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섦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다 생각난 단어는 ‘시간’이다.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이젠 익숙하다. 하지만 가끔은 낯설고 어색하다. 익숙해진 나의 시간에서 과거를 멀리 되돌아보거나 생각해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익숙했던 공간마저 낯설어졌다. 불과 1년 전의 나는 고등학생으로서의 할 일과 역할을 당연히 했고 그 당시 목표를 위해 공부한 시간과 노력, 고등학생으로서 도전, 후회 없을 시도를 하던 그 시간이 정말 익숙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대학생으로서의 할 일과 역할이 익숙해지고 고등학생 때의 일들은 낯설어졌다.
장소에도 빗대어 말할 수 있는데 나에겐 타지인 제주도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곳에 적응하고 익숙해져 있다. 가끔 본가에 갈 때 그곳에서 했던 일들이나 가족들을 보니 괜히 낯설어진다. 관계가 낯설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나 자신이 낯설어진다. 당연했던 우리 지역의 모든 것들이 어색해지고 이제는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게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몇 년이 지나면 낯설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난다면 빠르게 지나가기도, 느리게 지나가기도 하겠지만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첫댓글 "당연했던 우리 지역의 모든 것들이 어색해지고 이제는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뀐 게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렇지요.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게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거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변하지 않는 것을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