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는 뭐하시는지 대단히 근황이 궁금합니다만 한국 추리 문학의 금자탑을 이루(-_-;;)어서 여명의 눈동자 방영시에는 무려 월간 조선 "작가의 고향"란에도 출연하신 ( 하기야 방학기씨도 나오니 대중문학적으로도 저변 확대가 된 란이었지만) 김성종씨는 한두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분은 그래도 "문예지 추천+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제도권 작가 자격을 충분히 이수한 분이라는 거죠. 문제는 늘 그렇듯이 "제도권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재미+문학성은 아니올시다인 작품을 제작하시는 분이 있고 그러한 "공인 자격"으로 등단을 하지 않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시면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시는 분도 있는터( 귀여니는 아니올씨다~~)
김성종씨는 전형적인 전자입니다. -_-;;
이 분의 신춘문예 데뷔작이 조선인지 동아인지에 나온 "경찰관"이라는 거죠. 낙도 경관인 병호( 여기부터 -_-;;) 와 주변 사람들을 그린 리얼리티 소설입니다. ( 대단히 비극적인 작품이죠..)
이 분의 "순수 소설집"은 단편집은 "어느 창녀의 죽음"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물론 "고독과 굴욕" 같은 엽기 작품도 있긴 합니다만 리얼리티+ 허무주의+ 휴머니즘이 적절히 조화된 "작품다운 작품"인데...
저변 확대인지, 밥벌이 수단인지 추리소설에 손을 대면서 부터 조금씩 달라진다고 볼수 있죠. 가장 유명해서 70년대 벌써 영화화된 "최후의 증인" 같은 경우 ( 정윤희, 최불암, 이대근이 나왔습니다.)는 추리물의 구성과 분단의 비극, 그리고 형사의 자살이라는 결말로서 문학적인 가치도 꽤 높은 작품입니다. 므훗한 장면도 별로이고 ( 나중 작품에 비하면) 추천작이라고도 볼수 있죠.
문제는 "제 5열"( 한진희-장항선이 나오죠)로 가면서 완전히 "추리물을 빙자한 하드보일드 물"로 3단 콤보 변신한 것이 흠이죠. 도대체가 김전일보다도 더 사건 개연성이 없는 주제에 3장에 한 번 나오는 므흣한 장면에 "수사시에는 때로는 고문도 필수적이다"라는 엽기적 작가 대사까지 ( 70년대 말이라서 그런가..) 거기다가 후기 김성종 작품의 특성인 "잘 나가다가 해외로 이야기를 엉뚱하게 저변확대하는" 일까지 나옵니다.
김성종씨의 최대 역작이 "여명의 눈동자"일겁니다. 사실 이 작품 하나만 가지고도 따로 글을 쓸수가 있습니다만 우선 이 작품 자체가 "일간 스포츠" 연재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의 므흣한 이야기도 넘어갈수는 있는 것이고 ( 그러나 지나치다는 생각) 당시 ( 70~80년대를 넘어가는 시대)로서는 좀 파격적인 비판 ( 작가의 입을 빌어 부끄러운 친일문인들의 글을 삽입한다거나 동경대-일본 육사를 빗대어 "육법당"이라는 한국 엘리트들의 삐뚤어진 행태를 비판하는) 이 그나마 빛을 발하는 작품이죠
당연히 시대는 시대인지라 "반일+반공"으로 가고 하드보일드 물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이야기 구성이 꽤 방방 뜹니다. ( 재미는 있습니다.)
사실 "여명의 눈동자"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이 돋보이긴 합니다. 그럭저럭한 소설이야 그렇다고 해도 90년대 들어서 발표한 "붉은 대지"나 그 전에 발표한 " 홍콩에서 온 여인"같은 경우는 좀 지나치다는 느낌도 드는데 "포스트 박" "두꺼비" "대물" "왕회장" 처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 현직 인물 빗대기와 선정적 묘사, 그리고 그러다가 보니 추리 소설에서 중요한 사건의 짜임새는 기본적인 얼개 마저도 없어진 셈이죠.
비록 정치 편향성이 어느 정도 있는 "한국 국민에게 고한다" 정도는 그나마 ( 물론 추리라고는 보지 않지만) 짜임새가 있습니다만 이후 작품들은 정치와 무관한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여자는 죽어야 한다" 보다도 더 허술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좀 재미있는게 이 분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 "오병호" "유화시" "오명희" 정도인데... 이 사람들은 "잭 라이언"이나 "닥터 스카페타" 처럼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물이 아니라 "얼굴만 똑같지 시공을 초월한-고바야시의 사토. 나까무라처럼- 인물이죠
오병호는 "형사 오병호"의 주인공이고 "최후의 증인"에서는 자살하고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홍콩에서 온 여인"에도 형사고 72년을 무대로 한 "붉은 대지"에도 형사입니다. 부하는 늘 "미국 유학파이고 미녀에다가 담배를 피우는" 여형사 "류화시이죠..
"오명희"는 여명의 눈동자에도 잠깐 나오고 "최후의 정사"에서는 "정사" 하다가 죽고, 다른 작품에도 팜프 마탈이나 청순 가련형으로 자주 나옵니다. -_-;;
연전에 어느 사이트에서 비슷한 글을 하니 "김성종씨는 소설계의 김성모다"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김화벩~의 아성을 넘기기는 힘들거라는데 한표
여명의 눈동자는 그래도 인기라서 "세로쓰기 판" "남도판" "하드커버판"이 있습니다. 하드 커버판은 권수가 좀 다르고 제목을 더 넣고 그랬는데 ( 이를테면 4권의 "빛과 어둠"을 "빛과 어둠"과 5권 1장 "고문"으로 바꿈)
세로쓰기 판의 경우는 몇군데 수정+ 이야기 더 넣기 ( 원래 4권에서 죽는 오명희는 만신창이로 역에서 나오는건데 남도판에서는 물고문 하는 장면을 두페이지 넣었음)로 늘린판입니다.
월간 조선인지 어디서 여명의 눈동자 연재중에 5.18이 났었고 절필 유혹까지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분 소설에서 악의 화신은 꼭 "대머리"입니다. 비슷한 시기 연재한게 남도판 4권 끝부분인데 역시 대머리가 나옵니다. -_-;;;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여명의 눈동자 4권의 고문 장면은 이 분의 이전작인 고독과 굴욕에서 많은 부분 참고했습니다. 고독과 굴욕은 아주 오래전 단편에 있고 몇년전 나온 수필집 "DJ에게 보내는 편지" 뒷부분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구입을 삼가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첫댓글 이현세씨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에 영향을 준 소설이 아닐까요? 이 만화를 보다보면 여명의 눈동자 냄새가 좀 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