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미친 짓이었다.
주변에서 대개들 말하듯이......
들뜬 마음으로 고속터미널에서 밤11시차를 타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새벽 1시가 훨씬 넘어 속초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설악동에 도착한다.
작년에는 주차장앞 상가에서 따끈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출발했었는데
불은 환히 밝히고 문도 열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쥔네가 나타나지 않아
그냥 컴컴한 어둠속으로 비선대를 향해 출발이다.
걸어들어갈수록 서늘한 기운이 뺨을 스치고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엔 온통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하니
이번에도 날씨요정의 도움을 받는가보다.
비선대출입문의 개방은 하절기 새벽 3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데 시간이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고
앞에 있던 아내가 살며시 문을 흔들어보다 돌아서는데
내가 다가가서 문을 열어보니 스르륵 열리는 것이다.
우르르 몰려드는 많은 산행객들을 먼저 보내고 우리는 천처히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악명높은 비선대의 불규칙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한차례 오르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산아래 불빛,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공룡능선은 9년 만이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수 년 동안 혼자 다니던 남편을 위해 기꺼이 동행을 해준 마음이 한없이 고마웠다.
그 것도 지리산을 힘겹게 다녀오고도 바로 1주일 만이라니...
마등령을 향해 올라가는 내내 마음속으로
제발 아내의 발바닥 아픈 곳만 재발되지 말라고 빌고 빌었다.
마등령에서의 일출과 휴식, 홀로 산행 때에는 느껴 보지 못했던
깨끗하게 펼쳐지는 절경들을 감상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둘이 함께하는 산행의 맛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수시로 아내의 컨디션을 살피며 길고 긴 능선의 오르내림을 되풀이 한다.
마지막 고비, 무너미고개에서 계곡까지의 가파른 하산길을 조심 조심 내려와
차디찬 물속에 발을 담그고 준비해 간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일부러 늦춰 잡은 버스예약을 두어 시간 더 늦추어 천천히 천불동을 내려온다.
새벽 3시에 출발했던 비선대를 오후 4시에 도착하니 그래도 쉬엄쉬엄 13시간.
이젠 설악동까지는 평지 산책길이다.
데크에 다리 뻗고 앉아 있으려니 산책왔던 아주머니가 남았다며 옥수수를 건넨다.
강원도태생답게 옥수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가 맛나게 먹은 후 3키로 평지길을 걸어나오는데
이 길은 비선대까지만의 산책길이라면 오대산 숲길처럼 더없이 좋을텐데
긴 산행 후의 발걸음은 이마저도 힘겨웠는지 아내는 혼잣말처럼 몇 번을 중얼거린다.
' 내려가면 제일 먼저 시원한 콜라를 사먹을꺼야~ '
평소 거의 먹지 않는 음료인데......
힘겨워하면서 잘 따라와준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동서울 버스를 타고 밤늦게 무사히 집으로 귀가하여 대충 정리하고 꿀잠을 잤다.
어제는 푹자고 일어나 루틴처럼 가벼이 몸풀기 산책을 하자며 근처 공원으로 나와
걷다가 점심 사먹고 또 걷다보니 너덧시간이 훌쩍 지나 집으로~
쉽게 말해 미친짓같은 이 고행의 장거리 산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살아가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내 마음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힘들지만 유일하게 해내고 있다는 욕심같은 나만의 성취감일테고
올해는 곁에서 격려하며 함께 해 준 아내덕에 예전 한창 때의 즐거움도 맛보았다.
아침에 나오면서 단풍을 못보았으니 2주후 쯤 또 가고 싶다 넌즈시 말했더니
"혼자 갓! " 하더니.....
뒤이어 말한다.
" 혹시 모르지 다음 주쯤 맘이 변할지...."
첫댓글 ㅋㅋ 고생하셨네요
이번에는 좀
힘드시겠지만
오색ㆍ대청찍고
마등령ㆍ금강굴
비선대로 산행
코스를 잡아보세요
멋진공룡능선
긴여정의 산행
고생하셨슴니다
(버스는양양까지
그리고양양에서
택시로 오색
1만6ㅡ8 천원)
도전에 응언함니다
ㅎㅎ 그 코스는 감히 꿈도 못꿉니다.
무리하지 않고 즐겨야하는데 그게 아직 어렵기만 합니다.^^
@둥실 ㅋㅋ
저두 나이가 더
먹기전에 그코스로
당일치기로
한번더 가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나네요
희운각 예약하고
사부작사부작
가고싶지만
당일치기로
다녀봐서
쉽지가 않네요
으짜든간에
둥실산우님께서
안전산행하시고
즐건산행 하세요
저는매주 주말에
산행 을 꼭 한번은함니다
어제도 오대산
비로봉산행했슴니다
무박 이일을 등산하셨나 봅니다.
의지도 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미도 있는 시간이네요.
우선, 지난 주에 지리산에 이어 비선대를 오르니,
그맛이 꿀맛인 것 같네요.
부부정 좋고 산을 오르는 멋이 살아가는 맛에 취하는 듯 합니다.
두분 모두 건강하셔서
복이 되는 줄 알겠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고 하면서도 티격태격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ㅎ 사진을 잘찍었네 못찍었네함서요 ㅎ
연이어 장거리를 다녀왔으니 올해 할일을 마친 기분입니다.^^
대청봉은 몇 번 가봤고 서북능선에 귀떼기청봉은 가봤어도 그렇게 멋있다는 공룡능선은 못 가봤어요.
넘나 부러워요.
더군다나 아내와 산행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있을까싶어요.
부부 뒷모습이 다정해보이고 멋있어요.
앞으로도 쭈~욱 건강이 허락하는한
루틴 산행 응원해 드릴께요.
저는 귀떼기청봉은 못가봤습니다.
그리고보니 서북능선에서 거기만 빼먹었네요 ㅎ
하다못해 물병꺼내 먹는 것도 아내랑 같이하니 편하더군요.
살살 달래가면서 예전처럼 같이 다니고 싶습니다. ㅎ 응원감사합니다.^
공룡은 꼭 가보셔야 해요.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올라가 대청봉 거쳐서
희운각 대피소에서 하루 자고 공룡을 타면
큰 부담없어요.
소청대피소에서 양쪽으로 보이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그립습니다 ^^
두분넘 멋지세요.
설악 비선대 , 마등령,
공롱넘어 무너미~~
천불동계곡~~
저도 한번가보고
싶은코스입니다.
하산시
비선대에서 주차장까지가
제일힘들었던 기억입니다.
저는 마등령에서
오세암거쳐 백담사로
하산하였는데 그곳도
너덜길이라 힘들있습니다.
사모님 체력대단하십니다.
내년 10 월 단풍 멋질때
다시가보려 합니다.
70세전 공룡마지막될것
같습니다.
저희도 딱 한 번 어느 해 8월, 공룡타고 오세암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젠 무리않는 산행을 즐겨야하는데....타임님께서도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주 정형외과의사 쌤께서
더 이상 힘든 산행 하지말라고
충고 하셨는데.
어쩌나. 마구 가고싶어집니다.
공룡능선 못 가봤어요.~~
일정을 짜보나 어쩌나.ㅠ
두분 멋지 십니다.
담주 쯤 맘이 변하실 듯하네요.ㅎㅎ
사실 뻔한 산행이야기라 안쓰려 했는데
커쇼님이 저번 댓글에 멋진사진 부탁한게 생각나서 인사차 간단히 쓰게됐습니다.ㅎ
무릎이나 어디 불편하시면 절대 무리하지마세요~저희는 다행히 아껴쓴 덕분인지 무릎은 아직 견딜만하네요.^^
공룡의 등인가요?
함께 바라보시는 그 준봉들이
두분이 함께 사시며 이겨내온
역경들이겠어요.ㅎ
이젠 계곡물에 발 담그고 편한
식사를 하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눈부신 햇살 아래 빛이 납니다.
여러번 다녔어도 이렇게 둘이 사진으로 남기기는 처음인듯 합니다. 주변에 부탁하기 어려워서 ㅎ
힘들지만 함께 했슴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미친짓이라 하셨지만 그것을 잘 해내신 두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산행이 많은 분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시겠네요.
읽어가는 과정에 땀이 섞인 가을 산을 느껴 보았습니다.
함께하는 산행이 단점보단 장점이 많긴합니다.^^
단풍은 아직 멀어보였지만 아내의 9년만의 장거리 산행을
많이 칭찬해 줬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같이....ㅎ)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열정이 부럽습니다
관리만 잘하시면 80대에도 등산이 가능하다 합니다
어휴~80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5~6년만 더 다닐 수 있어도 좋겠습니다.^^
살살 무리 안하고 다녀야 하는데요 그게 ㅎ
김장군님까지 모시고 잘 다녀오셨군요.
참 대단하십니다 ^^
저는 요즘 북한산 의상능선쪽을 허덕이며
다니는데, 다음주말에 천왕봉에 갑니다.
네~하산시간을 길게잡고 버스도 두차례 뒤로 미뤄서 잘다녀왔습니다.
이번 주 설악단풍이 어느정돈 볼만할텐데 설악산도 지리산도 버스자리가없네요 ㅎ
"내려가면 제일 먼저 시원한 콜라를 사 먹을거야~"
ㅎㅎ 아내분의 이 말에 빵 터졌습니다.
얼마나 산행에 목이 마르셨으면~~
체력 의지력 모두 짱짱하십니다.
저도 설악산만 근 30여회를 다녀왔는데,
40여년전 공룡능선위에서 하룻밤을 잔것이
아직도 기억에 삼삼합니다.
저는 주로 오색에서 1박을 하고 새벽에
대청을 올라 화채봉을 통해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했었지요.
대선배님이십니다.^^
콜라는 결국 마시진 않았습니다. 순댓국으로...ㅎ
어제 다시 무박으로 같은 코스를 저 혼자만 다녀왔더니 살짝 뻐근한 아침입니다.^^
@둥실 이런!! 콜라를 못 드셨군요^
설악산 단풍이 올해 무지 좋다는데
어떠셨나요?
@마론 간만에 단풍다운 단풍구경을 했습니다.
오련폭포부근 단풍도 멋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