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도' 베를린서 K오페라 첫 공연... '처용' 유럽 3개국 순회
신은별 기자
입력 2024.06.12 14:30 수정 2024.06.12 14:40
이영조 작곡가 '처용'... 유럽 3개국 순회
"여기가 신라, 그 땅이구나." "사랑하오, 가실." "불쌍한 처용."
통일신라(676~935) 설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 창작오페라 '처용'이 11일(현지시간) 클래식 본고장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관현악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에 기존 클래식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꽹과리, 징, 목탁 등이 어우러지자 관객들은 악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프로그램북을 확인하며 공연에 몰두했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한국 창작오페라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용의 줄거리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극은 하늘을 다스리는 옥황상제가 타락한 신라를 멸하려 하자, 그의 아들 처용이 신라를 구하겠다며 지상에 내려오며 시작된다. 그러나 처용은 지상에서 여인 기실과 사랑에 빠지고, 당초의 목적을 등한시한다. 신라의 부패가 깊어지던 중 가실을 흠모하던 역신이 처용에게 '가실을 내어주면 신라를 구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결국 역신으로부터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지 못한 뒤 자신을 책망하는 처용의 모습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처용은 오페라와 합창을 결합한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구성됐다. 무대에는 한국의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 올랐다. 테너 김성현(처용), 소프라노 윤정난(가실), 베이스 권영명(옥황상제), 바리톤 공병우(역신) 등은 오케스트라 무대를 가로지르거나 지휘자(홍석원)를 사이에 두는 식으로 무대를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때로 무대 아래로 내려오기도 했다. 공연은 한국어로 진행됐고, 스크린을 통해 독일어 자막이 나왔다.
처용은 198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37년 만에 음악 수도 베를린에 소개됐다. 이번 공연은 오는 7월 열리는 파리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클래식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처용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코미크 극장(9일), 베를린 필하모닉(11일)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 음악협회(13일) 무대에도 오른다. 공연장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영조 작곡가는 "음악적으로 나를 키워준 곳(독일)으로 돌아와 한국적 영혼을 담아낸 음악을 선보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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