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들에게 현명하게 대하는 법
2023.12.12
살면서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군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 한마
디에 잠 못 이루고,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에 몇 날 며칠을 끙끙 앓게 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애써 상처 난 마음을 달래려, 굳이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틀
림’이라 쓰고 ‘다름’이라 읽었죠.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럴싸하게 보였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죠.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가슴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참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참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지우고,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죽이는 일. 결국 누군가를 미워하
는 일은, 결국 나를 죽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상처받고, 상처로 얼룩진
여러 날을 아파하면서 또 그렇게 살아냅니다. 상처로 얼룩진 날이 많았습니다. 상처를 털어
내기 위해 미친듯이 무언가를 해야 했던 날이 많았죠. 그러다 우연히 달라이 라마의 「용서」
라는 책 앞에 머물게 됐습니다. 마음에 쉬이 들여놓을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이 수북한, 제
법 무거운 책이었죠.
한 장, 한 장 어렵게 앞으로 나아가자 마음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듯 했습니다. 달라이 라
마가 말하는 용서는, 결국 궁극적인 행복으로 가는 지혜였습니다. 참 애썼지만 그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흩어진 활자에 불과했던 그 문장의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
었던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였죠.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아파해야 하나 싶은 날이었습니다. 분한 마음에 잠을 잘 수도, 음
식을 먹을 수도 없었던 날. 상처로 얼룩진 시간이 길어지자 온갖 불안의 말들과 증오의 말
들을 마음속에 깊숙이 쏟아냈습니다. 그렇게 쏟아진 불안과 증오의 씨앗 들은 무럭무럭 자
랐고, 그만큼 크고 깊은 그림자를 마음속에 드리웠습니다.
인생 첫 종교를 갖게 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의 교리 수업을 받은 후에야, 달라이 라마의 <
용서>를 간신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체한 듯 오래도록 마음에 걸려 있던 문장이 조금
씩 소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용서’ 라는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자, 새
로운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 때문에 아파해 본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나간 인연일 뿐이야.”, “그냥 털어 버려라.” 하지만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의미다. 나의 상처만큼, 아픔
만큼, 누군가도 나 때문에 아팠을지 모른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용서의 지혜가
아니더라도, 오늘의 시간을 언젠가 사라질 누군가를 위해 쓰진 말자. 용서는 결국 나를 위
한 선택이자, 선물 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다시 다짐해본다.
나는,
나의 오늘을,
나에게 상처 준 이들에게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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