾아오는 주름얼굴독수리를 기다립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대머리수리인 이들은 강력한 힘으로 시체의 가죽을 뜯어내고 먼저 식사를 시작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독수리들도 만찬에 참여합니다.
< 시체의 내장을 꺼내 먹는 흰등독수리 >
그리폰독수리는 유난히 긴 목으로 시체에 머리를 집어넣고 고기를 뜯어내고 흰등독수리는 주름얼굴독수리가 뜯어먹다가 흘린 살코기를 먹습니다. 두 종 모두 주름얼굴독수리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고기를 먹습니다.
< 뼈를 먹는 흰머리독수리. 흰머리수리(bald eagle)와는 완전 다른 종입니다.>
조금 더 작은 대머리수리들은 큰 대머리수리들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두건독수리는 눈이나 내장 등 부드러운 부위를 선호하고 흰머리독수리는 뼈나 부패한 부위까지 먹어치웁니다.
아시아의 대머리수리들에게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서 주름얼굴독수리의 역할은 독수리가 수행합니다.
<날개를 편 뤼펠독수리>
식사를 마치면 대머리수리는 목을 쭉 빼고 날개를 펴고 태양빛에 몸을 살균합니다.
발에 배변을 하기도 하는데, urohydrosis라 불리는 이 행동은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이루어집니다.
첫째는 액체의 기화를 이용한 체온 조절입니다. 땀을 흘리지 못하는 대머리수리들은 더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몸을 식힐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수단이 물이면 좋겠지만 사바나에선 물을 구하기 힘들어 배설물로 대신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살균입니다. 보통 인간의 것을 비롯한 배설물은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대머리수리의 배설물은 다릅니다. 강한 위산 덕에 거의 대머리수리의 배설물은 무균 상태이며 비상시에 사람들이 살균제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시체를 먹느라 발이 더러워졌으니 이를 소독하는 것이죠.
<영양을 공격하는 주름얼굴독수리>
물론 대머리수리들이 아예 죽은 동물만 먹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종들은 작거나 약한 동물들을 골라내 사냥하기도 합니다. 주름얼굴독수리는 시체가 없으면 어리거나 약해진 영양이나 홍학 등의 동물들을 곧잘 사냥합니다.
< 마샬수리가 부상을 입힌 자칼을 잡아먹는 주름얼굴독수리 >
https://www.youtube.com/watch?v=yRFOOLWjhH0
심지어는 약해진 자칼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발의 힘이 동물을 죽이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에 다리로 붙잡은 후 시체를 뜯듯이 물어뜯어서 먹이를 죽입니다. 이외에도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포식은 흰머리독수리, 이집트독수리, 독수리 등에서 발견됩니다. 먹이 동물들은 주로 도마뱀, 곤충, 설치류, 거북 등입니다.
<뼈를 먹으려는 수염수리>
수염수리는 동물의 뼈를 먹습니다. 물론 부리로 뼈를 부수기는 힘들기 때문에 높은 절벽에서 뼈를 집어던집니다.
떨어진 뼈가 박살이 나면 그 안의 골수를 먹습니다. 수염수리는 이 방법을 응용해 거북이 등의 동물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인 후 잡아먹기도 합니다.
<열매를 먹는 야자독수리>
야자독수리는 대머리수리 중 특이하게 특이하게 육식성이 아닌 잡식성이며 주로 야자나무의 열매를 먹습니다.
강한 부리로 껍질을 뜯고 내용물을 먹는데, 곤충, 설치류나 파충류 등의 작은 동물들을 직접 사냥할 때도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독수리는 자신이 먹는 시신을 가리지 않습니다. 육식동물보단 초식동물의 시체를 선호하지만 그레도 거의 모든 중대형 척추동물의 시체를 먹습니다. 인간의 육신 또한 독수리들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시체를 주로 먹는 독수리의 습성을 이용한 장례방식이 있습니다. 천장이라 불리는 장례방식인데요, 시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바치기 때문에 새 조 자를 써서 조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주로 조로아스터교와 일부 불교 문화권에서 활발하며 티베트, 네팔, 인도 등지에서 행해집니다.
흔히 알려진 오해가 사람이 죽으면 아무렇게나 독수리 먹이로 던져준다는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조장 문화권 밖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들도 장례식을 거행합니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바치기 전에도 그리고 독수리들이 시신을 먹은 후에도 일정한 절차를 걸쳐 망자에 대한 예를 다합니다.
이들이 천장을 거행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환경적 측면입니다.
고산지대에는 화장을 할 나무가 부족하고 땅에 묻으면 토양도 단단할 뿐더러 시체가 잘 썩지 않아서 땅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시신을 독수리에게 맡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종교적인 측면입니다. 해당 문화권의 사람들은 육체보다는 정신을 중요시하는데, 시신을 먹은 독수리가 하늘로 올라가면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독수리들에게 육신을 공양함으로써 최후의 공덕을 베풀 수 있다고도 믿습니다.
번식
< white rumped vulture 부부 >
거의 모든 대머리수리들은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이며 한 짝과 평생 같이 삽니다.
예외적으로 피레네 산맥의 수염수리 중 일부는 수컷 둘 암컷 하나로 세 마리가 쌍을 이루기도 합니다.
https://www.pinknews.co.uk/2016/04/27/gay-vulture-couple-adopt-egg-after-mother-rejects-it/
< 게이 그리폰독수리 '이시스'와 '노드혼' >
일부 대머리수리 중에서는 동성애를 하는 개체들도 발견됩니다.
< 흰등독수리 콜로니 >
번식기에는 홀로 번식하는 종도 있고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번식하는 종도 있습니다.
알은 대부분 한개 혹은 두 개를 낳으며 포란기간은 30일에서 약 60일 사이로 종 별로 다양합니다.
보통 크기가 작은 칠면조독수리 등 소형종의 포란기간이 짧고 왕독수리나 독수리 등 대형종은 포란기간이 깁니다.
< 아기 그리폰독수리 >
새끼는 보통 한두마리를 넘지 않고 부모 양측이 정성껏 새끼를 돌봅니다.
< 어린 독수리와 어미새 >
부모의 돌봄을 받는 기간 역시 덩치가 클수록 길어지는데, 가장 큰 독수리의 경우 160일간 부모에게 먹이를 받아먹고 그 후 몇 달 동안 부모를 따라다니며 생존법을 배웁니다.
대머리수리의 수명 역시 덩치가 커질수록 길어집니다. 검은독수리나 칠면조독수리 등 소형종은 10 ~ 20년 정도 살지만 왕독수리는 최대 30년, 독수리는 40년, 루펠독수리와 주름얼굴독수리는 최대 50년까지 살기도 합니다.
보통 사육 개체의 수명이 야생 개체보다 긴 경우가 많습니다.
천적/경쟁자
<두건독수리를 잡아먹는 마샬수리(martial eagle)>
대머리수리 알이나 새끼는 여러 파충류나 맹금류, 까마귀 등에게 먹힐 수 있지만 많은 종이 절벽이나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포식될 위험은 적습니다. 다 자란 대머리수리 역시 천적이 별로 없지만 두건독수리나 칠면조독수리 등의 작은 종류는 마샬수리, 흰머리수리 등의 대형 맹금류에게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 재규어에게 잡힌 검은독수리 >
드물게 운이 없으면 (특히 시체 근처에서) 사자, 재규어의 공격을 받아 죽을 수 있습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린 두건독수리가 물가에 갔다가 악어의 공격본능을 자극해 물려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독수리, 주름얼굴독수리 등은 너무 커서 다 자라면 자연적인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자칼을 공격하는 그리폰독수리 >
경쟁자로는 사자, 자칼, 대머리황새, 하이에나가 있는데 사자나 하이에나의 경우 너무 커서 대머리수리들이 물러나야 하지만 자칼의 경우 훨씬 작아서 싸워볼만한 상대입니다. 대머리수리들은 주로 큰 날개로 겁을 주거나 부리로 물어뜯거나 발로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경쟁자를 쫓아냅니다.
< 토니수리를 밀쳐내는 주름얼굴독수리 >
특히 커다란 주름얼굴독수리는 시체 경쟁에서 하이에나 바로 다음 서열을 차지합니다.
10kg가 넘는 덩치로 토니수리, 마샬수리 등 사나운 수리들조차 압도합니다.
< 독수리에게 밀려나는 검독수리 >
유라시아에서는 하이에나가 없는 탓에 독수리가 시체를 독점하다시피 합니다.
하늘의 황제라 불리는 검독수리조차 땅에서는 힘으로 독수리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하늘의 황제라 불리는 검독수리조차 땅에서는 힘으로 독수리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지능
대머리수리의 지능은 동물 중에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며, 새 중에서도 상위권입니다.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타조알에 돌을 떨어뜨려 내용물을 먹는 이집트독수리와 거북이나 뼈를 절벽에서 내던져 부숴먹는 수염수리와 독수리입니다.
이외에도 대머리수리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증거도 많이 있고 놀이를 즐긴다는 일화도 꽤 있습니다.
일부 맹금류 재활치료사들은 독수리를 가장 똑똑한 맹금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대머리수리의 위기
널리 알려진 사진 중에 수단에서 대머리수리가 죽어가는 아이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사진작가는 왜 사진을 찍는 대신 아이를 구해주지 않았냐며 많은 비난에 시달렸는데요, 이후 해당 사진작가는 두 달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잘 보면 독수리의 종이 두건독수리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주름얼굴독수리라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지만 두건독수리는 대머리수리 중 가장 작고 힘이 없는 종류입니다. 아무리 약해진 아이라 해도 두건독수리보다 훨씬 커서 두건독수리는 아이를 공격하지 못하고 아이가 죽기만을 기다릴 겁니다.
즉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에 걸리는 시간 동안 독수리가 아이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가 이를 촬영해서 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가 직면한 기아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기에 그의 행동은 그다지 잘못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작가는 해당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독수리를 쫓아보냈습니다.)
기아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은 다시 독수리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사실 두건독수리 또한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두건독수리의 멸종위기 등급은 '심각한 위기(Critically endangered)로, 호랑이나 판다, 두루미보다 멸종의 가능성이 높은 동물입니다.
하지만 더럽고 못생겨 보이는 대머리수리들은 일반인들의 관심 밖입니다.
다른 대머리수리들의 미래도 밝지 않습니다. 대머리수리 중 9종은 심각한 위기종, 3종은 멸종 위기종, 4종은 거의 멸종위기에 근접해 있습니다. 대머리수리를 위협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습니다.
< 독이 든 미끼를 먹고 죽은 그리폰독수리 >
심각한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중독입니다. 아기나 가축을 잡아간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직접 독살시키기도 하지만 늑대나 자칼을 독살시키기 위한 미끼를 독수리가 먹고 죽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 중독되어 죽은 아프리카의 대머리수리들 >
코끼리 밀렵꾼들이 코끼리를 죽인 후 위치를 숨기기 위해 코끼리 시체에 독을 주입해 시체를 먹으러 온 대머리수리를을 몰살시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서식지 파괴는 기본적인 요소이고 항공기나 풍력발전기와의 충돌, 깃털 장식을 위한 사냥 등이 대머리수리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입니다.
< 전깃줄 사고로 날개를 절단해 날지 못하게 된 독수리 '광주' >
한국에 찾아오는 유일한 대머리수리인 독수리들도 농약 중독이나 전깃줄 사고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독수리가 사라지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체를 먹어치워줄 청소부가 없으면 전염병이 창궐할 뿐 아니라 들개나 들쥐의 수가 급증하면 광견병 등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실제로 인도에서는 독수리의 감소로 광견병 발병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https://www.birdlife.org/worldwide/news/5-ways-weve-helped-vultures-past-5-years
물론 이같은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독수리들을 돕기 위한 방안들을 여럿 시행하고 있습니다.
< 독수리 중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버팔로 댄서' 들 >
대표적으로 중독된 독수리가 사망하기 전에 신속하게 찾아내어 치료할 수 있슨 프로토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매년 수백마리 대머리수리들의 목숨을 구했으며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는 대머리수리가 중독되는 사건도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또한 보호구역을 지정해 대머리수리들을 길러 방사하고, 야생동물의 밀렵을 방지하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대머리수리들에 대한 인식 개선입니다.
사람들이 이 새들을 더럽고 추악한 악당으로 여기는 한, 이들의 미래는 암울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머리수리들이 얼마나 멋지고, 똑똑하고 생태계 내에서 유용한 생명체인지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 또한 이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순환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장엄한 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이들을 더 존중하고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48899-vultures-bacteria-microbiome.html
https://www.youtube.com/watch?v=DvpDOCcKIO0
https://sora.unm.edu/sites/default/files/journals/auk/v067n02/p0210-p0216a.pdf
https://conbio.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conl.12182
https://www.birdlife.org/worldwide/news/5-ways-weve-helped-vultures-past-5-years
첫댓글 완전 정독했어요~ 재밌게 잘 봤어요!! 엄청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수리찡......
와 보통 대머리독수리하면 주름얼굴독수리로만 생각했는데 대머리독수리 안에서도 개체가 많군요ㄷㄷㄷ
정성스런 전보글 감사합니다
이런글 죠하요 잘읽었쓰ㅃ니따
오 흥미로워요!! 잘 읽었어요!!!!
왜 대머리양 ㅠㅠ
와 잘 보고 갑니다..
종류 진짜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