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부쳐
김관식
길을 가다 보니
외딴집 한 채가 비어 있었다.
무슨 이 집의 연척(緣戚)*이라도 되는 양
앞뒤를 한 바퀴 휘둘러보다.
구렁 난 지붕에는
풀 버섯이 같이 자라고
썩은새* 추녀 끝엔 박쥐도 와서 달릴 듯하다.
먼지 낀 툇마루엔 진흙 자국만 인(印) 찍혔는데
떨어진 문짝 찢어진 벽지 틈에서
퀴퀴한 냄새가 훅 끼치고
물이끼 퍼런 바가지 샘에
무당개구리 몇 놈이 얼른 숨는다.
이걸 가지곤
마른 강변에 덴 소 냅뛰듯
암만 바시대도
필경 먹고살 도리가 없어
별똥지기 천수답(天水畓)과 골아실 텃논이며
논배미 밭다랑이 다 버려둔 채
지게 품을 팔고
막벌이를 하더라도 도회지라야 한다고……
오쟁이* 톡톡 털어 이른 아침을 지었을 게고
가다가 차 안에서 먹을 보리개떡도 쪘을 테지만
한번 떠난 뒤 소식이 없고
장독대 옆에
씨 떨어져 자라난 맨드라미 봉숭아꽃도 피었네.
돌각담 한 모퉁이 대추나무에
참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들어
심심파적으로 주인의 후일담을 말해 주는 양
저 혼자 재재거리다 말고 간다.
찌는 말복(末伏) 철 저녁 샛때
귀창 터지거라
쓰르라미만 쓰라리게 울고 있더라.
출생 1934년 충남 논산
사망 1970년 (향년 36세)
동국대학교 중퇴
서정주 추천으로 등단
시집 1952년 《낙화집》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