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수선해 주세요 / 김도이
소문이 돌았다
늘 맞고 산다는 수선집 여자
재봉 가위에 찔렸다는 그 여자의 사내
바람이 싣고 갔다는, 핏물 밴
장미 향이 동네방네 폭력처럼 돌아다니는 계절의 일이었다
이따금 부어터진 입술에 검붉은 피멍을 꽃잎처럼 피우고, 들들들 재봉틀 돌아가던 그 집에 임시 휴업 종잇장이 덩굴장미 이파리 떨어져 나가도록 펄럭이고, 된서리 내려앉은 다 늦은 시절까지 소문은 고장 난 노루발 자국처럼 이리저리 삐져나왔다
귀가 시린 12월 아침
통증을 몰고 오는 눈보라처럼
그 여자 깡마른 울타리에 찢긴 오리털 재킷은
가시를 세운 산책로에 붉게 물들어
절명 직전 부풀어 오르는
독
무심한 입술로 여자는
다 죽어 가던 것이 독하기도 하지
넝쿨 뒤에 숨어드는 소문들을 잇대어
울타리를 깁고
상처와 상처는 서로를 감춰 주어
건드리면 기어이 피를 보고 마는 흔적이 봉제선으로 남았다
- 시집 『장미를 수선해 주세요』 (시작, 2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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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이 시인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2014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얼룩의 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