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아카시아밴드.
2년 전 쯤, 누군가의 권유로 처음 그들의 음악을 들은 후
'작고 느린 것의 행복'이 이런 느낌 아닐까 싶었다.
마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빠르게 휙휙 지나쳐 가지만
중앙의 '나'는 정지해 있는 듯한 촬영기법의 영화를 보는 기분처럼.
카우보이 졍키스의 음악을 나는
한껏 나른함을 즐기고 싶을 때 듣곤 해왔다.
숫자와 계산으로 가득차 터질 듯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마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으며 음악을 올려 놓는다.
따듯한 물에 발을 담그면 처음엔 살갗에 소름이 오스스 일어나다가 이내 가라 앉는다.
그리고 곧 나른함에 젖는다.
부옇게 수증기로 가득한 욕실 안에서
그 순간만큼은 급하게 처리할 일도 없고 속상할 일도 없다.
잘방대는 잔물결의 부딪힘도 소중하게 행복하다.
그래서 난 카우보이 졍키스처럼 나지막히 부르는 류의 음악을
욕조음악이라 불러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래, 그들의 소 긋바이를 들은 이후로
머리가 숫자로 꽉 차 있을 때마다 소규모아카샤뺀드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거기까지가 내가 알던 그들의 전부였다.
하우스콘서트에서의 그들은...
더벅머리의 기타 치는 총각과 한마디 말해놓고 바알갛게 얼굴이 물드는 노래하는 처녀,
봄의 길목에 성급하게 피어난 작은 들꽃 한무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그랬을까...
크게 예쁘진 않아도 더없이 소중하고 안쓰러운.
(쓰는 악기에서도 그랬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멜로디언은 5학년짜리 내 딸애나 쓰던, 악기라기엔 너무나 소박한 물건이었는데
그 소박한 멜로디에 담기던 자유롭게 빛나던 노랫말들...)
산뜻한 가사와 멜로디,
창가에 앉은 고양이에도
젖은 날개 팔락이는 나비에게도
헌집받고 늘 새집을 주는 두꺼비에게도,
내가 빠르게 지나치던 사소한 모든 것들이 그들의 노래로 아름답게 반짝였다.
경이롭기만 했다.
대단치않지만 소중한 것을 표현해낼 줄 아는
그러면서도 절대 넘치지 않는...
그리고 그 정서를 노랫말에 멜로디에 그대로 담아내는 능력이라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다른 무대가 아닌 하우스콘서트에서 그들의 시간은
작은 것의 위대함과 느리게 사는 것의 여유 외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있어 감동이 배가 되었다.
연주자와 청중의 구분이, 나와 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모두가 노래하는 사람이고 모두가 듣는 사람이 되었으며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고양이 꼭꼭꼭꼭꼭을
같이 흥겹게 부르던 그 시간은
'하우스콘서트'라는 특별한 공간이기에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콘서트 전전날부터 이틀간 계속된
늦은 귀가로 인해 콘서트 시간내내 시계를 보며 초조했지만
한 곡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더 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와인과 함께하는 하우스콘서트만의 소중한 '소통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내내 그들이 준 여운을 행복하게 되새김하기에는 그 시간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행복으로 가득하다^^
(예전에 썼던 하우스콘써트 관람기에요)
첫댓글 아주 작고 예쁜 들꽃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들었어요... 참 좋네요 ㅎ
좋아요.. 소아밴..
좋아요
귀가 힐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