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옷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 출신 축구 선수 프레데릭 융베르그(아스날팀). 활동성을 강조한 엘라스틴 소재의 아웃밴드형 드로어즈를 입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스러워지는 ‘크로스섹슈얼’ 시대. 속옷도 예외는 아니다. 사이즈만 알면 남자친구 팬티를 살 수 있었던 건 옛날 얘기. 이제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고를 때처럼 확인해야 할 게 많다.
“자기, 드로어즈(쫄사각)야? 복서스(헐렁한 사각)야? 브리프(삼각)야?” “로라이즈(밑위 짧은 스타일)? 아님 비키니(허벅지 부분이 깊이 파인 스타일)?” “면만 입어? 망사도 좋아?” 누가 그런 걸 입겠냐고? 지난 26일 롯데본점 ‘섹시쿠키’ 매장 직원이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라며 보여 준 것은 허벅지가 훤히 비치는 까만 망사 원단에 큐빅으로 로고가 새겨진 드로어즈였다. 화려한 색상에 끝단이 하늘거리게 처리된 일부 제품들은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업체들은 남성 속옷에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도입한 이후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 현란한 핑크색 꽃무늬의 드로어즈. 탄력있는 소재라 몸에 밀착한다. 1만5000원. 엘르 옴므. (왼쪽) 두꺼운 밴드에 만화가 인쇄돼 있어, 바지 위로 노출돼도 귀엽기만 한 '아니메'. 5만원.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가운데) 밑위가 일반 팬티보다 5cm 짧은 '로라이즈 복서 브리프'. 땀이 차지 않는 속건성·향균·방취 소재. 2개에 1만원 유니클로. (오른쪽)
‘남영L&F(임프레션)’의 김진복 팀장은 “남자들이 슬림한 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바지 속에서 구겨지지 않게 엉덩이에 딱 붙는 무봉제 드로어즈가 인기”라고 말했다. 일본 저가 캐주얼로 유명한 ‘유니클로’ 매장에는 ‘쇼트 복서 브리프’ ‘로라이즈 복서 브리프’ ‘복서 트렁크스’ 등 이름이 헛갈리도록 다양한 남성 팬티들이 한 쪽 벽을 채우고 있다. 인터넷에선 심지어 밑선을 이중 원단으로 제작한 ‘힙업형’, 뒷면이 아예 없는 ‘T팬티’도 인기 상품이다. 뒷면 없이 엉덩이를 감싸는 U자형 끈만 달린 캘빈 클라인 작 스트랩은 ‘허걱’ 소리가 나올 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매니아층이 구축되면서 2003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재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
피트니스 센터에서, 골프장에서, 혹은 애인 앞에서 속옷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진 요즘 남자들. 로라이즈 진(밑위 짧은 청바지)이 유행하면서 허리를 굽힐 때 팬티가 노출될 위험도 더욱 커졌다. 이 경우에도 ‘스타벅스형’ 선택의 여지는 남아 있다. 청바지보다도 밑위가 짧은 ‘울트라 로라이즈’ 팬티로 노출위험을 원천 봉쇄할 것인가. 바지 위로 자랑스레 드러낼 ‘아웃밴드’ 팬티로 위험을 기회 삼을 것인가.
▲ 뒷면이 없어 슬림한 바지를 입어도 자국이 나지 않는 '직 스트랩'. U자형 끈의 힙업 기능도 있다. 3만8000원.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왼쪽) 중앙을 제외한 앞부분이 망사 처리된 드로어즈. 까만 도트무늬와 큐빅 로고가 앙증맞다. 1만7000원. 섹시쿠키. (가운데) 포효하는 사자 프린트 좌우로 바람구멍이 뚤린 브리프. 보라색 원단에 금색 스파클사를 편직해 전반적으로 번쩍거린다. 2만2500원. 임프레션.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