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서를 읽다 보면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거의 대부분 반복되는 각각의 기준이 등장합니다. 남왕국 유다는 주로 다윗을 그 기준으로 삼고, 비교적 하나님 앞에서 정직히 행했던 아버지나 조상이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북왕국 이스라엘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었던 여로보암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자신의 아버지나 그 조상이 기준이 됩니다. 남왕국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행했던 다윗을 기준으로 삼아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정직하고 신실했는지를 살피는 데 비해, 북왕국은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행하지 못했던 여로보암을 기준으로 삼아 여로보암 정도로만 악했는지, 그보다 더 악했는지를 살핍니다. 즉 남왕국의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북왕국의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왕국의 왕들은 그 기준 자체가 낮은 데서 출발하기에 선(善)한 왕들이 없다는 것의 방증(傍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아마샤 왕을 이어 아사랴(Azariah)가 남왕국 유다의 제10대 왕이 됩니다. 아사랴의 다른 이름은 웃시야(Uzziah)입니다. 아사랴의 어머니는 예루살렘 사람인 여골리야(Jecoliah)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이름과 출신을 굳이 언급한 것은 믿음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함입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아합의 딸과 결혼한 결과가 얼마나 비참했는지와 비교되는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사랴는 그의 아버지 아마샤처럼 하나님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지만, 아사랴도 산당(山堂)은 제거하지 않았습니다(3절, 4절). 열왕기에서 산당을 제거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산당이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는 데 있어서 매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 당시 산당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제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신앙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이방의 우상을 섬기는 것과 교묘하게 섞이기도 할 수 있기에 하나님은 철저하게 율법에 따라 하나님의 성전에서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제사장들에 의해 제사가 드려지길 원하셨습니다. 우리의 편의대로 행하는 것이 우리의 온전한 신앙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산당을 제거하지 않은 것은 아사랴에게 흠이 되어 결국 나병에 걸리게 되었고, 나병으로 인해 별궁에 격리되어 거하게 되었으며, 아사랴의 아들인 요담(Jotham)이 남왕국 유다의 제11대 왕이 되어 다스리기 시작했습니다(5절). 산당을 제거하지 않고 두는 것을 사소한 것처럼 여겼기에 하나님의 징계가 임했다는 것을 돌아본다면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사소하게 여기며 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여로보암 2세를 이어 그의 아들 스가랴(Zechariah)가 왕이 되어 다스렸지만, 불과 6개월밖에 왕위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 악을 행하였기 때문입니다(8절, 9절). 그래서 야베스(Jabez)의 아들 살룸(Shallum)에 의해 처참하게 죽게 됩니다(10절). 그러나 스가랴 왕을 죽이고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된 살룸도 한 달밖에는 왕위에 머물지 못합니다. 살룸도 가디(Gadi)의 아들 므나헴(Menahem)에게 살해되었기 때문입니다(13절, 14절).
살룸을 죽이고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된 므나헴은 그의 초기에 이스라엘 전역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므나헴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군대 장군으로 디르사(Tirzah)에 거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살룸을 죽이고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로 갔던 므나헴은 디르사를 거쳐 딥사(Tiphsah)라는 성읍을 치게 되는데, 아마 딥사라는 성읍이 므나헴을 거역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딥사의 사람들이 강력하게 항거하였지만 결국 므나헴은 딥사를 점령하고 그 성읍의 아이 밴 부녀를 갈랐다고 기록합니다(16절). 므나헴이 매우 악독한 자였음을 부여주고 있습니다. 므나헴은 10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지만, 므나헴도 여전히 북왕국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었던 여로보암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17절, 18절).
므나헴이 북왕국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앗수르(Assyria) 왕 불(Pul)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불(Pul)은 앗수르의 디글랏 빌레셀 3세(Tiglath-Pileser Ⅲ)를 일컫는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자 므나헴은 이스라엘의 모든 부자들에게 은 오셉 세겔씩을 내게 하여 은 천 달란트를 만들어 앗수르의 왕인 불에게 주고 앗수르의 지지를 받고, 앗수르의 군대가 이스라엘에서 물러가게 합니다(19절, 20절). 은 한 달란트는 6,000드라크마의 금액이고, 한 드라크마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으니 단순하게 하루 품삯을 5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3천억 원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이니 엄청난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앗수르의 왕에게 거금을 바쳐서 자기의 왕권을 유지하고, 앗수르의 침공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은 북왕국 이스라엘이 앗수르에 의해 멸망하게 될 징조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우상을 섬기면서 악을 행했던 북왕국 이스라엘은 점차 기울어 가는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10년 동안 북왕국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므나헴이 죽고 그의 아들 브가히야(Pekahiah) 북왕국 이스라엘의 제17대 왕이 되었습니다(22절).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그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돌이키지 않고 죄에 남아있는 결과는 하나님의 심판과 징계였습니다. 우리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적당히 섬기는 것은 온전한 믿음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적당한 믿음이 아니라, 철저하고 온전한 믿음을 원하십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