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날이다.
상쾌하게 출발해야지만 흐린 하늘 탓에 썩 유쾌한 출발은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늘의 뜻인 걸 어쩌겠는가?
그저 따르는 수밖에.
8월의 달력을 넘기고,
아침에 새로 편 9월의 달력에 휴일 숫자가 확 눈에 띈다.
추석 명절을 비롯해서 모두 7일간의 붉은 색,
그리고 토요일 4일까지 합쳐 11 일.
한 달 30일 중에서 일하는 날이랬자 겨우 19일 뿐이니
우스갯소리로 "이래가지고 소는 누가 키우겠노."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이야 죽든 말든
철 밥통(?)들의 입이 귀에 걸리게 생겼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매년 그래 왔지만,
9월은 조상님들 치송에 은근히 신경 쓰이는 달이다.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추석 명절,
그리고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벌초 등,
허투루, 얼렁뚱땅 넘기지 못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친척들이나 형제들이 때가 되면
말 한마디에 다들 알아서 움직여왔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코로나’를 핑계로 불참 인원이 늘어났다.
날씨는 더운데다 벌,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정작, 조상님이라 한들 얼굴 한 번 뵌 적 없으니
무슨 정으로, 어찌 가고 싶겠는가?
“울고 싶던 차에 뺨 맞은 격.”이라고나 할까.
그들에게 ‘코로나’ 는 차라리 구세주의 등장과 같은 셈이다.
나 또한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니
좋게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작년처럼,
고향 마을의 지인에게 벌초 대행을 부탁해 두었다.
가뜩이나 젊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믿고 맡길 데가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것도 전화 한 통으로.....
물론,
대행업체들이 있다고는 하나 그 성의가 문제이다.
비용이야 당연히 지불해야 하지만 이 무더운 여름철에
누가 남의 일을 자기일 같이 하고 싶겠는가?
대신 해 준다는 사실에 감지덕지해야 할 뿐,
성의까지 바란다면 무리한 요구다.
결과적으로,
조상님들 산소 벌초를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은
정말 죄송스럽고 면목 없는 일이고,
염치까지 없는 일이지만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다른 도리가 없으니 조상님들께서도
좋게 이해하시겠지 뭐.
아무튼,
나의 진심을 담은 이런 새실이 조상님들의 눈에
'악어의 눈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새실 끝 -
곧, 폭우라도 쏟아질 것 같은 아침입니다.
모두들 건강 챙기는 하루되시고,
행복한 9월 맞이하세요 들.
안녕!
첫댓글 그럴 것 같아서 진작 아파트(공원묘지)로 모셔놨지요. 좌택시,우버스라고 가기쉬운 곳으로.
그런데 그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잘 유지가 될지 걱정이 돼서 한 100년 관리비를 선납하는 것을 의논하고 있습니다.
또 한 50년 제수용품 비용(미리 주면 써버릴 것 같아서)도 구독계약을 해놓을까 하고.
나 죽으면 내 무덤에 소주 한 잔 뿌려줄 놈이 있다고 장담을 못하겠네요.
나도 대행 벌초하고 토요일 성묘하러 갑니다.신새벽에 출발해서 동해면 상촌 입고성 선대,그리고 시제모시는 조상산소 몇군데 성묘하고 양화리로...
우리 대나 세태따라나마 성묘라도 하지 아랫대는 고마 저어 알아서 하도록 해야지,멕아지 끌고 매번 다닐 수도 없고...묵히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화장해서 뿌리는 것으로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