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학부형들을 보는데 요즘에 감기가 유행이다. 애들은 거의 한차례 뺑돈다고 봐야하고 그러다보니 학부모들도 덩달아 걸린다. 오늘아침에 한 학부형보고 감기 좀 괜찮냐고 했더니 많이 나았단다. 애들감기보다 어른감기가 더 독하다고. 가만 생각하니 애들 걱정하기도 바쁜데 무슨 학부형 감기걸린 것까지 안부를 물어야 하는가. 지버릇 개못주는거다.
춤추는 사람들은 일반생활에서도 너스레를 떠는 경우가 많다. 춤방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보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좀 친하다싶은 여인네들하고는 개인적인 농담도 던진다. 또 요즘 여자들은 옛날과 달리 내외가 덜하다. 그러다보니 춤방 버릇이 그대로 나온다. 자 과연 이게 바람직한건가.
남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거야 나무랄 일없다. 그런데 조금 뭔가 더 앞으로 나가는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오늘은 체신을 좀 지켜야지 해보지만 말을 나누다보면 그게 잘 안된다. 나이가 들어가면 성격도 비뀌는가보다. 옛날에는 외간 여자랑 말섞는건 생각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게 나도 모르게 변한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한다. 춤방은 춤방이고 학교는 학교교 직장은 직장이다. 자기가 속한 바운더리에 적합한 처신이 있는거다. 이리 생각하면 참으로 세상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의와 처신이란 상대가 있는거다. 나혼자 히히닥댄다고 다 통하는건 아니다. 예의란 상대방에 대한 처신이다. 상대방을 감안해야 한다는거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눈치보며 다닐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하는가. 그건 본심(本心)을 지키면된다. 본심이라는게 주관적이라 해석은 각각 다르겠지만 좌우지당간 어디서나 통하는 처신이다. 유교를 빌린다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유교가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유교자체의 논리보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그저 엄격하게만 해석하다보니 남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많이 쓰여 왔다.
착하고 의리있고 예의바르고 현명하고 신의가 있는게 인의예지신이다. 요즘세상과 다를 바 없다. 좌우지당간 춤방에서 춤을 추다보면 춤방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 쉽디. 하지만 인의예지신이란 일반 사회생활뿐아니라 춤방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일이다.
인의예지신을 춤방에 빗대어보면 사람이 착해 여자를 후려치지않고 댄스매너가 있고 한번 맺은 거래처와는 의리를 지키고 현명해서 제비에 놀아나지 않고 애인을 삼았으면 하늘이 두쪽이나도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거다. 좌우지당간 춤방의 버릇은 가끔 한번씩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년내내 주구장창 춤방에서 산다면 모르겠으나 세상에는 식구도 있고 친척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동료도 있다. 어디서나 바로 설 마인드가 뭔지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첫댓글 좋은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