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게 벌써 3년째입니다. 재작년 12월에 시작했다가 작년 11월부터 몇 개월 쉬고 4월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두 요양보호사를 접해 보니, 같은 일을 해도 개인의 특질, 수요자의 요구사항, 그 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서비스의 질을 달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요양보호사의 서비스를 받는 11개월여 동안 어머니께서는 우리만 보면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낯가림이 있으시고, 남을 집안에 들이는 걸 꺼리셨던 어머니의 평소 성격 탓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분이 오시고 나서는 달라지셨습니다. 이제 한 달 막 지났는데, 3시간 끝날 때쯤이면 벌써 갈 시간이 되었냐고 아쉬워하기도 하시고, 요양보호사가 “그럼 우리 집에 같이 가실래요?” 하면 “좋지요.” 하시기도 하는 걸 보고 가족 모두가 놀랐습니다. 엄마 성격상 엄청난 변화, 친밀감의 표현이거든요.
그런데, 집에 생긴 변화를 보면 이해가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전후 두 분께 요청한 건 똑같이 세 가지였습니다. 청소 도와 달라, 꼭 산책시켜 달라, 냉장고 한 번씩 봐 달라. 새로 오신 분은 세 가지 요청 사항은 기본이고, 알아서 어머니 가려운 곳을 긁어 주셨습니다. 생각 못 한 부분까지 챙겨주시는 걸 느끼곤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청소는 기본이고, 어머니 점심을 챙겨주시고, 동생이 보낸 부식류를 냉장고에 정리해 두시는데, 매주 집에 가서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여 두었습니다. 산책하러 나갈 때도 모자, 마스크, 장갑까지 챙겨주고, 손을 잡고 걸으십니다. 그저께는 베란다의 게발선인장과 바오바브나무 앞에 플라스틱 채반을 가려놓고 '배 터져요' 붙여 놓은 걸 보고 빵 터졌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나갔다 와서 보니 '살려주세요'를 더 붙여놓더군요. 엄마가 물을 너무 자주 주시는데, 말씀드려도 바로 잊어버리셔서 안 되니 이런 재밌는 말을 붙인 것 같았습니다. 구미서 가지고 온 반찬 몇 가지를 좀 정리해 주셨으면 해서 요양보호사 계실 때 잠시 들러 놔두고 나왔는데, 출장 마치고 들어가 보니 총각김치 사 온 건 엄마 드시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 소분해 놓고, 물김치도 금방 드실 것, 두었다 드실 것을 몇 개의 통에 나누어 정리해 두셨더군요. 참 기분 좋고 미더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급여를 받으시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 이상으로 해주시는 건 고마운 일이고 감동할 일이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요양보호사 개인의 특질 외의 요인도 한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때는 제가 보호자였고, 두 번째는 여동생이 보호자로 등재되어 얘기하기도 편했을 터이고,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나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요양보호사에 대한 우리 4남매, 어머니의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이런 좋은 분을 뽑아 우리에게 보내주신 나눔방문노인요양센터 김○○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친절하신 사진작가 ‘학명’님 덕분에 영천 보라 유채꽃과 꽃 터널을 원 없이 즐겼습니다.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442967811
요양보호사 오시는 시간을 피해 나 홀로 찾은 사문진나루터, 화원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자연을 즐기며 행복할 수 있는 삶에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441143267
달지못을 다시 찾았습니다. 역시 좋았습니다. 노란 우산의 역할도 컸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438983542
지난 주말에 고교 졸업 45주년 기념 야유회의 기억을 반추하고자 일부러 한 주 늦게 올렸습니다. 다시 한 번 장면 장면을 떠올려 봅니다. 48년 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431218168
삶에 감사드립니다.(메르세데스 소사/존 바에즈 노래)
https://youtu.be/ryn4BTGA28E
삶에 감사드립니다(모셔온 글)=========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빛을 주었죠.
그리고 별들이 가득 펼쳐진 높은 하늘과,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사랑하는 그이를 주었죠.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고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녹음해 넣을 수 있는 넓은 귀도 주었답니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언어와
소리와 알파벳을 선사하고
어머니와 친구와 형제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영혼의 길을 밝혀주는 빛도 주었고요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피곤한 발로 나아갈 수 있게 했어요.
그 두 발은 도시와 늪지,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걸었죠.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볼 때
악으로부터 멀리 떠난 선함을 볼 때
당신의 맑은 눈의 본바탕을 응시할 때
삶은 내게 그 틀을 뒤흔드는 마음을 주었죠.
내게 이처럼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하게 함으로써 내 노래와
여러분의 노래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 주었죠.
우리들 모두의 노래가 바로 제 노래랍니다.
삶에 감사드려요.
삶에 감사드려요.
삶에 감사드려요.
-----비올레따 빠라 작사작곡, 메르세데스 소사/존 바에즈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