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어나 참으로 수많은 선거를 겪었습니다. 박정희 정권때부터 윤석열정권때까지 48년동안 거의 2년마다 한번씩 각종 선거를 치뤘습니다. 젊디 젊은 시절도 있었고 이른바 노년시절도 있었습니다. 선거때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선거가 정말 하찮은 짓거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짜피 권력을 잡은 세력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권력을 잡은 집단과 그런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들은 정치적 무관심을 은근히 부추기는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노년층들은 당연히 투표장에 갈 것이고 노년층은 아무래도 보수층일 것이고 그럴경우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승리는 매우 쉽게 쟁취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당시에 혹세무민하던 언론들은 이 당도 저 당도 마음에 들지 않는 젊은층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무관심이 대세라는 논조로 보도를 일삼았습니다. 그런 기사를 접한 정치 무관심층들은 자신외에도 정치적 무관심파들이 상당하구나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정치 무관심당의 핵심 요원으로 등록을 하게 됩니다. 결국은 그들은 당시 정권과 그 정권에 알아서 기는 그런 언론인들이 만들어낸 투표율 최저화 시도에 휩쓸리는 결과만을 초래했습니다.
그런 시도는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몇십년 전 당시 신문과 방송을 들쳐보면 그대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투표에 적극적인 세력이 강하면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갑작스런 투표율 급등에 집권 여당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른바 상대적 진보성향 정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로는 투표를 독려하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투표율이 높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에서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아주 두드러진 정치 사회적 현상입니다.
노년층에서 투표율이 높은 이유가 있습니다. 노년층들의 경우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젊은이들보다는 확실히 적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대접받는 날이 바로 투표일이라는 것이 노년층들의 생각입니다. 각 정당에서는 한표가 그리운 판인데 젊은층 노년층 가리겠습니까. 투표장까지 와주는 것만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날이 바로 투표날입니다. 이웃의 노인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날도 바로 투표날입니다. 동네 유지들도 대거 참여합니다. 그러니 노인층들은 기를 쓰고 투표장에 갑니다. 요즘은 시골 오지에서도 주변인들이 차량을 동원해 투표장까지 모셔드린다하니 안 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층들은 투표가 아니라도 사회적 활동을 엄청 많이 합니다. 그러니 투표장 가는 것이 그다지 대단한 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공휴일로 정해진 그날 가족들과 나들이 가거나 친구들과 등산하거나 놀러가는 것이 더 재미있고 소중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층에서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입니다.
요즘 한국은 세계 최대의 갈등국가라고 합니다. 그 으뜸이 보혁 갈등이고 두번째가 세대 갈등이라고 합니다. 요즘 노인들 지하철 공짜 탑승과 관련해 대단한 갈등이 표출됩니다. 노인이라고 칭하는 나이를 더욱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오고갈 때 없는 노인들이 그냥 시간을 소진하려 공짜로 지하철을 타고 마냥 다니니 젊은층으로부터 원성을 많이 사고 있습니다. 또한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젊은 인구는 줄고 노인들만 급증하는 시대에 젊은층들이 힘들게 벌어 노인층을 부양해야 하는 그런 사회구조에 대단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정책 결정은 어떻게 결정됩니까. 투표로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 젊은층들이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시키려면 그들과 생각이 비슷한 후보를 선택하면 됩니다. 또한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과 비슷한 당을 택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당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을 선택해준 유권자들의 요구에 맞게 법도 만들고 정책도 펼치게 됩니다. 혼자 또는 친구들과 만나 이 나라 이 사회는 왜 자신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가라고 한탄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투표장에 가는 것입니다. 그것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길어야 한시간 투자하면 됩니다. 그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데 자신은 정치적 무관심자라고 스스로 판단하며 투표 망각증에 빠지면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 왜 특정 정당이 수십년째 장기 집권을 하는지 아십니까. 일본인들의 투표율은 극히 저조하기로 세계에서 유명합니다. 일본의 투표율은 30~40%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2/3가 정치적 무관심을 표하니 생긴 현상입니다. 일본의 오랜 집권 자민당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투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노인층과 극우세력들이고 그런 노인층과 극우세력들은 바로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잃어버린 30년 잃어버린 40년이라고 하지만 개선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의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을 이웃에 폐를 끼친다는 그 우스운 논리로 대합니다. 정치인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부패해도 질책하거나 지적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표적인 나라라고 보면 됩니다.
정치적 무관심이 부르는 대표적인 병폐가 바로 대표성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총선에서 투표율이 60%라고 칩시다. 그런데 특정후보가 51%지지로 당선됐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전체 지지율은 얼마인가요. 바로 30.6%입니다. 70%정도가 지지하지 않아도 당선이 된다는 것입니다. 30% 지지받는 후보자가 당선돼 뭘 하겠습니까. 뭐가 바뀌겠습니까. 정치적 무관심을 떨치고 투표장으로 가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야 뭔가 조금이라도 바뀝니다. 2년 또는 4년에 한번 그 한시간 내기가 싫어 전혀 원치않는 정책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무관심과 관련된 유명인들의 언급을 남깁니다.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인가"...히틀러/ "죄악은 자연 상태에서 생겨날 수 없고 어떤 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는 시민 사회에서 결정된다"...스피노자/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토크빌/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자는 손님이다."...안창호.
2024년 4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