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관련 웹진 중에서 나름 인지도는 높지만,사실 매니아들은 잘 안 찾는 사이트죠..-.-
임진모가 운영하는 사이트로서의 네임밸류..
가요에 대해서 그나마 심도있게 접근하는 사이트..
나름의 메리트는 있지만..
그래도 팝앨범,가요앨범 선정은 나름 잘 이루어졌습니다..
골수 매니아들의 눈에는 몇몇 거슬릴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공감하실 것 같아서 한번 가져와 봅니다..
<팝 베스트 20>
에미넴(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
2000년 5월
1990년대 말부터 빌보드는 흑인음악 세상이 되었고 주류 음악의 패권은 백인에서 흑인으로 넘어갔다.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 '더 이상 훌륭한 작가가 나오지 않는다' 비판도 뒤따랐지만 흑인문법 힙합 음악의 경제적 부흥기를 도모한 것은 사실. 결국 힙합은 자신이 미국 사회 전반을 장악했음을 선포하는 '백인 래퍼 슈퍼스타'를 탄생시킨다. 에미넴은 스스로를 '백인 쓰레기'로 규정하고 세상에 온갖 독설과 삿대질을 퍼부었다.
라디오헤드(Radiohead)
< Kid A >
2000년 10월
세기말의 록계는 이 앨범 하나로 크게 흔들렸다. '록의 자존' 라디오헤드가 기타를 버리고 전자음과 스튜디오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록의 종언과 함께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다. 새 시대의 로커들은 결코 기타, 베이스, 드럼 앙상블에 매달리지 않았다.
유투(U2)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
2000년 10월
2000년대 초반 그래미 시상식.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를 필두로 아이돌들이 전성기를 맞아 10대들이 음악계를 주무를 때, 그래미는 역으로 거장을 특대했다. 2000년 '올해의 앨범' 산타나(Santana)의 < Supernatural >, 2001년 '올해의 앨범' 스틸리 댄(Steely Dan)의 < Two Against Nature >, 2000년 '올해의 레코드' 'Smooth', 2001년 '올해의 레코드' 유투의 'Beautiful day', 2002년 '올해의 레코드' 유투의 'Walk on', 유투는 한 앨범에서만 '올해의 레코드'를 2년 연속 재패했다. 2000년대는 이렇듯 초입부터 현재 아이돌 음악의 과잉 상업성에 넌더리를 치며 시작했다. 그러한 당대 비평 흐름의 최대 수혜자는 유투였다.
스트록스(The Strokes)
< Is This It >
2001년 7월
마초적이고 우악스런 음악. 2000년대 무렵 뉴 메탈의 이미지다. 덩치 큰 기타와 육중함만 내세웠고, 마치 '힘의 곡예'처럼 되어갔다. 이 때 스트록스가 등장했다. 정장차림의 불량한 뉴요커 이미지였던 그들은 문신과 근육질로 대변되었던 이전 록의 청사진과 완전히 결별했다. 펑크에 영향 받은 음악 스타일은 단순하게 연주했고, 스케일 큰 사운드 대신 지하실에서 녹음한 원초적 노이즈를 즐겨 썼다. 스트록스는 < Is This It >으로 “다시금 소녀들이 록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를 가리켜 당시 록 언론들은 “새로운 록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제이-지(Jay-Z)
< The Blueprint >
2001년 9월
제이지는 유려한 플로우와 정교한 라이밍 등 빼어난 능력으로 투팍(Tu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이후 힙합 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래퍼로 등극했다. 물론, 사업가로서의 수완이나 미모의 가수를 아내로 둔 사실도 어깨에 힘을 실어 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이지는 음악 안에서 빛났다. 어마어마한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들 대부분은 음악적으로 곤두박질치는 순서를 밟곤 하지만 그는 단단한 매무새의 음악으로 매번 힙합 팬들을 결집시켰다. 판매량은 이전에 발표한 < Vol. 2... Hard Knock Life >의 절반에 달해 상업적인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으나 힙합 음악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인 샘플링의 부흥을 꾀했으며 새천년의 작가로 등극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프로듀싱 재능을 가장 크게 드러낸 자리가 되기도 했다.
존 메이어(John Mayer)
< Room For Squares >
2001년 9월
존 메이어가 기타를 잡은 계기는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도, 너바나(Nirvana)도 아닌 '블루스 명인'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n)이었다. 1977년생 젊은 천재 기타리스트는 당대의 록 트렌드보다는 그것에 선행하는 뿌리, 바로 '블루스'에 정체성을 못 박은 것이다. 우리들도 그를 따라 다시 고음(古音) 블루스를 듣게 되었다. 2007년 < 롤링 스톤 >은 그를 '새로운 기타의 신'으로 추대했다. 2000년대는 확실히 누가 가장 옛날 것을 능숙하게 다루느냐의 경쟁이었다.
노라 존스(Norah Jones)
< Come Away With Me >
2002년 2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사건 자체의 충격도 컸지만 워낙 급작스러운 비극이었기에 사람들은 급속도로 흥분했다. 통곡, 분노, 복수의 감정들이 미국을 뒤덮었다. 노라 존스가 등장한 것은 이때였다. 'Don't know why'는 달콤한 무드의 컨템포러리 재즈로 격앙된 미국인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했다. 이 덕분에 노라 존스는 200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겨우 앨범 하나 내놓은 신출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4개 부문을 모두 싹쓸이하는 이변의 쾌거를 이룩했다. 웬만해선 나오기 힘든 '아름다운 이완'은 9/11 충격에 시달린 미국인들을 위로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콜드플레이(Coldplay)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
2002년 8월
아무리 스트록스,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가 인기가 있었다고 한들 2000년대 음악계의 주인공은 흑인들이었다. 록은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 은폐되었다. 콜드플레이는 '위대한 예외'였다. 'In my place'와 'Viva la vida'를 모르는 팝 팬들도 있을까?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는 영국 내에서 21세기 들어 7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다. 싱글 'Clocks'는 200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비욘세(Beyonce)의 'Crazy in love'를 꺾고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라디오헤드의 아류'라고 놀림 받던 늦깎이 브릿 팝 주자가 예상 밖의 급성장을 거듭, 2000년대 내내 줄줄이 수작들을 쏟아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 Elephant >
2003년 4월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뒷모습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씁쓸하다. '혁명' 운운하던 열광은 1년도 안 되어 차갑게 식어버렸고 대표주자들은 거의 1집 이후로 맥을 못 추었다. 바로 이은 포스트 펑크의 붐, 그리고 잇따른 뉴 웨이브의 범람으로 개러지 록은 짧고 굵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 중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도 광채를 발하고 있다. 잭 화이트(Jack White)는 화이트 스트라입스로도 부족해 래콘터스(Raconteurs), 데드 웨더(Dead Weather)로 갈아타고 다니며 끝까지 고전적인 블루지 록을 탐닉하고 있다. 여전히 록의 '본질'과 씨름하는 개러지 록의 마지막 적자. < Elephant >은 그들의 베스트이자 2000년대의 걸작이다.
아웃캐스트(Outkast)
< Speakerboxxx/The Love Below >
2003년 9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던 남부 힙합을 주류로 견인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은 스카페이스(Scarface)나 구디 몹(Goodie Mob)이 아닌 바로 아웃캐스트였다. 이들은 리드미컬한 래핑, 다양한 소재로 구성한 이야기, 보컬을 충실히 혼합함으로써 단순하고 지루하다는 대중에게 은연중에 각인된 랩 음악의 편견을 깨며 대중성을 획득했고 남부를 음악계에서 돌출하게 했다. 두 멤버의 솔로 작품을 합친 이 앨범은 힙합의 고유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소울, 펑크(funk), 재즈, 록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해 다수가 지지하는 하이브리드 힙합을 창조했다. 이로써 1990년대의 랩 스타인 엠시 해머(MC Hammer)의 < Please Hammer Don't Hurt 'Em >의 판매량을 능가하는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랩 앨범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알리샤 키스(Alicia Keys)
< Diary Of Alicia Keys >
2003년 12월
2000년대 들어 빌보드를 장악하자마자 흑인음악은 자꾸만 '매끈한' 곡들의 양산에만 주력했다. 히트 메이커들은 많았지만 작가들, 특히 신감각의 동시대 작가가 빈곤했다. 알리샤 키스가 이 때 대안으로 등장했다. 스스로 곡을 썼고, 출중한 가창력을 가졌으며, 가스펠과 힙합 비트를 같이 구사했다. 실력파이자 중후함까지 갖춘 미모의 소울 여가수 등장에 음악계는 환호했다. < Diary Of Alicia Keys >는 그녀의 최고작이다.
킬러스(The Killers)
< Hot Fuss >
2004년 6월
프란츠 퍼디난드와 킬러스에 와서 새 천년 록은 뉴 웨이브와 접속한다. 신시사이저가 자극적으로 울리며 시작하는 'Somebody told me'는 록의 전면적인 '전자화'를 촉구했다. 이제 일렉트로닉 색깔의 여부는 록을 신식과 구식으로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그린 데이(Green Day)
< American Idiot >
2004년 9월
9/11 테러 이후 미국은 급격히 우경화로 치달았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시작했다. 미국은 곧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이고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직면해야 했다. 뮤지션들의 저항은 특히 거셌다. 제목부터 신랄한 '미국의 얼간이' < America Idiot >은 이 시기 '안티 부시'를 표방한 록 음악의 대표적 걸작이다. 장대한 구성의 펑크 록 오페라를 시도해 잇따른 컨셉 앨범의 붐을 견인한 주인공이다.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 Funeral >
2004년 9월
2000년대 록은 '단순함의 회복'을 내걸고 출발한 이면에 화려함과 판타지가 성행했다. 포스트 록의 광활한 공간감, 그린 데이가 촉발한 오페라 록, 사이키델릭의 부활, 그리고 아케이드 파이어의 '에픽' 인디 록을 빼놓을 수 없다. < Funeral >은 악기들을 층층이 쌓고, 극적으로 고조시켰으며, 반전으로 놀라게 했다. 연이은 < Neon Bible >에선 풀 오케스트라와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등장했다. 장대하고, 숙연하며, 스케일 큰 인디 록이었다. 2000년대 인디 록의 태도는 더 이상 하드코어, 로-파이처럼 '해체'가 아니었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
2005년 8월
카니예 웨스트는 기존의 래퍼들이 휘감고 있던 클리셰들과 동떨어진 인물이었다. 헐렁한 바지에 번쩍거리는 장신구로 도배한 래퍼들 가운데, 단정한 폴로 티셔츠에 루이뷔통 가방을 맨 웨스트는 중산층 청취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모범생 이미지를 구축했다. 2집 < Late Registration >에서도 섹스와 폭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부터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인권착취까지 가사에 녹아내며 대중적이면서도 개념 있는 래퍼의 존재가능성을 증명했다. 또한 고전에 대한 경외심이 함축된 고급화된 샘플링은 보수적인 평론계의 호응까지 이끌어내며 2006년 3개의 그래미상을 움켜쥐게 만들었다.
뮤즈(Muse)
< Black Holes And Revelations >
2006년 7월
라디오헤드가 '기타' 시절에 남긴 명반들은 그 여운이 길고도 강렬했다. 그들을 동경해 기타를 잡은 밴드들은 2000년대 내내 이것을 하나의 계보로 이어갔다. 이전 10년에서 우울한 록의 씨앗이 뿌려지고, 이후 10년에서 각자의 토양에 따라 색다른 개성들이 펼쳐졌다. 피아노와 아련함을 강조한 콜드플레이, 서정적인 팝 감성을 중시한 킨(Keane), 이들 중 가장 록적인 뮤즈는 섬뜩하고 관능적인 사이키델릭 하드 록을 선보였다. 4집 < Black Holes And Revelations >는 뮤즈의 '치명적인' 독기가 완전한 스타일로 자리한 앨범이자 하나의 컨셉 앨범으로 스케일을 도약시킨 앨범이다.
밥 딜런(Bob Dylan)
< Modern Times >
2006년 8월
레이 찰스(Ray Charles), 자니 캐시(Johnny Cash),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밥 딜런.... 몇 명은 고인이 되어 떠났고 몇 명은 살아있는 전설의 위상을 더욱 굳혔다. 새 시대에도 대중음악 전성기의 거장들은 드높은 완숙함으로 커다란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2000년대에 그들이 뿌리고 간 흔적들에서 과거란 단지 지나간 것이 아니라 늘 재발견해야 할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65세에 발표한 < Modern Times >로 30년 만에 전미차트 정상에 오른 밥 딜런은 어린 시절 듣던 미국의 뿌리 음악을 찾아 블루스 전도사가 되어 돌아왔다. 그 자체로 역사인 고목에 기대앉은 느낌. 편안하고, 사색적이며, 묵시록적이다.
존 레전드(John Legend)
< Once Again >
2006년 10월
릴 존(Lil Jon)의 크런크 앤 비가 커다란 유행을 몰고 올수록 한편에선 소울 고전들의 부활이 빠르게 지지를 얻어갔다. 파티, 클럽 음악만이 흑인음악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새 천년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라 불리는 존 레전드는 2005년 등장해 'Ordinary people'로 피아노 소울의 아늑한 아름다움을 일깨웠다. 차기작에서도 그는 자극적으로 치닫는 시류에 도도하게 대응했다. 깊고, 진정성 있으며, 은은한 음악으로 승부했다. 이러한 고전 소울에 대한 존경과 완숙한 구사는 2006년 2집 < Once Again >에서 정점을 맞고 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 Back To Black >
2006년 10월
새 천년 최대의 화두였던 '소울의 부활'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에 와서 정점을 찍는다. '고전 소울의 완벽한 재현'이라 할 < Back To Black >을 놓고 음악 팬들이 일제히 들썩였다. 보수적이기로 정평 난 그래미까지 술, 마약으로 입국조차 금지된 그녀에게 위성 생중계까지 동원해 '그래미 퀸'의 영예를 안겼다. 영국 출신인 그녀의 성공으로 이젠 미국 아닌 영국에서도 소울 열풍이 거세다. 더피(Duffy), 아델(Adele)을 비롯해 실력파 후속주자들이 연이어 데뷔하고 있다.
엠.아이.에이(M.I.A)
< Kala >
2007년 8월
아주 기묘한 음악. 엠.아이.에이의 등장으로 팝계는 지금껏 듣지 못한 놀랍게 독특한 음악과 조우한다. 힙합, 일렉트로니카, 인도 음악, 펑크(Punk), 정치적 선동을 한데 섞어 스리랑카 혈통의 독특한 억양과 비주얼에서 뿜어낸다.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출산 전날 그래미 무대에 서는가 하면 민감한 정치 사안에 급진적으로 개입한다.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으나 막상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한 팝계는 엠.아이.에이에게 필사적인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위에 들면서 음악계 테두리를 넘어 지구적인 보편적 인정을 얻고 있다.
<가요> |
디제이 디오씨(DJ DOC) < The Life... DOC Blues > (2000년 5월)
악동에서 힙합계의 형님 대접을 받게 될 나이가 되었지만 디제이 디오씨(DJ DOC)는 다섯 번째 앨범에서도 독설의 끝을 보여주었다.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이들의 눈에 벗어나는 대상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회의원, 방송국 PD가 속한 기득권은 물론, 경찰의 공권력까지 조준한 가감 없는 욕설과 비아냥이 뒤섞인 래핑은 거리낄 것이 없는 젊은 층의 욕구를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리더 이하늘의 최고조 역량은 다양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17개의 트랙이 증명해준다.
윤상 < Cliche > (2000년 6월)
년도 숫자가 2000으로 바뀌어도 윤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이루던 그만의 세계를 더욱 깊숙이 탐닉한다. 그것은 자칫 아집으로 틀어질 수 있는 위험에서 정통(正統)한 집념의 깃발을 펼쳤고, 휘황찬란한 '윤상표' 음악을 펄럭였다. 클리세(Cliche: 진부한 표현)안에서의 크리에이션(Creation: 창조)! 이것이 윤상이다.
롤러코스터 <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 (2000년 8월)
새천년 들어서도 여전한 상업적 댄스의 파괴력은 가요 시장을 부식해 들어갔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던 모던 록 장르에도 존속의 위험을 경보한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는 난국에 신경 쓰기보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였고, 언제나 그렇듯 주류 작용에 대한 비주류 반작용의 일상다반사를 일궈냈다.
서태지 < 울트라맨이야 > (2000년 9월)
서태지가 아니라면, 그 막강 울트라맨이 발하는 브랜드 파워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무겁고 신랄한 곡들이 이 땅의 전파를 장악할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긴 공백을 깨버린 요란한 몸부림, 응축된 탱크 사운드는 아이돌 시장에 대한 경고는 물론, 굉음 록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크라잉 넛 < 하수연가 > (2001년 6월)
기타를 튕기며 종횡무진 소리를 지르던 네 명의 땅꼬마는 어느덧 인디 씬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 하수연가 >는 사춘기의 크라잉넛을 '19금' 앞에서도 당당한 성인으로 바꾸어 놓은 앨범이다. '밤이 깊었네'로 안정감 있는 가사와 톤을 찾았고 스피드의 강박에서도 해방되어 절충의 영토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펑크 밴드들은 펑크만의 공식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김두수 < 자유혼 > (2002년 3월)
은둔과 방랑의 미학자,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인 김두수의 네 번째 앨범. 전설로만 떠돌던 이 유랑가수가 은둔자의 옷을 벗고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역사적인 음반이다. 대한민국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주제로 자유와 평화를 찾아 떠나는 보헤미안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저항이 아닌 구도자적 태도로 아름다움과 예술을 표현하는 김두수 포크의 정점.
휘성 < Like A Movie > (2002년 4월)
서태지와 신승훈이 극찬했다는 소문은 '안되나요'라는 실체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굵은 선을 가진 목소리와 감각적으로 리듬을 타던 기교는 말로만 알앤비를 표방한 발라드 보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흑인의 것이었다. 휘성의 등장은 2000년대 들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온 남성 알앤비 보컬의 포문을 열어주었고, 그의 워너비들은 '안되나요'를 연습하며 희망의 여지를 이어갔다. 그 역시 이후에, 검은 목소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은 이 앨범의 성공에 비롯된 것일 테다.
박정현 < Op.4 > (2002년 6월)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최고의 보컬이 일궈낸 가장 이상적인 조합. 건반의 연주로 시작해 점점 극적으로 치닫는 곡의 전개는 층층이 쌓은 코러스와 만나며 스케일의 확장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발라드의 전형적인 구성을 갖춘 '꿈에'와 '미장원에서'의 단 두 곡으로도 충분하다. 마치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악기의 웅장함, 이 모든 걸 온전히 목소리 하나로 지배하는 표현력을 동반함으로써 '박정현'을 알앤비 최고의 디바 자리로 견인했다.
김광진 < Solveig > (2002년 7월)
마치 '마법의 성'을 듣는 듯한 동화적 선율과 리듬마저도 스트링으로 조율하는 감각은 이렇듯 모던 록을 최대 감성치로 끌어 올렸다. 깔끔한 리듬 진행 속에서 그려낸 세련되고 캐치한 선율의 '동경 소녀', '유치원에 간 사나이', '비타민'은 지금껏 단순한 화성과 최소한의 편곡에서도 최고의 멜로디를 뽑아낸 예의 그 유연한 감성 그대로였다. 삶의 단상을 떼어낸 진솔한 가사와 동시에 대중적 선율 감각도 획득한 우리 시대 작가의 진정한 스토리-텔링 앨범.
불독맨션 < Funk > (2002년 9월)
곳곳에 터지는 브라스 편곡과 절로 어깨 들썩이게 하는 드럼 비트의 그루브는 '감상용 펑크(funk) 음악'을 가능하게 했다. '밴드'를 통해 획득한 질감 좋은 연주 덕에 당시 비주류의 주요 음악 코드로 부상한 '펑크'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악센트 있는 선율을 남겼다. 아주 흥겹고 유쾌한 그들만의 파티를 알리는 'Funk'부터 스카리듬을 차용한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까지 리듬의 확장을 통해 엮어간 음악적 상상력의 집합체이다.
언니네 이발관 < 꿈의 팝송 > (2002년 10월)
< 후일담 >(1998)이후 4년 만에 컴백한 언니네 이발관에게 공백 기간에 대한 염려 따위는 없었다. 이석원(보컬), 이능룡(기타), 정무진(베이스), 데이트리퍼(객원멤버)의 작가 군단은 밴드와 프로그래밍 사운드의 환상적 조화로 숨을 만들고 그들만의 호흡을 시범한다. 빠르게 뛰노는 건반의 춤사위 속에 속삭이는 음성은 꿈에 들었던 바로 그 팝송!
넬 < Let It Rain > (2003년 6월)
'넬'표 감성 모던 록 시대의 시작. 4인조 록 밴드 넬의 통산 3번째 앨범이자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앨범이다. 멜랑콜리한 멜로디와 맑고 서정적인 기타 연주, 슬프고 절박한 가사 등 시대의 우울을 담아내면서 팬들의 여린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넬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모던 록 사운드는 향후 6~7년 동안 메인스트림 가요계에서 성공적으로 'Stay'했다. 여전히 가뭄이었던 모던 록에 단비를 내린 작품이다.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Taxi Driver > (2004년 5월)
최자와 개코는 힙합 마니아의 예상까지 뒤엎으며 항상 기대 이상의 성과를 증명해왔다. 씨비 매스(CB Mass)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의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떠들썩했던 해체 수순을 겪고 셋에서 둘로 축소된 다이나믹 듀오의 행보를 앞두고 대중은 또다시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음악이 고팠던 두 남자는 그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일깨우고 'Ring my bell' 한 곡으로 씨비 매스를 능가하는 호응을 얻어냈다.
서울 전자 음악단 < 볼륨을 높여라 > (2004년 6월)
한국형 사이키델릭의 완결판. 재미를 추구하는 노래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록에 수절한' 서울전자음악단의 강성 사운드는 일종의 훈계다. 몽환적이고 강렬한 트리오의 록은 어지러운 세상을 닮았지만 '꿈에 들어와'에서 알 수 있듯 달콤하게 속삭이는 보컬은 복잡한 세상 속의 유일한 안식처이다. 데뷔 음반 < 볼륨을 높여라 >는 물론이고, 지난해 발표한 2집 < Life Is Strange > 역시 격정적인 록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저절로 볼륨이 높아진다.
마이 앤트 메리 < Just Pop > (2004년 7월)
자신들의 음악을 '그저 팝'일 뿐이라고 겸손해 한 세 명의 남자는 이 앨범으로 국내 록의 감성지수를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 쉽고 재미있고 듣기 편안한 음악이 결코 적당히 타협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이 먼저 알고 찾아낸 작품. 걸 그룹의 매끈한 다리와 보이 그룹의 탄탄한 가슴근육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에너지가 여기엔 있다.
이장혁 < 1집 > (2004년 7월)
생채기처럼 쓰리고 흉터처럼 선명하다. 체념과 절망으로 천공시킨 심장은 비참 정서의 꼭짓점을 향한다. 고집스레 담금질한 편곡은 기존의 포크에서 찾기 힘든, 감각적이고 심도 있는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잔인한 말이지만 뮤지션의 고통은 감상자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인디 음악계에 '이장혁'이라는 작가의 존재를 각인시킨 수작!
이소라 < 눈썹달 > (2004년 12월)
뜨겁고 쓰리고 아프다. 사랑이 품고 있는 어두운 맛을 이소라는 자신의 언어로 천천히 음미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노랫말에 감성을 입힌 여성 보컬리스트는 많았으나 그녀만큼 속내 깊숙한 곳까지 드러낸 사람은 없다. 사랑이라는 독을 소리에 녹여낸, 연애초보에겐 위험할지도 모르는 눈물 작이다.
두 번째 달 < 2nd Moon > (2005년 2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되, 그 접근 방식은 몽환적이고 다채롭다. 피들, 아이리시 휘슬이 지배하는 낯선 사운드는 친근한 선율과 결합하여 의외로 익숙한 대중적 접근을 취한다. '에스닉 퓨전'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가 드라마, 광고음악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다양한 고민은 이처럼 질감 좋은 연주에서 찾을 수도 있음을 아주 명쾌하게 제시했다.
W(더블유) < Where The Story Ends > (2005년 3월)
< 안내섬광(眼內閃光) >(2001)을 통해 당시엔 낯선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파하다 실패한 W(더블유)의 짜릿한 복수. 4년 후 열린 리턴 매치에서 파괴력 가득한 스트레이트 후크와 빈틈없는 몸놀림의 편곡을 선보이며 듣는 이의 귀를 황홀하게 터트려줬다. < Where The Story Ends >는 그 승리의 벨트다.
에픽 하이(Epik High) < Remapping The Human Soul > (2007년 1월)
에픽 하이(Epik High)는 깊이 있는 고민과 재치를 겸비한 노랫말과 매끄러운 래핑, 헌칠한 비트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댄스음악의 포맷을 수용한 동적인 노래로 주류에서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등극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늘 음악가로서 실험과 변화를 빼놓지 않았다. 더블 앨범으로 구성해 식지 않는 창작 열기를 전면에 드러낸 에픽 하이의 네 번째 앨범은 힙합의 정통 문법과 트렌드를 결집한 음악, 상상력 충만한 표현이 돋보인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니아와 대중을 포용한 힘은 여전했다. 음산함과 우울한 기운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한층 묵직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
첫댓글 마이앤트 매리 팬으로써 마이앤트매리가 있는게 뿌듯하군요.
뭐 져스트 팝 앨범은 상도 많이 받고 명반으로 꼽히지만..
언니네는 한장 더 들어가도 이상할게 없을 밴드인데... 확실히 이즘이 다른 평론사이트보다 대중지향적이고 기존의 가요에 대한 수용폭이 큰거 같습니다.
좀 대중적이네요...다듀를 늘 바에는 씨비메스 앨범이 훨 나은데..
케이팝에 브라운아이즈 1집은 필수아닌가요.... 100대명반에 꼽힐만큼 굉장한 엘범이라생각합니다 프로듀싱 작곡 보컬 능력...게다가 커버마저도 전부 그들이 했죠...
진짜 그러고보니 브라운아이즈 1집이 없군요. 진짜 명반...
동감입니다. 브라운아이즈 1집과 SG워너비의 음반들(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 음반이지만)이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선정의 기준을 크게 의심케 만드는 차트로군요. 한국 가요계의 주류 흐름 자체를 바꾼 음반들인데...동의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당장 저기서 브라운 아이즈 1집보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더 괜찮다고 할 만한 음반이 3장도 안되는구만...하여튼 너무 있어보이려는 허세 때문에 이런 차트가 공감을 못 얻는거죠.
두번째달! (진짜 좋습니다)
그러게요.. 두번째달이 순위에 있어서 좋네요^^;;
다이나믹 듀오 저 앨범 평가가 좋았나요? 제 기억에 나얼의 노래에 다이나믹듀오가 피쳐링 한거 같다는 평가가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보니 2000년대에 참 pop을 안 들었단 걸 느끼네요;;;디오씨, 마이앤트매리, 윤상, 에픽하이, 다듀, 서태지, 불독맨션, 박정현,,의 저 앨범들은 모두 소장했지만 pop앨범은 저 중 노라존스/아웃캐스트/카니에 웨스트/그린데이만 있네요;;;;
최근에 스트록스 다시 듣고 싶어지더라구요. 잘봤습니다. 코멘트글들이 꼭 배순탁씨가 쓴 느낌이네요.
전에 듣던 라디오헤드가 맞나 싶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어느새 계속 듣고 있던 음반이 kid a 였었죠..신기한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