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사랑
정안면
그대와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의 물음과
너무 오랜 사랑의 의미로
서로를 슬프게 하네
오늘도 바람은
아무에게나 불어오지 않네
바람은 그대의 흔적을 따라
내 가슴으로 불어오는 것이네
그대와 나는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를 뜨겁게 붙들고
서로를 절실히 구속하지 않았을까요
세월은 가도
사랑은 강물로 흘러가는 것이니
사랑이여
내 깊고 오랜 사랑이여
쪽빛 강물로 흘러가는
청춘의 사랑이여 사랑의 이름이여
그대의 푸른 이마에서 빛나는
그대의 간절한 사랑하나가
오늘 내 가슴에서 두근거리고 있네
어느 날 불현듯이 생각이 나겠지요
바람과 함께 꽃잎으로 우리는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이 추억의 이름으로 기억될 때 그대는 아름답다 어느 날 불현듯 그대 생각이 날 때 정다운 이름으로 호명되던 날들의 따스했던 하얀 눈송이들이 오늘 내 마음에 흩날린다 언제나 사랑의 기억은 가슴 아리고 푸른 멍에로 쓰라려 오늘 아프다 눈이 내리고 갈 길의 흔적이 사라진 길 위에서 오늘 나는 서성이며 그대를 기다리네 나는 오늘 어디로 누구와 함께 가야 하는가 푸른 기다림의 생의 간이역에도 가을이 오고 푸른 잎새 나부껴 바람에 뒹굴며 세월이 가네 그 세월 속으로 빛바랜 사진첩의 얼굴들이 뒤따라오며 가을은 이미 깊었네 멀리 한 점 불빛이 따스하게 내 마음을 적시며 사무친 그리움으로 쏟아지던 별똥별 찬 별빛 내 마음에 쏟아지고 바람이 불고 사랑이 가고 겨울이 오고 함박눈 소리 없이 내 마음에 휘날릴 때 그날이던가 그 어느 날이던가 불현듯이 그대가 생각이 나겠지요 오늘 슬픔처럼
—계간 『시에』 2012년 겨울호
정안면
전남 광주 출생. 1985년 『민의 3』으로 등단. 시집 『찔레꽃 하얀 꽃잎』, 『사랑을 찾아서』, 『지상의 그리움 하나』, 『꽃눈이 그대 어깨 위에 내려 앉아』, 『바람의 행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