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의료민영화 문 열리나
정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보건단체 “병원 장사 위해 국민건강 내다 팔아”
정부는 의료법인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영리 자회사를 설립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10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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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 숙박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정부가 10일 밝혔다. 의료법상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에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병원장사를 위해 국민건강을 내다파는 의료민영화를 중단하라"라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자회사 허용' 입법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1일부터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통과되게 되면, 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의료법인병원은 영리자회사를 설립해 외국인 환자 유치, 여행업, 국제회의업,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업, 숙박업, 서점,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업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제3자가 의료법인 소유의 건물을 임대해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업, 식품 판매업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임대를 금지하는 몇 가지 항목을 제외하고 대폭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논의한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이같은 규제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환자진료 외 부대사업 활성화로 의료법인에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영리행위가 금지된 의료법인에 우회로를 통한 영리행위를 허용해주는 조치여서 "사실상의 의료민영화"라는 반발이 일었었다.
병원에서 부대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투자자 주머니로
"병원 영리행위 심해질 것" 우려
이번 조치를 통해 가장 크게 바뀌게 되는 것은 병원에서 벌어들인 돈이 투자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의료법인이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벌어들인 돈은 병원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그대신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대로라면, 의료법인은 투자를 받아서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자회사가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배당금 등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노조 등 관련 단체들은 이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로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꼴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협회까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서 집단휴진을 하기도 했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정부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추진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병원 장사 위해 국민 건강 내다파는 의료민영화 중단하라"
정부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영리화·의료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노조, 민변, 경실련 등 9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병원 영리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 강행은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면서 "병원 장사를 위해 국민 건강을 내다파는 의료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박근혜 정부는 논란과 반대가 많던 의료민영화 정책 중 핵심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는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정부임을 다시 한 번 확증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법 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조차 국회 동의없이 행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 하나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 독재가임을 국민에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우리는 오늘 발표된 의료법인의 영리부대사업 확장을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폐기시킬 것이고, 영리병원 허용과 다름없는 영리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폐기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