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9년 전(2011년 5월 8일) 어버이 날에
제네바에 살고 있는 막내딸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어제 어버이 날, 밤 늦게 잠이 오지 않아 옛 보관 자료를 뒤적이다가
이 편지가 보여 읽어보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와 여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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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년 전, 어느 어버이 날!
저는 중학생이었고,
아버지는 바깥일로 힘드셨던 때 였어요.
강남 논현동 집, 맨 아래층에 있던 커다란 책상에 아버지가 앉아계셨는데
제가 우연히 들어갔죠.
그때, 잠시였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반짝거리는
아버지의 눈물을 난생 처음으로 봤었어요.
딱 한마디 하셨지요.
"우리 아빠 엄마가 참 그립다.."
:
:
저희가 태어나기전에 돌아가신 두 분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으시던,
그리고 늘 태산같이 커다랗기만 했던 아버지셨는데..,
그때, 전 그냥 당황되고 안스럽고.. 아무 말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 저희 사남매를 뒷바라지 하시느라
아버지 이십대 중반에 돌아가신 두 분을 그리워할 여유도 없이 달려오셨을
아버지의 삶이 이제 조금씩 짐작이 되기 시작합니다.
제가 맡은 UN의 인권업무를 하면서,
순간 순간 판단할 일들을 마주 대하면 잠시 멈춰서 기도하고,
우리 아버지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
무얼 갖고 싶으세요?
무얼 잡수코 싶으세요?
:
:
참, 그런데 아버지!
저는 아직, 아빠 앞에서는 어린이에요
이번 어린이 날, 그냥 지나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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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희 어린이날 선물 뭐 사주실 껀데요???
저 갖고 싶은 거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