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의 ‘늦여름이 되니 매미소리 더욱 맑고’*
대용은 머리 숙여 적습니다. 헤어진 뒤 편안하신지요. 과거 시험은 어찌 되었습니까?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아. 새로운 사귐보다 즐거운 일이 없고, 생이별보다 더한 슬픔이 없다고 합니다. 예전에 굴원이 이미 이렇게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다 말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다시 무슨말을 보태겠습니까? 다만 형이 준 편지에 ‘사귐의 깊음과 이별의 괴로움이 훗날을 기약하는 간절함과 바람의 지극함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아침저녁으로 되새기며, 제 좋은 벗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사월 열하룻 날 압록강을 건넜고, 오월 초이튿날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오월 열닷새에는 여러 사람들과 주고받은 글을 모아 내 개의 첩으로 묶고 ‘고항문헌’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또 유월 열닷새에는 필담한 것, 처음 만나게 된 일을 기록한 것, 주고받은 편지 등을 모아 세 권의 책으로 묶고 ‘건정동 회우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늦여름이 되니 매미 소리가 더욱 맑습니다. 저는 매일 평복에 검은 두건을 쓰고 아름다운 누각에 한가로이 앉아 마음 가는데로 이책 저책을 뒤적입니다. 그러한 즐거움에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지요. 손때가 베어 윤기가 나는 책을 어루만지노라면 꼭 제 자신을 보는 듯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아침저녁으로 만난다는 것이겠지요.
남은 이야기는 자세히 적지 못하고 동지사로 가는 길에 전하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형은 마음으로 아시겠지요.
이만 적습니다.
원제; 여반추루정균서(與潘秋庭筠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