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소배관·밸브 지나는 작은 밀폐공간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사고 키워 |
■ 신고리 3호기 질식사고 왜 일어났나 벨브룸 내 산소측정기·호흡기 없고 비상벨 등 연락수단도 없는 공간 유족·업체 “2명은 오전에 연락두절” 한수원 “확인되지 않은 사실” 반박 |
2014년 12월 29일 (월) | 김준형 기자 jun@iusm.co.kr |
▲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안전관리자 3명이 질식해 숨진 가운데 지난 27일 소방당국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
지난 26일 신고리원전 3호기 질소가스 누출사고와 관련해 밸브결함이나 시공불량 가능성 외에 현장 안전관리에도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테러 등에 대비해 특별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안일한 대응으로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한수원과 현장 점검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질식 사고가 발생한 밸브룸은 30㎡ 면적의 작은 지하 2층 밀폐된 공간에 위치한데다 질소 배관과 밸브가 있는데도 산소측정기나 산소호흡기 등 안전장비는 비치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룸은 차폐돼 있어 휴대폰 통화가 불가하고 내부에 비상벨 등 연락수단마저도 없는 공간이다.
사고를 당한 업체 직원들도 산소측정기나 산소호흡기 등 안전장비를 소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질소가스 누출로 인해 산소농도가 적은 룸에 들어갔다가 영문을 모르고 질식해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직원은 모두 일반 직원이 아닌 안전관리직원인데도 안전수단을 갖추지 않았던 점에서 공사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역의 한 관련 업체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을 점검할 때는 산소측정기를 반드시 갖고 들어가야 하고, 산소호흡기도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소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종과 구조상황을 소방당국이나 경찰에 알리지 않고 업체가 자체 해결하려다가 추가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 및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먼저 사고를 당한 대길건설 직원 손모(41)씨와 김모(35)씨 등 2명은 안전 순찰을 나갔던 오전에 이미 연락 두절됐고 점심시간에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에 나선 현장 안전관리 용역업체 KTS쏠루션 직원 등 4명이 오후 4시 17분에 밸브룸에 쓰러져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KTS쏠루션 홍모(50)씨는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다 질식으로 곧바로 쓰러졌고 숨지기 직전에 나머지 직원 3명에게 “오지마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2명이 오전부터 실종됐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대길건설 등은 오후 4시 17분에 질식한 직원들을 확인해 현대건설을 거쳐 5시에 한수원에 보고했고, 현대건설이 소방당국에 신고를 한 시각은 최초 발견부터 1시간 가까이 흐른 5시 18분이어서 늑장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