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소나기(驟雨)
조선시대 '쇠나기'서 유래… '쇠'는 '몹시, 심히' 뜻
최근 국제곡물가 급등세가 심상찮다. 이러한 급등은 미국의 이상고온과 가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톰 빌색 농무부장관은 "매일 밤 비가 오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다"며 "비를 내려주는 기도나 춤이 있다면 뭐든 할 것이다"라고까지 하였다.
우리나라도 올해 100년만의 큰 가뭄이 들었고 기우제도 재개되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립방재연구원은 7월 9일 "가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장마와 태풍 카눈으로 인해 가뭄이 해소된 듯하나, 더 두고 봐야 한다.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와 대가뭄 시에는 소나기가 매우 반가운 존재다. 그러니 이번 휴가철에 소나기가 내리면 고마울 것이다. 어릴 적 "소나기는 소잔등에서도 갈라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기억난다. 이쪽은 오는데 바로 이웃한 저쪽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소나기라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소나기를 '쇠나기'라 하였다. 쇠나기의 '쇠'는 소고기=쇠고기의 '쇠(牛)'와는 다른 말이다. 소나기에서의 '소(쇠)'는 '몹시, 심히'의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소나기는 몹시 심(甚)하게 나리는=내리는 비를 뜻하며, '심우(甚雨)'라고도 한다. 소나기를 소낙비라고도 하는데, 그 경우 '낙'은 '落(떨어질 락)'자를 연상시킨다.
또한 소나기는 '驟雨(취우)'라고도 하는데, 이때의 驟(취)는 '말이 빨리 달리다'는 뜻이 아니라 '세차다'를 의미한다. 세찬 소나기는 급작스럽게 내리기 때문에 강희맹(姜希孟) 등의 시에서처럼 '급우(急雨)'라고도 하였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 갑자기 내리치는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한자로 대낮은 백일(白日)이고, 내리치는 것은 '撞(칠 당)'이다. 그래서 옛날엔 소나기를 '백일=대낮에 내리치는 비', 즉 '백당우(白撞雨)'라 하였고, 더 줄여서 '백우(白雨)'라고도 하였다.
소나기가 그리운 가뭄의 해다. <농서(農書)>에 기재된 "날씨가 가물어 비가 오지 않을 때에 지렁이가 땅 위나 모래 위에 나오면 곧 소나기가 온다."는 말을 깊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