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아침 설렘
시간에 대한 설렘
나이가 들면 추억을 곱씹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점차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달이 유난히도 밝은 밤이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옛사랑 생각이 나는가 하면 봄이 와서
겨우내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잎이 돋기 시작하면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 어릴 적 놀던 동네가 떠오른다.
언젠가 한 번은 여행을 가서 문인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일행 중 나이든 한 분이 옆에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보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적어놓은 글귀를 보더니 “달을 보면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그립고 아련하지만,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이 괴로우니
차라리 안 보겠다는 것. 정말 애틋하고 아름다운 정경이 아닐 수 없다.”고
아주 그럴듯하게 해석을 내놓았다.
나이가 그만큼 들었으니 나이든 나의 속내를 그렇게
척하니 읽어내는 것이리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아주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감정이 부착된 기억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래 남는다.
그런데 기억은 우리가 저장해놓은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새롭게 자꾸 편집한다. 그래서 세월이 갈수록 기억이 조작되기도 하고 오히려
기억이 빠진 퍼즐이 맞추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은 나쁜 감정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좋은 쪽으로 왜곡된 편집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 뇌의 본능적인 작용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선 뇌의 이런 성질을 쾌락주의의 원칙 Pleasure principle이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철저하게 가슴 아팠던 첫사랑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따뜻하고 애틋한 기억으로
남게 되고 이때쯤 되면 인생에서 크게 상처받았던 순간들까지도 웃
으며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기억의 마술 같은 편집 실력 때문이다.
<……>
그래서 모든 추억은 아름답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달콤해진다.
향수는 우리의 뇌 건강에 특히 유익하다는 뇌 과학 보고가 많다.
옛날의 좋았던 시절을 떠오리는 순간의 기쁨, 쾌락의 피가 영역 하부에
불현듯 빛이 난다.
이럴 때 도파민이 펑펑 쏟아진다.
<……>
이미 살아버린 지나간 날들이 이렇게 다시 설렐진대
새롭게 살아갈 날들에 대한 설렘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한창 팔팔한 나이에 나는 마치 내가 언제까지나 그렇게 팔팔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나의 늙은 미래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나이를 먹고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게 남은 날들을 가만히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얼마나 남았는지 나도 모르지만 옛날처럼 막연하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매일 아침 나의 하루는 설렘으로 시작된다.
눈을 뜨는 순간 나는 내게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리고 감사와 함께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이러나
20분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감사 기도를 드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은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기도가 끝나면 제자리 뛰기를 10분쯤 한다.
소위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들은 하루 이틀 해서 효과가 나는 것이 없다.
무조건 꾸준히 해야 한다.
나는 이런 나만의 아침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50년 가까이 해왔다.
설렘이 가득한 아침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읽던 책을 일부러 머리맡에 가져다 놓으면
궁금했던 책의 다음 부분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내게 주어진 오늘은 어제 생을 다한 이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갖고 싶었던 시간이다.
내게도 그러한 이별이 언제 어느 순간 닥칠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온전히 내 손에 쥐어진 이 하루의 삶을
정말 충실하고 후회 없이 잘 살아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것은 꼭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며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
내가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는 어느 순간에 이별이 나를 찾아올지 모르고,
후회와 미련을 남길수록 생을 뒤로하는 발걸음은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0162~
출처 >도서 >[/어른답게 /삽시다] 이시형 에세이
≪후기≫ solbalam 1224 유성 박한곤
"내게도 그러한 이별이 언제 어느 순간 닥칠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온전히 내 손에 쥐어진 이 하루의 삶을
정말 충실하고 후회 없이 잘 살아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본문>
상기한 글이 전하는 메시지가 보약같이 닦아 오니
작가님을 향한 감사로 읽고 또 읽어본다.
노년이 되고 보니 아무래도 노령 작가님들을 손을 거친 글(책})들을 좋아하게 됨은,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잘 익은 과일처럼 발효된 지식과 사고력이 품어내는
정감과 세파에 시달린 겸손이 진한 인생의 향기를 발산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의 결과인 것도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 설렘은 생각의 활력산소 입니다.
'노령환자'인 저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오늘 새벽 설렘으로
또 하루를 버티어 나갑니다.
소박한 구상이 전계 되는 삶이라는 과정에서
미미한 '성취의 기쁨'을 흥겨이 찾을 수 있는 자기만의 설렘이 없다면
삶의 연속은 불가능합니다.
설렘은 살아있는 유한의 상상을 뛰어넘는 비약 飛躍 하는 생각의 폭발음입니다.
설렘 없는 삶은 ‘사막길 여행’ 같은 여정입니다.
날마다 가슴 설레는 시간 많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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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 답하는 설렘 =설렘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 두근거리는 느낌입니다.
사람, 사건, 사물 때문에 생기는 감정의 움직임을 뜻합니다.
첫댓글 잘 보고갑니다.
感謝합니다.
성불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