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바디스캔(body scan)
"내 몸아, 고맙고 미안하다"
바디 스캔은 몸의 각 신체 부위를 그야말로 하나하나 새롭게 바라보는 명상법이다. /출처=셔터스톡
오늘날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라고 알려진 마음집중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이것은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8주간의 스트레스 완화와 이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은 불교의 사띠(sati) 명상을 응용하여 만든 프로그램인데, ‘sati’는 마음챙김/알아차림(awareness)과 마음집중(mindfulness)의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는 명상법이다.
바디 스캔(body scan)은 MBSR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다. 바디 스캔은 몸의 각 신체 부위를 그야말로 하나하나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알아차리는 명상법이다.
MBSR 프로그램에서는 바디 스캔을 대략 45분 정도로 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그보다 훨씬 짧게 혹은 훨씬 길게 해도 된다.
그러면 바디 스캔을 하는 이유는 뭔가?
바디 스캔을 하는 이유는, 첫째는 몸의 각 신체 부위를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데에 있고, 둘째는 이제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을 새롭게 알아차리는 데에 있다.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하여 발바닥, 발등, 무릎 관절, 허벅지, 배, 등, 몸속의 장기들, 가슴, 어깨, 턱, 코, 눈, 이마, 머리 등을 생생하게 바라본다. 이것은 호흡명상과 함께 마음챙김을 위한 좋은 훈련이다.
45분 정도의 바디 스캔을 충실하게 하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크게 이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두통이나, 불쾌감을 주는 몸의 찌부둥한 상태도 많이 완화된다. 소위 말하는 ‘멍때리기’를 훨씬 넘어선다.
바디스캔은 우리가 신체 각 부위의 모습과 기능에 대하여 새롭게 알아차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나는 짧게는 5분, 길게는 1시간 혹은 2시간 정도 바디스캔을 할 때가 있는데, 길게 하는 바디스캔은 비행기나 기차 여행을 할 때 유용하다. 비행기나 기차 등의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바디스캔을 하면 집중도 잘 되고, 시간도 잘 간다.
바디스캔을 길게 할 때는 세포와 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neuron)과 시냅스(synapse)까지도 생생하게 살펴본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일어날 때마다 시냅스가 서로 연결하여 신경회로를 만들어내는 모습, NK-세포 등의 면역세포들이 암세포와 전투를 벌이는 모습 등을 지켜보면 경이롭기조차 하다.
때로는 신체 부위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나의 심장아, 너는 더러워진 피를 받아들여 정화시켜서 깨끗한 피로 만들어 나의 온 몸에 보내느라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고 있구나. 그런데 나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생활로 그런 너를 더욱 혹사시키고 있구나.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간화선에서 화두를 잡고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다도(茶道)를 하면서 차를 끓이고, 차를 따르고, 차를 마시는 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음과 함께 계속 흘러가는 것도 집중명상의 기능이 있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