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자로 보는 문화] 浚渫(칠 준 / 칠 설)
|
하천의 浚渫은 국가 경영의 요체일 수도 있건만 |
부산시가 '동천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동천의 浚渫공사가 자칫 '벽돌 옮기기'식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북항 공유수면에 속한 동천 하류 지역의 浚渫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구간의 오염토가 浚渫 구간으로 역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浚渫한 동천이 하류의 해양수산부 관할인 미준설 구간의 오염토로 다시 메워지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청계천 복원사업은 별반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영조 때에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청계천의 浚渫 작업을 노래한 채제공의 <浚川歌>(준천가)가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영조는 청계천의 浚渫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浚川司(준천사)를 설치하고 조정 대신들로 하여금 책임을 맡게 하였으며,浚渫 공사가 끝난 후 왕세손과 함께 광통교에 나아가 역부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스스로 <浚川銘>(준천명)과 <小序>(소서)를 짓기도 했다고 한다. 채제공의 浚川歌는 이 과정에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곤)은 물길을 막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고 禹(우)는 물의 성질대로 터놓았기 때문에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비단 치수(治水)하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요,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는 명종 때에 박계현이 왕의 물음에 답한 말이다. 물길을 터놓는 것의 핵심은 하천의 浚渫이니,하천의 준설이야말로 국가 경영의 요체라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浚은 우물이나 하천의 土砂(토사)를 치는 것인데,토사를 치고 나면 물이 깊어지므로 浚에는 '깊다'는 뜻도 있다. 깊은 호수를 浚湖(준호),깊은 참호를 浚塹(준참)이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우물을 치는 것을 浚井(준정)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호수나 참호를 깊게 파는 것 그 자체를 浚湖라 하고 浚塹이라 하기도 한다.
渫 역시 土砂를 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渫에는 '더럽다'는 뜻도 있고 '업신여기다'는 뜻도 있다. 한편,글꼴이 비슷한 泄은 '새다'는 뜻이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