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염# Welcome to petshop
dpfls30@hanmail.net
" 참견하지마, 니가 신경쓸일 아니니깐 "
내 날카로운 한마디에 인상을 확 찌푸리는 녀석.
그제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것인지 알아챌 수 있었고 뒤늦게 당황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 아, 그게 아니고.... 내가 원래 이런거엔 좀 날카로워서.. 미안 "
두손을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찡그린채 나를 보는 얼굴. 그 얼굴에 괜시리 민망해져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 ....이해해 형윤아, ..인애가..... 다른건 몰라도...... 애들 아프거나 그런거엔....신경을 많이 써 "
어깨너머에서 들려오는 언니의 목소리.
언니도 나만큼이나 신경이쓰이는지 요즘들어 뜸하게 나타나던 말 더듬는 습관이 다시 나타났다.
언니의 합세로 녀석의 표정은 어느정도 풀어졌으나
평소에 헤헤 거리고 다니던 나라서 좀 더 탐탁치않아 했다.
-_- 졸 미안했다;
헛기침하면서 사료를 모아둔곳으로 돌아서는 형윤의 모습에
나는 다시 내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시츄녀석이 오늘아침에는
먹은것을 모두 개워내면서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좀 전에 병원에 다녀왔지만 이만저만 걱정되는게 아니였다.
그때문인지 내 신경은 어느때보다 날카로와졌고 하는 말마다 쌀쌀맞기 일쑤였다.
이상한 내 성격에 다시한번 실망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약 봉지를 뜯어나갔다.
요즘들어 가게일에 소홀했던게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무엇보다 하고싶었던 가게일인데 이렇게 쉽게 저버리는 내가 바보같았다.
약을 물에다 풀면서도 이 녀석이 아픈게 내가 잘 돌보지 않았기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 ....인애야...... "
내 어깨를 살짝 짚어오면서 언니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는 고개만 들어서 언니를 바라보았고 언니는 상당히 풀이 죽어보였다.
하지만 곧 웃어보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 인애야...... 엄마가 나 찾더라.......... 어쩌지? "
잠시 멈칫했다. 평소라면 나와는 상관없이 그 여자를 만났을 언니였는데
나에게 일일이 물어온다는건 그저 희망사항이였는데, 언니가 내게 질문해왔다.
다른 일도 아니고 언니네 아줌마를 만나는 일에 대해서!
나는 뭐라 대답해야 옳은것인지 잠시 갈등했다.
언니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인데 당연히 만나뵈야 하겠지만
솔직히 나로써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허락없이 가게의 동물들을 데려가서는 잘 돌봐주지 않는가하면
가끔씩 언니를 찾아와서는 용돈을 요구하는둥 정떨어지는 행동만 하는 아줌마였다.
전에, 아줌마에게 직접 찾아가 맞대면 한적은 있었지만
그 뒤로 나는 아줌마와 연락따위 하지 않았고 언니는 계속 만나왔나보다.
언니는 숨을 죽이고 나를 바라보고있었다.-_-; 윽!
" 언닌? 만나고 싶어? "
대답이 보이는 뻔한 질문이였지만 나는 옳은 결정을 위해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그런데 언니에게서 정말 의외의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눈을 살며시 감은채 내 팔에 대롱대롱 매달린채 언니는 대답했다.
" 아니, 죽도록 미워 그 사람 "
나도 멀리 떨어져 있던 형윤이 조차도 언니의 뜻밖의 발언에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언니를 쳐다보았다.
언니는 시선을 느낀건지 내 팔에서 한걸음 물러나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맑은 웃음으로 말을 덧붙였다.
" 그리고, 죽도록 사랑해 "
역시나 언니다운 깜찍-_-한 대답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넘겼지만 형윤이는 그렇지 않았는지
나와 언니에게 다가와서 싱겁게 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나는 관심없는척 그들을 남겨놓은채 그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역시나 커플들의 대화는 궁금했다 ;
약간 늘어난 소매 끝으로 스리슬쩍 흘러나온 콧물을 닦아내며 그들의 은밀한 대화에 귀기울였다.
그들의 대화는 나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 누나........ 여성전용 화상채팅 .......... 오빠연락해.............. 칠오사에 육육육육...... "
" 폰팅...... 쭉쭉빵빵미녀 항시대기....................... 칠사삼에 사사사사.......... "
귀를 기울인채 수첩에 열심히 받아적는 나?;
그런 엄한 짓을!!!!!!!!!!!!!! ............................ 전화 걸어보는 사람 없겠지 ;
그들의 묘한 대화 중 일부를 발췌하자니 요랬다.
" 같이 가줄까? "
" 고마워.... "
뭐래? 응?; 전혀 상황파악을 할 수 없던 나는 쓴 웃음을 삼키면서 주전자에 물을 받았다.
코딱지-_-를 넣는 짓 따위는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보글보글 물을 끓이던 나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문소리에 재빨리 가스레인지를 끄고 나가보았다.
형윤이도 언니도 없었다. 아직도 뒤척이며 낑낑대는 강아지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니들................ 이 손님이나 받고가지 ;
강아지옆에 신기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있는 왠 손님이 계셨다.
겁나 흰 피부에 양아치같이 물들인 샛노란 짧은 머리.
손꾸락에 굵은 반지도 여러개 끼고있는걸로 보아 양아치인듯 하였다.
" 어서오세요 손님. 찾으시는거 있으신가요? "
짜잉나!!!!!!!!!!!!!!!!!!!!!!!!!!! 씹혔다.
여린가슴에 큰 상처를 입게 된 나는 그래 이 양아치님아.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최대한 귀엽고 이쁘고 깜찍하고 앙증맞고 따뜻하고 훈훈하고 자연스러운...........것과는 거리가 먼
야 이노무 세키야 미소로 다시 물어보았다.
" 저....... 손님? "
" 아, 미얀애요! "
고운 노랑머리를 귀뒤로 넘기면서 대답하는 양아치님은.......... 녹색눈의 외국인이셨다 ;
............. 그래, 님아 머리 천연이셈?-_-; 이라는 천역덕스러운 질문을 남길만큼 뻔뻔하지 못했던 나는
재빨리 야 이노무 세키야 미소에서 영업용 미소로 체인지 해가며 나긋나긋 물어보았다.
" 찾으시는 .... 애니멀 있으세요? "
나름대로 손님이 왕-_-)=b 이라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있던 나는
전혀 따라주지 않는 쌧바닥을 놀려가며 친히 영어를 섞어서 써주었건만 외국인님은 못 알아들으신듯 했다.
다시한번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처받은 어린 영혼의 나.......는-_-; 이번엔 철저한 한국식 발음으로 다시 말씀드렸다.
" 손님, 찾으시는 동물 계시냐구요 "
" 아........ 져는 캐 살래 "
닝기미-_- 확 쭝국인인척 해볼까?
내가 저따위 잡솔을 들을라고 초딩 중딩이때 그렇게 힘들게 영어공부를 했던건가?
한국말로 욕설따위를 날렸다가는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도 있으므로
나는 대담한 도전을 감행하였다.
" 니하오마 워뚱쪄낭쭝국살람이라해-_- 울리살람 반말실어한다해; "
어디서 줏어들은 니하오마 한구절과함께 ;
어릴적 티브이를 틀면 나왔던 하나둘셋 티브이 유치원에 출연하셨던 왕서방의 기억을 더듬어
듣도보도 못한 환상의 중국어를 구사해냈다 ;
그런데 그 외국인. 니하오마를 알아들은건지 갑자기 중국어인듯한 말로 뭐라뭐라 해대기 시작한것이다!
내가 그것들을 다 표시할 수 는 없으나 대충 정리해보자면 ;
" 니네날아살암들은 바름이 다 꼬져따해 "
....
.........................
..........................................
-_-; 과연.......?;
크하하하, 나의 듣기 실력은 고작 이거였던것이다.
교과서 독해도 하지 못하여서
It's my book 에다가 밑줄 그어놓고 잇츠 마이 북 이라고 써놓고 읽었던 몸이다.
나... 외국인 첨이다 솔직히 ; 으윽 ;
여튼 굉장히 쫄아있던 나는 갑작스런 외국인님의 쭝국어에 당황하면서
초등학교때 배웠던 간단한 영어회화 한 구절을 끄집어 내었다.
" 유.... 유 알 차..차이니즈? "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초등학교 5학년 영어 교과서 86페이지.
똥글뱅이 안경을 쓴 민수가 절친한-_-;친구 미나와 함께 국제적으로 노는 친구들과 만나면서
아이 엠 어 코리안을 연발하던 악몽같은 86페이지....... 분명히 그 옆에 87페이지는
테이프를 꼭 틀어야하는 체크 페이지.
굉장히 듣기 싫은 역겨운 목소리로 리쓴-_- 앤 리핏을 외치던 여성분이 떠오르는군 ;
어,어쨋든; 내 물음에 그 남자는 베시시 웃으며 이번엔 영어로 대답해주었다.
매-_-우 친절하게도 발음까지 버러스틱하게 ;
" 노~! 노~! 아임 프롬 USA "
만약 이 자리에 형윤이 녀석이 있었다면 당장에 저 외국인 뒷통수를 후리면서
야 이노무 양키야 ; 여기가 어디라고 와 ; 라고 했을테지?
녀석을 본받고자 나도 뒷통수를 후리.............................지는 않고-_-;
그냥 친절하게 " 뻐킹 유에스에이♡; " ......................... 라고 하지도 않았어!!!!!!!!!!!
" 캔..캔유 스피크 코..리안? "
" 네...... 항쿡말 할쭐 알어효 "
그냥 영어하자? 응?; 이라고 말 하지 못하는 나의 처지를 비관하며
외국인 손님의 발음에 익숙해지려 무던히 노력했다.
" 손님, 어떤 종류의 강아지를 원하세요? "
" 자코.... 키여운 컴흔색의 캐를 사코십은데요우 "
정확한 써비스를 위해 몇번이고 되물었지만 한결같은 대답을 해주시는 외국인 손님.
더이상 그를 붙잡아 두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고
나는 있는힘껏 몸을 부르르르르르르르 ................. 떨지는 않았고 ;
어쨋든 힘겹게 손님의 발음을 주워들어 자코..... 키여운...... 컴흔색........ 덩개-_-;를 안겨드렸다.
매우 좋아하시면서 특유의 찡긋거림을 날리시는 손님.
나는 잠자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님아; 맘에 드셈...........?;
잠시 후 손님은 매우 만족스러워 하시며 계산하셨다.
조금 양심에 찔렸으나 ; 우리 가게에 자코...... 키여운........ 컴흔색 개는 그 녀석밖에 없다구요;
손님은 가게 문을 나서시며 나에게 매우 쿨하게 미소지어주셨다.
" Have a nice day! "
멋진 끝인사도 잊지 않아주셨다.
나는 손님의 깔끔하고 신사적인......(-_-;) 인사에 감동 받아 두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채
멋진 영어로써 화답해 드렸다.
" 흑흑.......ㅠ_ㅠ..... 님아.......... 뽀레버 빠이빠이!!!!!!! 응? 굿빠이!!!!! 뽀레버!!!!!!! "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고로, 우리 가게에는 한국인만 와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군 ; 크헐헐-_- ;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고양이 수염 18 )
꼬깔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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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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