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미중 디커플링 최대 수혜국 될 것
레오 루이스 FT 아시아비즈니스 에디터 기고
O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을 두 축으로 한 신냉전시대의 도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 모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싱가포르가 미중 디커플링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됨.
- 지난 14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 간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는 있으나, 관계 악화 가능성 역시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
-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미중 디커플링과 탈세계화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듯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음.
- 첫번째 신호는 바로, 국부펀드 및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기준이 상당 부분 변경되었다는 점임. 즉, 상대적으로 확실성이 담보되었던 세계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되고,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전망은 범 세계적 차원이 아니라, 중화권이나 서방권 등 특정 권역에서의 성장 전망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임.
- 둘째, 인수합병시장에서도 탈세계화의 영향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핵심 인수합병 시장인 싱가포르는 탈세계화와 권역화 시대에 대응하는 기업의 동향을 보다 명확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싱가포르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역내 인수합병은 권역화에 대비한 안정성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고 성장 동력으로서 세계화의 가치는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음.
- 셋째,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국제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본토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음. 지난 2020년초부터 2021년 말까지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중국계 기업은 400개에서 700개로 증가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15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임. 게다가, 탈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자본 접근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싱가포르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키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음.
- 물론 이러한 움직임에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부터의 탈피나 시진핑 집권 하 중국 내 불확실성으로부터 재산을 지키려는 기업들의 욕망이 일부 반영된 것이기는 하나, 이 역시 미중 디커플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자각과 무관하지 않으며, 싱가포르는 천운과 명민한 판단력으로 디커플링 시대 최적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임.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