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너를 보니•••
--- 법정(法頂) 스님 ---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 가다 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 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 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한 주 전쯤인가
큰삼촌쯤 되는 터울의 선배가 카톡으로 그림과 함께 온 글인데
내가 법정스님을 잘 아는데 법정스님 제목을 단 저 단풍 같은
세속적인 단어와 낱말과 어휘와 느낌들이 법정스님 같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여,
저것이 진위의 여부로 며칠을 지났는데 그냥
법정스님의 원전이 아니라면 가을로 덮어버려 용서하고
법정스님의 글이라면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몇 번 더 읽고
이 가을 저 마음으로 즐기렵니다.
그리 고고한 법정스님도 저렇게 나와 같은 한마음이었다는 존중과 합일(合一)로.
단풍(丹楓)이 지나면
삭풍(朔風)이 곧 오리라.
**혹여 보시는 분이
제 뜻과 다르다면(법정스님의 글이아니라면) 당연히 알려 주시리라 바랍니다.
***법정스님은 열반하시며 말씀 남기시기를 당신이 쓴 모든 책은 출판하지마라는
엄격한 유언을 하셨는데, ㅎㅎ 꼭 그게 지켜지는 거 같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ㅠ
(아마도 법정스님의 자녀가 없어 그러지 않을까도 싶고요)
첫댓글 법정의 詩라고 하는군요. 조계산 토굴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번잡해지자 말년을 오대산 자락에 숨어지냈는데, 스님이기 전에 인간이었던 法頂도 물드는 단풍을 보며 마음이 서걱거렸던 모양이군요. 모든 책을 절판하라 했다하는데 제자들이며 그 추종자들이 끊임없이 재생산 하니... 어쩌면 그의 본질은 사라지고 왜곡된 그림자만 어른거리게 될지도...
반가운 말씀입니다
저도 스님을 좋아하여 스님의 책은 꽤 가지고있는데
스님께서도
산문같은 마음 속의 시를 저렇게 주저리 주저리 남겼다는게 기쁘네요
수 년전 지리산 쌍계사 불일암(불일폭포)이
스님이 계셨던 그 곳인줄 갔다가
송광사 불일암과 쌍계사 불일암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스스로 얼마나 민망했는지요 ㅠ
정말로
감사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