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용인'서 특별전(3.19~6.14)
불연속과 점점의 의미
1960년대 '뉴텐텐던시(새 흐름)부터, '디지털예술'까지
개막 연주, 케레멘-전현석 작품.,..백남준 숨소리 들려
2026년 3월19일 개막한 용인시 백남준 아트센터의 '불연속의 접점들(Circuits of Chance, 6월14일까지)' 기획전은,
문화예술계에서 하나의 사건이라 불릴 만큼 역사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예술계의 거장 백납준과 크로아티아의 미디어 아트가 서로 다른 時空間에서 형성한
실험적 예술들이 마치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만나고 通한 접점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크로아티아는 지중해 의 이탈리아, 그리스, 루마니아와 이웃한 유럽국가다.
생각만 해도 먼 나라의 예술인들이, 어떻게 한국의 예술가와 서로 통하는 접점이 생긴 것일까.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담겨있는 놀라운 전시가 용인에서 열린 것이다.
이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이 주최-주관을 하고 크로아티아 문화부와 자그레브시,
기업 몬드리안 펀드에서 후원을 했다.이번 전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960년대 유럽의 '뉴텐던시(new tendency, 새로운 흐름)'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반
예술작업까지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용인에 몰려온 미디어 아트 모험가들
크로아티아 작가 16명 참여
크로아티아 작가 고란 트르불랴크, 다르코 프리츠, 단 오키, 달리보르 마르티니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블리디미르 보니치치,
산드라 스테를레, 산야 에베코비치, 안드레야 쿨쿤치치, 알렉산드르 스르네츠, 이반 라디슬라브 갈레타, 이반 마루시치 클리프,
이반 피첼리, 카탈린 라딕, 콜로만 노바크, 토모 사비치 등 16명이 참여해 조각, 설치물, 비디오, 사진 등 26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개막식에서는 크로아티아 현대음악의 거장 밀코 켈레멘과 작곡가 전현석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밀고 켈레멘은 백남준과 교류했던 작곡가로 국제음악축제인 자그레브 음악 비엔날레를 창설한 사람이다.
이 공연에서 켈레멘의 초기대표작 '콘체르탄테 즉흥국(1955)'과 서프라이즈(1967)'가 연주되었고
전현석의 '확산하는 점들(2017)'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전현석의 작품은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화음 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진행된 이 공연은 귀를 의심케 할 만큼 경이로웠다.
이날 개막식 연주는 백남준이 시도하던 기계음과 찢어지는 마찰음, 급박한 단절, 긴장감과 묵중함, 난데없는 파열음과
엇박자들이 자아내는 모던하고 참신한 감각을 , 백남준의 호흡처럼 펼쳐내고 있었다.
이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멀리 떨어진 양국에서 시대의 靈感을 접속하는 듯 공시공명(共時共鳴)을 발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익서이 이번 전시의 묘체이며 매력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의 백남준 예술과 크로아티아 예술가들의 추구와 작품이 예기치 못한 접점을 만들어 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아 왔다는 사실을
이 전시가 드러내고 있다고 할까.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지역과 시대에서 형성된 예술 실천이 교차하며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다.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백남준과 공유하는 지점을 세 시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첫 시기는 1960년대에 휩쓸었던 국제적 미술운동 '뉴텐던시'에 주목한다.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전개된 미술 운동으로, 국내엔 처음 소개된다.
두 번째 시기는 실험작 비디오 실천을 통해 전개된 크로아티아의 1970년대 비디오로 보여준다.
이시기에 는 비디오 실험과 신체의 탐구를 통해 메체가 인간 감각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다.
세 번째 시기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당시 최신 기술을 활요한 크로아티아 작가들의 실험적 활동을 조명한다.
초기의 우연하고 불연속적이던 접점은 이후 지속적인 예술적 관계와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평행선에서의 출발과 직접적인 교류, 다음 세대로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이어진 예술적 연결'을 살핀다.
크로아티아의 '뉴텐던시 예술'을 맛보다
2026년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전시는, 유럽의 1960년대 초반 '뉴텐던시 운동'을 한국에 본격 소개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뉴텐턴시는 당시 전통적인 미술을 해체하고 새로운 매체를 실험했으며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예술의 장을 만들어 왔다.
이에 더하여 예술 또한 인간이 연구해나가는 하나의 성취로 보고 기술 발전 역시 함께 적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펼쳐나갔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인 자그레브는 뉴텐던시 운동의 중심이었다.
1954년 설립된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은 1960년대 초부터 5차례 전시를 열어 전통미술의 형식을 해체하며 새로운 매체 실험을 추구한다.
미디어 아트와 초기 컴퓨터예술로 꽃피기 시작한 '뉴텐던시'는 예술을 연구 행위로 규정하고 관객의 능동 참여를 강조한다.
세계의 예술가와 예술이론가들, 기술자들은 이곳에 모여들어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예술의 방법론 속에 확장하고
'미디어 아트'라는 낯선 장르를 대중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시간-데이터 따라 변하는 '생물 추구' 예술
2000년대 이후 디지털 환경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면서 크로아티아의 미디어예술은 , 하나의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과
데이터에 따라 변하는 '생물(생물)을 방불하는 작품'의 창조에 주력해 왔다.
놀라운 것은, 유럽에서 이와 같은 예술의 내면 혁명이 첨단 기술을 등에 입고 급진전되는 동안, 한국의 백남준이 그 뉴텐던시의 혁명성을
선구적인 시대감수성과 창의적 안목으로 포착해 내고 스스로의 실험적 예술 세계로 수준 높은 성취를 이뤄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백남준아틋내터의 전시기획 '불연속의 접잠들'은 그 현상과 성취의 동시성과 연결성을 살핀, 예민하고 통찰력 있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
닿지 않았으나 만난 무엇, 연결되지 않았으나 하나가 된 무엇, 그 불연속의 접점은,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이 전시는 , 그 접점의 확인과 의미에 주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전에 백남준 인터뷰한,
크로아티아 작가 2명 한국 전시에 참여해,
놀라운 영상 실험작 공개
백남준의 '티브이 해체' 사건
1963년 백남준은 독일에서 텔레비전을 해체하며 세상을 놀래킨다.
이에 앞선 1961년 아드라아해 건너편 자그레브 현대미술관에서는 뉴텐던시 전시가 시작됐고
1968년에는 '컴퓨터와 시각 연구'라는 주제로 알고리즘을 예술창작에 도입하는 핵심적인 제안을 선보인다..
1965년 뉴텐던시 참여작가들은 뉴욕 현대미술관 옵아트 전시의 '반응하는 눈'에 초청되기도 한다.
이번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에는, 크로아티아의 작가들이 백남준을 인터뷰한 영상기록이 등장한다.
달리보르 마르티니스, 산야 이베코비치의 자그레브 인터뷰(1993)와 '뉴욕인터뷰'(1982)이다.
마르티니스-이베코비치, 백남준 인터뷰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와 산야 이베코비치는 각각 1982년 뉴욕, 산야이베코비치는 1968년부터 1871년까지
자그레브 파인아트 아카데미에서 그래픽을 공부했다.
1982년 영상에서 백남준은 성장과정과 반 낭만주의적 태도, 기술과 에술의 관계, 과학과 예술, 실존적 질문,
텔레비전과 비디오 매체에 대한 자신의 감정, 예술가들이 지속적인 격려를 받아야 하는 이유 등에 관해 언급한다.
자그레브 공예예술박물관 식당에서 인터뷰를 한 1993년 영상에서 백남준은 이런 말을 했다.
'예술적 경쟁이 없는 단순하고 평온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려는 순간에도 경쟁을 하지 않으려 애쓰죠.
저는 게으르죠.'
그는 이날 자신이 자본주의의 메시아로 불리는 까닭에 대해, 안간이 지닌 잔혹한 본성에 관해,
공산주의가 실현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마르티니스 작품, 32년 사이 영상 대화
이번 용인 전시(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1986년 작 '비디오 설치물, 3채널 비디오'는 15대의 모니터가 제각각 다른 각도와 다른 깊이로 묻혀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돌기둥처럼 솟아 올라와 있거나 모래 늪에 빠져있거나 아예 표면 밑으로 '자뭇'한 듯한 것도 있다.
모니터 15개와 그것의 다양한 배치는, 일본 교토 료안지 선불교 사원 내부정원의 돌 배치에서 따왔다.
'달리보르 마르디니수가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에게 말하기를'(1978~2010)이란 작품은 32년에 걸친 시간의 지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78년 마르티니스는 캐나다 벤쿠버의 무대에서 미래의 자신에게 22개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장면을 텔레비전 인터뷰처럼 찍었다.
질문을 한 뒤 에는, 22년 뒤인 2000년에 답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약속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살제로는, 그보다 10년 더 흐른 2010년에 마르티니스는 공개적으로 답을 했다.
산야 이베코비치의 얼굴 없는 상반신
백남준의 뉴욕 인터뷰를 진행한 여성 작가 산야 이베코비치가 출품한 '메이크업-메이크다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베코비치는 머린마 얼굴이 보이지 않는상반신을 화면에 가득히 담고 있다.
머리와 얼굴을 화면에서 뺴버렸기 때문에, 여성의 상반신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의 전형성(典型性)을 새롭게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화면 속의 그녀는 화장품을 여러 가지 발라보거나 로션과 파우더가 담긴 통을 마치 유혹을 하는 듯한 동작으로 만지며 립스틱을 돌려
위아래로 꺼내 올렸다 넣었다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티비의 영상광고나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동작들이다.
화장품들은 은밀히 혹은 무의식적인 '관능의 유혹'을 상품으로 삼기도 한다. 용인소식 최재팀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