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옥몽(속 금병매) <130>
*매옥은 시집을 가고, 금계는 이사를 가게되어 두 가족이 이별을 하게된다.
공씨댁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쓸쓸하게 말하였다.
"우리집은 딸이 곧 시집을 가야하니 이사를 못 가겠고, 언니네만 이사가면 되뎄네요."
"공씨댁은 매옥이를 시집 보내면서 같이 따라가 살게구, 우리 모녀만 쓸쓸히 남을테니 차라리 우리도 빨리 이사를 가버려야겠어."
여씨댁은 담담히 말하며 달력을 가져와 이사할 길일을 택해본다.
"매옥이가 시집가는 팔월 십육일이 이사하기에도 좋은 길이(吉日)이구만, 그 전날인 중추절에 절에가서 무사히 이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려야 겠네."
그때였다.
손 매파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들어왔다.
"좋은 소식이라우.
금이관 나리께서 한시바삐 색시를 데려가지 못하는게 안타깝다고 하시며,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애을 태우고 있더라구.
나한테 은화를 한 냥이나 주면서 맺어주어 고맙다고 하더이다, 그러니 공씨댁에서도 저에게 신경 좀 쓰시구려.
또 예물은 얼마나 해야 하느냐 그러시길래.
내가 얼른 아무리 적어도 설흔냥은 생각을 해야 체면이 선다 말씀을 드려 그러기로 약속했어요.
혼수를 돈으로 애기해서 좀 뭐하긴 하지만 설흔냥이라면 작은 돈이 아니지요 아주 복을 그져 잡은 거지요.
그런데, 공씨댁 생각은 어떻수?
신랑이 많은 하객들을 데리고 말을 타고 악기를 연주하며 시끌벅쩍하게 색시를 데리러 올 수도 있지만 여기가 워낙 비좁아서 잔치를 벌린다는 것도 문제구, 딸이 금이관 첩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하객들에게 회자되면 입방아에 오를 것이니, 차라리 조용히 함이나 받고 조촐한 술상이나 차려 신랑 친구들 한테만 접대하는 것이 더 실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우? "
"그게 좋겠군요.
그럼 날짜를 정하고 함잽이가 몇명이나 오는지 미리 알려 주시면 거기에 적합하게 술상을 준비하게요?"
공씨댁이 머리를 끄덕여 주자.
손 매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갔다.
시간은 유수같아 어느덧 8월 11일이 됐다.
공씨 모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을 깨끗이 청소한 뒤 금이관 합목아가 예물함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여씨댁과 금계도 옆에서 거들어 음식 장만을 했다.
점심 무렵이 되자.
손 매파의 뒤를 따라 합목아의 부하 군사들이 예물단지를 줄줄이 어깨에 메고 들어와 짐을 내려놓자 작은 뜰안이 가득찼다.
손 매파는 군사들을 내 보내 근처 주점에서 술을 마시게 하고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아무도 모르게 오십 냥의 은전함을 열어 이십 냥을 슬쩍하여 소매속에 감추었다.
그리고는 돗자리를 가져오라하여 대문 앞에 펴놓고는 공씨댁을 나오라 하여 신랑이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사모관대에 화려한 예식복을 차려 입은 합목아가 말을 타고 도착했다.
십여명의 장정들이 말을 타고 그뒤를 따라왔다.
문앞에 도착한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렸다.
마중나온 공씨댁에게 절을 올렸다.
손 매파가 즉시 매옥을 나오라하여 신랑에게 절을 올리게 했다.
금계가 어제부터 매옥을 도와 얼굴도 마사지해주고 화장을 도와 주어서인지 매옥은 새색시로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매옥은 물론이고 금계 역시 신랑 합목아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두눈을 크게 뜨고 요모조모 자세히 살펴본다.
금계가 보니 매파에게 듣던데로 과연 허여멀쑥한게 기생오라비비 같이 곱다랗게 생겨 은근히 부러웠다.
"제법 한가닥하게 생겼네!
매옥이는 좋겠다."
금계는 합목아를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게 보여 옷을 홀딱벗겨 보고픈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러워 했다.
손 매파는 합목아에게 매옥을 추켜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으리, 어떠세요?
온 성안을 다 뒤져봐도 이 색씨 만큼 예쁜 아가씨가 어디있겠어요?"
그리고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매옥에게 합목아를 칭찬한다.
"이 늙은이 말이 거짖이 아니지요?
어느 대갓집 자제가 이 나리 만큼 훤하게 생겼겠수?"
그러나 매옥은 합목아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지는 못하고 절을 한 뒤에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공씨댁이 자리에 남아 사위에게 대접하려 하였으나 일이 바쁘다는 핑게로 차만 마시고 예물이 약소하다는 인사치례만 한 뒤 말을 타고 돌아갔다.
차려놓은 혼사 음식은 손매파가 챙겨가지고 가라고 했다.
소개비로 양쪽에서 챙긴 손 매파는 예물함에서 은전 이십 냥까지 가로챘으니 실제 예물의 반을 뜯어간 셈이 되었다.
금계는 매옥의 신랑 합목아가 돌아가고 나자 자신도 모르게 절뚝이 유조가 생각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이 솟구쳐 올랐다.
안으로 들어와 매옥에게 신랑이 넘 잘생겨 부럽다고 말하면서, 절뚝이 유조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다.
"아이구 그웬수!
뒈져버리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그럼 나도 매옥이 신랑 같은 미남 신랑하나 얻는 것은 문제도 없을텐데, 그 작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과부아닌 과부 신세로 살고 있으니 누가 청혼을 해온담, 아이구 내 팔자야!"
"할멈, 우리 딸한테도 금이관 나으리 같은 신랑 하나 중신서 주구려."
금계의 심정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여씨댁이 손 매파에게 말을 건넸다.
손 매파는 금계를 바라보며 놀라워하며 좋아한다.
"아니, 이 아가씨도 아직 정혼하지 않았수?
아이구, 난 그것두 몰랐네.
아 이 아가씨같이 예쁜 처녀라면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리구 덤벼 들것이니 걱정 안해도 될거유?
내 꼭 훌륭한 신랑감을 구해서 오겠수."
중추절이 되자, 여씨댁은 금계와 함께 이사하기에 앞서 먼저 중요한 물건 몇가지를 가지고 대각사에 가져다 놓고, 거처할 방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돌아 왔다.
그들 모녀가 거처할 집은 이층으로 된 누각으로 뒤편에는 조그만 채소밭도 있어 대부분의 채소는 손수 길러서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누각과 채소밭 사이는 원래 이사사의 정원이었다.
그래서 두 그루의 계화(桂花) 나무를 비롯한 여러종류의 꽃나무가 있어 꽃이 필때면 주위가 온통 꽃향기로 가득했다.
중추절의 휘영청 밝은 달아래 두 중년의 여인과 무르익을 데로 익은 요염하기 짝이없는 두 계집이 주안상을 차려놓고 함께 마지막 이별을 아쉬워하며 잔을 부딧친다. 낮이 되면 친자매 같이 밤이되면 사랑하는 애인같이 어울려 다정하게 지내다가, 이제 날이 밝으면 한쪽은 시집을 가고, 또 한쪽은 이사를 간다.
이별도 한 날 함께 닥쳐오는지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기에 두사람의 가슴을 찢어질 듯 아프게하는지 모르겠다. 두 아가씨가 소리없이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그 모습이 흡사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 같았다.
앞으로 이별한 두집안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계속해서 13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