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전 진중권 교수를 참 좋아합니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절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한테 섭섭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중권씨의 공적 발언이나 행동 모두를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는 별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지적인 능력이나 사회적 위치로만 따지면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이 그 분 못지 않은데, 비슷한 성향에다가(기분나빠하실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공격받는 전사에 대한 연민(내가 그런 감정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인터뷰를 올린다는 것이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근거 없이, 일방적인 해석을 해서 욕을 하시는데야 이골이 나 있지만, 이 인터뷰로 인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잃을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진중권 교수는 서프라이즈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이 인터뷰가 올라가면 '난 진중권 싫어. 왜 그 사람 얘기를 서프라이즈에서 들어야 해. 진중권한테 변명할 기회를 줬군. 진중권을 중심으로 담론을 돌아가는 게 싫어'라는 이야기들을 할 겁니다. 아마 그것보다 심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겠죠.
그렇다고 해서 진중권 지지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갖고 있다가 두들겨패려고 서프라이즈에 불러냈군. 진중권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댈겁니다. 전 그런 반응들이 의아스럽습니다. 인터뷰 한번 한다고 어떤 사람이 그걸 통해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해명할 수 있고, 인터뷰 하나를 통해 어떤 한 사람이 (그것도 꽤나 거물 논객이) 죽는다고 생각하는 얄팍한 사고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이런 것들이 부담스러워 다른 활동매체가 있으면 그쪽에다 실었을 것이지만, 현재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곳은 서프라이즈밖에 없군요.
진중권은 인터뷰 한번으로 담아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사람입니다. 저 같은 말하는 것을 모두 글로 풀어내는 방식일때는 읽는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들기 쉬운 인터뷰이입니다. 그래서 다른 인터뷰에 비해서 진중권 인터뷰는 하고나서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역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인간 진중권이 조금은 보일 수 있는, 최소한 저한테는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온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전 이 인터뷰를 정리하고,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진중권의 쓴소리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우리에게 약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봐서 틀린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조금 마음에 안드시더라도 행간을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좀 심하게 가라앉아 있어서 정리가 늦어졌지만, 고백하자면 이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정리하고 나서 많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간 진중권이 더욱 사랑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이런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겠지만요. ^^
사설이 길었네요. 내용 들어가겠습니다.(이 인터뷰는 5월 7일 저녁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지승호 - 큰 누님이 유명한 음악평론가 겸 방송인 진회숙씨고, 둘째 누님이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씨죠? 진은숙씨는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음악 작곡상인 그라베마이어(Grawemeyer)상 2004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잘 안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요. 두 분은 음악을 하셨는데, 왜 미학쪽을 택하셨습니까?
진중권 - 저는 음악을 소음으로 듣고 자랐어요.(웃음) 큰 누나 소프라노잖아요. 소리 질러대고, 둘째는 피아노치는데, 이게 도미도미 살찐도미 치는거 하고 수준이 다르거든요.(웃음) 음량이 다르고. 동일한 시간에 눌러지는 음표의 양이 달라요. 그 다음에 페달까지 밟으면 뼈까지 울려요. 문제는 뭐냐하면 연주회가서 들을때는 곡이 바뀌잖아요. 하지만 방에서 들을때는 세달, 네달씩 같은 걸 들어야 된다구요. 그거 정말 미쳐요. 그래서 아직도 집에 오디오가 없어요. 음악 하면 치를 떨어서.(웃음) 요즘은 예전에 피아노 배우던 걸 계속 배웠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고, 고전음악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어요.
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적인 감성에 관해서 누님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진 - 그런 건 별로 없어요. 예술적 감성이란건... 모르겠어요. 우리 집은 원래 그런걸 모르거든요. 예술적인 집안도 아니고, 둘째가 어렸을때부터 남달랐죠. 전 인정을 안했는데, 둘째가 자기 자부심이 강해요. 어려서부터 자기가 대단한 음악의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전 항상 비웃었죠.(웃음) 서울대 시험볼때도 자기가 떨어지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는데, 두 번 떨어졌어요. 전 그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약을 올렸구요. 그때 우리 집이 가난하니까 레슨 같은거 안했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사정을 알았나요? 그래서 '장 지질께'하고, 덤벼들고 그랬죠.(웃음) 그런데 언젠가 한번 장난을 하다가 피아노 건반 10개를 눌렀거든요. 그런데 딱 듣더니 음을 아래서부터 하나씩 올라오면서 다 대더라구요. 그때부터 '뭔가 다르구나'하고 인정을 해줬죠.
지 - 대단한 사람들 어린 시절을 보면 주위에서 오히려 무시하는 경우가 많죠. '에이 니가 뭘'하면서.(웃음) 전 그게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니까 주위 사람도 존중하지 못하는거죠.
진 - 들어보면 제가 자기 음악생활을 어렸을때부터 많이 탄압했데요. 둘 다 피해자인거죠. 저는 소음의 피해자고, 자기는 창작생활이 저의 지속적인 방해 때문에...
지 - 알아주지도 않고.(웃음)
진 - 피아노 치려고 하면 못치게 하고...
지 - 그게 대중적으로는 많이 안 알려졌는데요. 그 상만하더라도 수상소감에서 '20년후에나 받을 줄 알았던 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권위있는 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기사에 달린 리플들 보면 '와 대단한 집안이네' 그런게 달리더라구요.
진 -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지 - 미학오딧세이가 세군데서 나왔지 않습니까? 그래서 법정공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진 - 법정에서는 우리가 한번 이겼어요. 저쪽에서 온갖 소송을 다 걸어놨는데요. 이번에 지고도 항소까지 해놓고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뭐 그거야 법정에서 다 밝혀질거니까, 문제는 제가 돈을 제대로 못받았다는거죠. 그건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처음에 저는 그 사람들한테 사인을 안해주려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계약하러 갔더니 저를 사무실이 아니라 밖으로 불러내더라구요. 그러면서 다른 이름으로 된 출판사 계약서를 들이대면서 사인을 하라고 하는거예요. 얼마나 황당해요. 그래서 사인못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김태경씨인가를 증인으로 불러다가 '저 사람이 사기꾼이다. 자기가 옳다'는 증언을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김태경씨가 선배잖아요. 그래서 믿고, 사인을 해줬죠. 그때 소위 이중계약이 된거죠. 이쪽은 자기들이 모든게 다 자신있기 때문에 3개월안에 법적으로 정리를 시켜줄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두군데서 나가면 한쪽에서 인세를 못받잖아요. 그걸 3개월안에 정리를 해주고, 자기들은 앞으로도 인세를 꼬박꼬박 주고, 앞으로 얼마가 팔렸는지 꼬박꼬박 보고를 해주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 소송이 2년반이 넘게 해결이 안되고, 그동안 저는 계속 돈을 못받는 거 아니예요. 이쪽도 계속 돈을 안주고, 맨날 전화로 독촉해야지만, 한달 후에 돈을 찔끔찔끔 주는 식으로, 용돈 타 쓰듯이 이런 식으로 인세를 주는거예요.
황당하잖아요. 그래서 몇 번 이야기했죠.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구요. 사실 여러군데서 달라고 했거든요. 이 책이 좀 팔리는 것을 알고, 또 제가 돈을 못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옛날에 선배였고, 운동권 당시에 안팔리는 책을 몇 번 내준 그 인연 때문에 10년동안 사실 돈 제대로 못받아가면서 의리를 지키려고 했는데... 제 친구는 이미 떠났거든요. 저만 남아서 의리를 지키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황당하더라구요. 그런데도 한겨레 신문에서 이상하게 글을 써버리고, 저는 받을거 제대로 못받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그 후 돈문제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약이니 뭐니 하는 이런 것들... 저는 그 형이 인간성이 나빠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자기도 어렵겠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일텐데, 사람들이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경제력이 됐을 때 품위가 유지되는 거더라구요.
지 - 황석영 선생 같은 경우는 욕을 먹더라도 원고료는 철저하게 계산한다고 하더라구요.
진 - 저는 그렇지는 않거든요. 악착같이 받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어느 출판사에도 전화했더니 자기들 봉급도 못받는다고 해서 '됐다'고 하고 대충 포기하고 살거든요. 그 다음에 돈을 받아도 딴데다 낼거 내고 하는 사람이지, 그것에 억매여서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제가 그렇게 챙겼다면 벌써 옮겼지, 진작에 훨씬 더 장사 잘하는데로 옮겼을거예요.
지 - 최근에 미학오딧세이 3편이 나왔는데요. 그 시리즈가 50만부 정도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예술관련 분야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데, 그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 - 자화자찬일 것 같은데... 날카로운 논리와 탁월한 문학적 실력 등등등등.(웃음) 사실은 공이 많이 들어갔어요. 공이 많이 들어 갔고, 또 하나는 뭐냐 하면 인터넷 글쓰기 있잖아요. 그걸 제가 선취한 것 같아요. 구어체를 많이 썼잖아요. 그리고 놀이식으로 풀었잖아요. 퀴즈 같은 것 막 내고, 저속해보일 수 있는 농담도 섞고, 이런 식으로 한데다가 키워드를 잘 뽑았죠. 가상과 현실이라는... 또 에셔와 마그리트, 피라네시 그림이 들어가면서, 이게 기술적 형상이거든요. 개념의 그림이거든요. 어려운 철학적 문제들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그래서 삼성 대위법 구조로 간것도 쉬웠죠.
어차피 철학적 지식이 없으면 미학이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철학서를 따라 쓸수도 없고 해서 대화톤으로 풀었고, 그 다음에 또 한편으로 에셔, 마가리트, 피라네시 그림들을 기술적 형상으로 이용을 한거죠. 철학적 개념들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건데, 그게 삼성 대위법 구조로 흘러가거든요. 멜로디가 3개가 나가는 거야, 그게 병렬진행하는데, 이게 특정한 순간에 딱 만나 화음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 미학적 조명과 철학적 조명과 시각적 조명이 되니까 사실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예요. 사람들은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요.
지 - 보통 미학 입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진 - '쉽다'라고만 생각해요. 사실은 쉬운 책이 아니거든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특징이 있잖아요. 철학이나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걸 추리소설로만 보는거예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소설이거든요. 그런데 철학을 알거나 이런 사람들이 딱 보면 알죠. 전문가의 코드하고, 대중의 코드가 같이 들어가 있는 글쓰기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사실은 그걸 의도했어요. 그게 이미 대중들에게는 검증을 받았구요. 최근에 박이문씨라고 있죠.
미국에서 공부하시고, 포항공대에 계신 분인데, 그 분이 열광해서 두 번 전화하셨어요.(웃음) 1, 2권 읽으시고, 전화하시고, 3권 읽고 전화하셨어요. 그분은 미국에서 그 분야의 석학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거든요. 그 분이 열광해서 전화를 하셔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제 목표가 이루어진거죠.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한편으로는 전문가들도 보고, 독자층이 넓은 거예요. 논술하는 고등학생부터 미국 대학에서 교수하시다가 포항공대에 계시고, 그쪽 저서까지 가진 석학까지도 만족시켰다는거죠. 그 분에게 전화받고서야 비로소 '아 내가 성공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죠.
지 - 미학이라는 학문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하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진 - 미학이라는게, 예술이라는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그런게 아니라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술가예요. 어떤 면에서는. 인터뷰할때도 지승호씨 나름대로 테크닉이 있잖아요.
지 - 없는데요.(웃음)
진 - 자기 나름대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어떤 상이 있을 거구요. 저도 글쓰기 할때 그렇거든요. 창조성에 대한 관념들이 있죠. 창조적인 글쓰기에 대한 관념들, 하다못해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도 자기 일에 대해서 혁신을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란 말이예요. 창조력이라고 하는건, 예술가들만이 가진게 아니라 모든 사회 분야의,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서 발휘하는 어떤 영역이라는 거예요. 그걸 딱 추상화시킨 것이 예술이거든요.
예술을 본다는 것이 단지 사회와 고립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영감을 얻는겁니다.. 자기 활동의 영감들. 예컨대, 미분 적분이니 하는 수학적인 놀이가 실생활과 무슨 연관이 있어요.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추상화하는 작업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양한 영역에 쓰이잖아요. 예술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창조성이라는 것을 추상화시켜서 사용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발휘해야할, 혹은 발휘하고 있는 창조성에 관한 활동을 추상화시킨거거든요.
그렇게 때문에 예술을 본다는 것이 향유해야될 대상으로서 보고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자기 일에서 영감을 얻을 수가 있다는 거죠. 제 스스로 글쓰기를 할때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특정한 작품들을 보면 '아. 그래 이렇게 써야지. 이걸 써먹어야지'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 - 새삼스러운 질문인데요. 어떻게보면 책쓰시고, 강연하시고, 미학자로서만 활동하시면 굉장히 우아하게(?) 사실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점잖게(?) 문제제기를 하셔도 그런 부담은 없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공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 - 현대예술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현대예술이라는게 더 이상 사람들을 감동시키는게 아니고, 감동시키는 예술은 대중예술이고, 대중문학이죠. 문제는 뭐냐하면 중요한 것은 제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짜증나잖아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내지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면 사실은 닭살이 돋아요. 그게 아니라 뭐랄까 사람들로 하여금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어떻게 보면 사고를 강요하는거죠.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고, 저를 욕하는 사람들도 몇 달 지나고 나면 제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거든요. 마지못해서 인정하면서도 '기분 더럽다'고 하죠.(웃음)
제 역할은 그거거든요. 사람들 기분 더럽게 하는게 제 역할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거죠.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들어가서 글쓰기 할때 환상들이 있잖아요. 사람들은 저자니 뭐니 미디어에 몇 번 나오면 굉장히 다르게보거든요. 황당하잖아요. 그게 굉장히 허구적이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는 사람들하고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적어도 인식능력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살아오면서 특별히 특이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특별히 남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특별히 천재적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렇게 눈에 띄지않게 살았던 존재거든요. 누구나 그렇게 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미디어빨을 좀 받으면 사람들이 아우라를 뒤집어씌운다는 말이죠. 그게 얼마나 허망한일이예요. 저는 그걸 풀어 헤치는 거거든요. 제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를 편들어주기 때문에 환호하는 이런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다른 애정이라는게 있어요. 일단 사람들은 편들어주면 좋아하잖아요. 온갖 찬사가 다 나오잖아요. '역시 탁월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탁월한게 아니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찬양하는게 아니라 자기를 찬양하는거거든요. 자기 생각을 제가 얘기해줬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탁월하다고 얘기하는 거란 말이죠. 제가 얘기하는 건 그런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애정이 있어요. 제가 인터넷 안들어가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야, 뭐하냐. 심심하다. 나와라. 놀자' 이러거든요.(웃음) 그런거죠. 제 역할을 그거거든요. 풀어헤친다는 의미도 있고...
지 - 다음(daum.net) 매거진 인터뷰에선가 '촘스키처럼 되고 싶다'고 하신 걸 봤는데요. 좀 의외였던 것 같습니다.
진 - 촘스키 얘기는 내가 안했는데... 왜냐하면 저는 되고 싶은 사람 이런 모델이 없거든요. 그건 왜냐하면 그거예요. 사람들이 자꾸 모범을 요구하잖아요. 공인이니 뭐니 해서. 제가 무슨 공인입니까? 공인 만들려면 일단 봉급부터 줘야지. 봉급도 안주면서 무슨 공인이야. 말도 안되는거고.(웃음)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지 - 그럼 그 인터뷰어가 맥락을 잘못 잡은 건가요?
진 - 맥락을 좀 잘못잡았겠죠. 전 존경하는 사람이 없어요. 나를 존경하지.(웃음) 사실은 각자 자기만 존경하면 되는거예요. 자기 앞의 삶이지, 누구 따라서 하는 거 말이 안되거든요. 어느 학생이 20년후에 되고 싶은 사람 이래 가지고 저한테 메일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말리느라고. 나 같은 사람이 되면 안된다고.(웃음)
니체의 말대로 니체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니체를 흉내내라는 것이 아니라 니체를 따라서 자기 자신이 되어야한다는 거거든요. 각자 자기 역할들, 자기 능력들, 자기 재능들, 자기 적성들에 맞게 살면돼요. 거기에 촌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이 따위 얘기 할 필요없다는 거죠.
지 - 이나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린 그냥 친구 같아요. 전 인생에 큰 기대가 없어요. 행복해질거란 환상도 없구요"라고 하셨는데요. 허무주의자 같은 대답이었는데... 그래도 행복할때가 있다면 어떨 때 행복하세요?
진 - 아니 지금 행복해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식의 행복들이 아니라, 전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요. 그 다음에 이걸로 생활이 되거든요. 이건 홍세화 선생이 말한 특권층이잖아요.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입으면 얼마나 잘 입고... 정주영은 구두를 5년을 신고 다녔다고 하더라구요. 전 3년에 한번은 갈아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유롭게 살고... 그들이 말하는 식의 행복들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기대는 없어요. 제가 별로 바라지도 않고. 바라는게 있다면 돈이 조금만 더 벌렸으면 좋겠어요.(웃음) 그 정도죠.
지 - 총선전에 발언하신 부분들을 조선일보가 인용하면서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조선일보가 "오마이뉴스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파시스트 언론집단"이라고 서울대 강연에서 얘기했다고 인용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 오마이뉴스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진 - 왜곡인용이죠. 그날 강연에서 제가 일부러 정치적 주제를 피했거든요. 재밌는 건 뭐냐하면 두 사람이 있었거든요. 문제는 조선일보예요. 그 사람들은 와서 강연의 직접적인 내용은 안 다루고, 이상한 내용을 짜잡기해서 다룬거죠. 왜냐하면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니까 제 문장이 아니더라구요. 오마이뉴스가 '진중권 인격이 후지다' 이런 글을 메인으로 띄웠잖아요. 그런 식으로 보복하는 것은 파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거든요. 그건 자기가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이어서 '오마이뉴스가 하는 것을 보면 결국을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조선일보식 인용이 되가지고, "오마이뉴스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파시스트 언론집단"이 된거죠. 황당하더라구요. 그렇게 요약하는건 자기 자유지만 큰 따옴표는 지워야되는 거 아니예요. 그런 사람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브레이크 뉴스 인가가 나와서 사진까지 찍어 갔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친구더라구요.
저한테 사진찍자고 해서 사진 찍어줬는데, 강의 시작되니까 갑자기 '그리스 동성애와 폴리스' 얘기가 나오더라는거예요. 그래서 자리를 떳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씹어놨던데, 두 부류가 있는 겁니다. 실제 강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 부분만 관심을 가지는건데, 하나는 안티조선쪽이고, 하나는 조선이죠. 그 둘이 속성은 똑같다는 겁니다. 제가 그때 강의했던 것은 넓은 의미의 정치거든요.
그리스 사람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관념이 아니라 다른 정치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따라서 우리처럼 지나친 편가르기, 자기 소외의 정치학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던 건데, 그런 얘기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죠. 그걸 보면서 대책이 안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지 - 최근 룡천참사로 인한 북한주민 돕기에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변화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진 - 아직은 성급하구요. 일단은 환영해요. 조갑제처럼 튀는 것보다는 백번 낫죠. 국가보안법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등을 평가하고, 하지만 '조금 더 두고봐야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당한게 얼마전이어서.(웃음) 조금은 변할 겁니다. 한나라당이 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선일보도 거기에 따라갈 수 밖에 없거든요.
지 - 룡천돕기에 대해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은 정신병이라고 매도했는데요.
진 - 그 사람은 정신병자니까.(웃음) 내부에서도 왕따가 되는거죠. 조선일보 기자가 비판하고 그랬잖아요.
지 - 참여정부의 언론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노무현과 청와대는 보수언론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개가 또 짖나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될 일입니다"고 하신 적이 있으신데, 보수언론의 공격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십니까? 또 그게 최근의 동아일보 칼럼 연재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진 - 연재한 건 아닌데... 연재는 좀 다르죠. 쓰면 걔네들하고 계속 부딪하게 될거잖아요. 그 부분은 아니고, 아무래도 땜빵 원고였던 것 같아요. 일부러 좀 썼고... 왜냐하면 안티조선이 거기에 글을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잖아요. 자꾸 그걸 보고 부역자 비슷하게 보는 문화 있잖아요. 그 부분을 도발하려고 일부러 썼던 것이고, 원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욕을 하는데, 자기들도 허탈하잖아요.
처음부터 저는 조선일보에 글 쓰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올리는거 반대했잖아요. 강준만씨 글 쓸 때 말렸고, 제가 독일에서 '이건 아니다'고 팩스를 넣었었구요. 저는 조선일보에 글 쓰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톨레랑스를 가져야 되고,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개인이 하게 자유의 영역으로 보존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안쓰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의 세를 모으자고 했었죠. 그리고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계속 써왔던 건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 유명한 '이문열과 젖소부인-'도 중앙일보에 썼던 것이고...
지 - 표면적으로 특히 요즘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공격하는데, 빌미를 준 것 같기도 한데요.
진 - 일부러 그러라고 한거예요. 허탈해지거든요. 제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글을 쓰든, 안쓰든 자유로운 판단의 결과이기를 바래요. 이런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못쓰는 것은 바라지 않거든요. 그것 자체가 억압이잖아요. 쓰든, 안쓰든간에. 조선일보에 글써도 좋은데, 그 논리가 얼마나 타당하냐, 전 다르게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타당한 논리를 제시했으면 저는 OK라고 보거든요.
다만 제 입장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지, 무슨 부역자니 뭐니 몰아가는 것은 원시적인 문화잖아요. 우리가 지금 무슨 해방전후사 씁니까?(웃음) 그것들에 대해 일종의 '엿먹으라'는 심정으로 쓴거예요. 처음에 주문 들어왔을 때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주문을 하더라구요. 예컨대 '도덕성 해이' 이런 걸 쓰라고 하는데, '도덕성 해이가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다' 그래서 그렇게 쓴거잖아요. 이게 오래가겠어요? 이런 문제니까 널널하게,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까 널널하게 갔지만, 다른 문제 같으면 계속 부딪힐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연재를 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이어야 한다는거죠.
지 -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그렇고, 노무현 정권에 대해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으셨을텐데요. 얼마전에 '내가 노무현을 잘못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진 - 말지 기사를 보니까 부산 내려간게 지역감정 깨기 위해서 내려간게 아니라 나름대로는 그 당시에 당선가능성이 가장 큰 동네가 거기였다는 소릴 들으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 - 본인도 떨어지려고 갔던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지 않습니까?
진 - 그 다음에 노건평씨가 사실은 촌로도 아니잖아요. 건설회사 거느리고 이것 저것 다 해먹던 사람들이고 이런건데, 거기서 제 환상이 좀 깨진 부분이 있죠. 제가 노무현씨를 평가했던 것은 청문회때거든요.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한심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유일하게 그나마 그걸 지켜준게 노무현이었어요. 준비 제대로 해와가지고. 솔직히 말하면 군부독재도 한심했지만, 거기에 맞서 싸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한지가 드러난게 청문회 사건이었거든요.(웃음)
준비 하나도 안해와가지고, 윽박이나 지르는 한심한 놈들을 보면서, 그나마 그걸 살려준게 노무현이었고, 그걸 상당부분 평가했었는데... 그게 오래 남더라구요.
지 - 예전에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발언에 대해 "노무현씨의 '왕자병'입니다. 그는 자신이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보수 회귀에 시민들이 반발하자, 개인적으로 삐져 버린 겁니다. 말하자면 자신이 뭔 짓을 해도 국민들은 웬만하면 자신을 계속 지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 그게 흔들리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렇게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라고 평가하신 적도 있으신데요. 그게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성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니들이 내가 이만큼 올라오기까지내 선택이 대부분 옳았어'하는 식으로 자신의 선택을 과신하는...(웃음)
진 - 그것도 우스운게 자수성가는 누구나 다 자수성가죠. 그 나이때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거기까지 올라갔으니까. 서구유럽처럼 몇백년 역사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 나이에 자수성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어요. 거의 다 자수성가지. 그건 좀 웃기는 거고, 그런 말은 필요없는 말이예요. 왜냐하면 선출직이 아니라 자기가 취직을 했다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선출직이잖아요. 뽑아달라고 해서 뽑아줬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죠. 또 하나는 뭐냐하면 언론이잖아요. 조중동이 맛이 간 상태인데, 거기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그런 얘기 하는게 짜증나거든요. 그래서 제가 조중동을 무시하라고 했잖아요.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가지 않느냐, 열차 운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라구요.
지 - 혹시 송환이라는 영화 보셨습니까?
진 - 못봤어요. 아직.
지 - 비전향장기수에 관한 다큐멘타린데... 나름대로 그 분들의 시계는 수십년전에 멈춰버렸고, 그래서 북한 정권을 옹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진 - 안타깝죠.
지 - 그 분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과거 우리 정권의 폭력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더라구요.
진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쨌든간에 자기들이 원하는 체제 속에서 살게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자기들이 거기서 행복할 수 있으면 거기 가서 살면되죠. 우리가 3가지 경험을 했잖아요. 하나는 6.25 경험이고, 빨치산 경험이 있고, 우리가 운동했던 80년대 경험이 있다는 말이죠. 그건 어차피 평생가거든요. 자기 머릿속에 세계관이 형성될 때 겪었던 사건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반공주의자들도 이해가 되요. 할아버지들은. 왜냐하면 그들은 봤거든, 그리고 겪은게 있거든. 제가 아무리 쿨해지고 이런다고 하더라도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요.
지 - 깊이 생각할 틈이 없이 어느 편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을 겪은거니까요.
진 - 빨치산을 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자기 세계관이 형성되기 전에 그런 사건들을 겪었고, 그런거 평생가거든요. 내가 겪은 경험, 80년대에 돌 몇 번 던지고 이거 하고, 목숨 걸고, 학살당하고, 학살하고, 이런 사람들의 체험은 다르겠죠. 차원이 다른 문제잖아요. 예컨대 저는 반공주의자들에게 반대하고, 비전향 장기수들의 사고방식에도 반대를 해요.
그러나 이해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체험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제가 80년대 경험에서 어차피 못벗어나듯이 더 강렬한 체험을 한 사람들은 평생 못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죠. 단지 유연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은 그 정도의 여유도 없이 살았던 사람들이라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이해 같은 것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 -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최근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살이 잇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이 그 죽음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상황들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진 - 이제까지는 안걸렸는데, 걸린거잖아요. 딴 얘기는 다 필요없거든요.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웃음) 그걸 민주열사인양 정권의 책임인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거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잖아요.(웃음) 옛날에 민방위 훈련 가니까 스위스 사람들은 자살을 할지라도 나라에서 지급한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공과 사가 굉장히 분명하잖아요. 자살할 때 조용히 자살하고, 어차피 자살하게 되면 공적인 공권력이 와서 확인을 해야되잖아요. 거기에는 비용이 드는데, 국민세금이거든요. 예컨대 500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500만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하는 내용을 제시하는 이런 쿨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지 - 웃을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자살 하는 장소도 너무 천편일률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강 다리 아니면,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집단 자살 하는 사람들은 꼭 여관방에서 죽더라구요. 다양성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웃음)
진 - 자살할 짓을 왜해. 그러니까. 아니 그렇게 명예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짓을 왜해요. 웃기는 거거든요. 자살하는 사람들은 명예 때문에 자살하는 거잖아요. 자살하는 경우 자기 명예가 부당하게 구겨졌거나 이럴 때 하는건데, 그게 위선이죠. 한마디로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일을 안해요.
지 - 법정에서 뭔가 선고가 되어야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죄가 아니고.
진 - 어떻게 보면 세상이 달라졌다는 얘기죠. 옛날에는 그런 걸 해도 유야무야 넘어갔는데, 지금은 못나올 것 같으니까.
지 - 이번에 소환된 이인제 의원도 사람들이 자살할까봐 걱정을 하는데요.
진 - 이인제는 자살안해요. 이건 꼭 써요.(웃음)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 지지자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겠죠.
지 - 검찰도 머리를 써서 기다리는 작전으로 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진 - 30일 정도 끌면서 농성 푼다고 하면 풀지 말라고 해야 되요. 나중에 반성문 받고 농성 풀라고 하고.(웃음) 계속 하라고 해야돼.
지 - 최근 들어 아이들과 동반자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타살인데요. 그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 - 두가지인데요. 하나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고, 예전에 그걸 분석한 글이 있을 거예요. 뒤르켐이 얘기한 것처럼 이기적 자살과 이타적 자살이 있잖아요. 이기적 자살은 굉장히 근대적인 형이고, 이타적 자살은 봉건적인 형이거든요. 우리는 그게 같이 나타난다는 거죠. 경제적인 이유는 이기적 자살이거든요.
경제력 좌절, 사회에서의 좌절으로 인한 자살이고, 그게 가족동반자살로 나타나는 것은 봉건적인 건데,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중첩된 구조를 보여주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두가지가 해결되어야 하는 겁니다. 하나는 그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사회 구조의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애들까지 죽이게 만드는 낡은 관념의 문제가 있구요. 이게 사실은 정치적 문제예요. 어떤 경제정책을 폈을 때 결과가 나타나거든요. 그냥 나타나는게 아니고, 그런 식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책임이고, 정치에서 다뤄져야할 문제입니다.
지 - "강준만에게 노무현의 의미는 민주당 정권의 집권연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강준만 교수께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당분간 얘기하지 않겠다는 시한부 절필선언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게 강준만 교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약을 올리는 것으로 비춰졌는데요.
진 - 내 말이 맞았으니까 약이 오르는거죠.(웃음) 옛날부터 지적했잖아요. 그 부분은 4년전부터 지적했던거죠. 그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탄핵입니다. 설마 탄핵할 줄은 몰랐거든요. 민주당의 상태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니까,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거기서 무너진거죠.
지 - 탄핵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진 - 황당했죠. 솔직히 말하면 탄핵할거라고 생각을 못했던게 쟤들도 호모 사피엔스 아니예요?(웃음)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고 원숭이였다는거죠. 상식적으로 현실판단능력이 없다는거예요. 누가 봐도 그거 닭짓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저지르더라구요. 한마디로 화가나고, 황당하고 그랬죠.
지 - 지금 이라크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군의 잔혹행위도 나오고 있구요. 지금 상황에서의 파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당장 철회해야되죠. 간 사람들도 다 불러들이고. 봤잖아요. 쟤네들 정상이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변태거든요. 저게 지금 전쟁이 아니고 포르노거든.(웃음) 차라리 사람을 때리든지, 그럼 덜 분노할 것 같아, 인격을 무시하는거잖아요. 이게 인종주의적이라는 겁니다.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인간으로 보는거예요. '니 의지를 꺽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아니라 개줄에다 묶어서 끌고다닌다든지, 사람에게 여자 팬티를 뒤집어 씌운다든지, 전기 고문을 한다고 위협하고, 알몸으로 쌓고 이런게 한마디로 정신병자거든요. 그런놈들하고 어떻게 한패가 되냐구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거고, 당장 있던 군대도 다시 불러들여야 할 상황이라는 거죠. 자꾸 미국과 부시를 동일시하는데, 미국이라는게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거든요.
부시를 지지하는 사람이 반이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반이거든요. 부시가 지금 정상이냐 하면 정상이 아니거든요. 상당히 모자라는 사람이예요. 말하는 걸 들어보거나 하면. 뭐랄까 저능아 비슷한 그런 것 같아요.
지 - 거기다 종교적 신념까지 있으니까 더 무서운거죠.
진 - 그게 또라이들의 특징이잖아요. 그런 또라이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는거죠. 그게 미국의 전부는 아니고, 정권 바뀌면 또 달라지는거잖아요.
지 - 지금 한나라당 같은 경우 비례대표 의원으로 송영선씨가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안보에 대해 뭔가 역할을 하겠다고 야무진 다짐을 하고 있구요.(웃음) 국제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된다고 압력을 넣는 세력이 일정 부분 존재하지 않습니까? '미국을 감동시키기 위해' 파병을 해야한다고 하는 세력들에 맞서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진 -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기 때문에 통과할 수 있다고 봐요. 그거 하라고 과반수 만들어준거 아닙니까? 그거 안한다면 말도 안되는거죠. 이제 한나라당 핑계대지 말라는거지.
지 - 이제는 한나라당 핑계를 댈 수 없게 되었죠.
진 - 열린우리당 자체가 과반수인데다가 민주노동당 합세하지, 민주당도 설마 합세 안하겠어요. 그 사람들은 파병반대를 선거때부터 했던 사람들이고, 그러면 압도적 다수거든요. 안한다는건 말이 안되는거죠.
지 - 열린우리당을 사실 100% 신뢰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파병 문제에 대해 '파병을 해야된다'는 사람들도 꽤 있지 않습니까?
진 - 그러니까 썩을 놈들이라는거죠.(웃음) 말이 필요없어요. 제가 지금 파병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요구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요구예요. 이거는. 부르주아 정권이라면 하면 안되는 거예요. 이것도 못한다면 그게 수구지. 옛날에는 숫자 모자란다고 변명했는데, 이제는 변명 안 통하거든요. 그 책임은 몽땅 열린우리당에게 가는 겁니다. 민주개혁 한다며 과반수 만들어달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만들어줬잖아요. 그러면 딴소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거죠.
지 - 이번 총선 결과 중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게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 - 민주노동당이 의회 진출한거죠. 한겨레 메일 보니까 43년만의 의회권력교체 이렇게 나오는데, 무슨 의미인가 따져봤는데, 상당히 복잡한 논리가 필요하더라구요.(웃음) 그런 것들 보면서 짜증나거든요. 왜냐하면 어차피 한나라당 없앨 수가 없어요. 어차피 과반수가 넘느냐, 조금 모자라느냐 그 싸움이거든요.
그거 영원한 싸움이거든, 동일자의 영겁회귀인데, 매번 얘기하는거보면 니체적 원환사관이 아니라 이 사람들 기독교적 직선 사관이야, 최후의 종말이고, 아마겟돈의 결전이잖아요. 웃긴다는 얘기거든요. 제가 볼 때 다음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봐요. 대선은 잘 모르겠어요. 이번 총선에서 졌으면, 다음 대선에서 이기는데.(웃음) 이번 총선에서 이겼기 때문에 다음 대선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사실은.
그런 문젠데, 지금 한나라당 없애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크는 방법 밖에 없잖아요. 한나라당 없애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덜어나가는 방법과 그들의 수를 1/3로 줄이는 것입니다. 요즘 토론 나가면 딱 1/3 됐잖아요. 적어도 토론에서는.
지 - 그런 의미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높이 평가할만한데요. 이번에 대표까지 겸직 금지를 하면서 논란이 있었잖습니까?
진 - 아주 원칙적으로 해결됐잖아요. 그건 평가해요. 소위 NL, PD 문제인데, 결국은 그쪽에서 문제가 되는건데, 저는 소위 NL 안좋아하잖아요. 전 PD도 아니지만, NL 안좋아하는데, 문제가 되면 NL이 당을 장악할 수가 있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직 금지가 옳다고 봐요. 왜냐하면 원칙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지 - 그런데 대중적인 부분에서 권영길 대표까지 빠지게 되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진 - 물론 타격은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은 지켜가기 위해서 우리가 진보정당을 만든거거든요. 그걸 지키지 못하면 보수정당하고 뭐가 달라요? 지킬건 지키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것 나름대로 해결해나가야 된다는 거죠. 원칙에서 후퇴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거든요.
지 -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원내진출에 성공했는데,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로 인해 한국 정치가 어떤 변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진 - 일단은 민주노동당이 크겠죠. 진보운동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보구요. 앞으로 상당부분 세가 커갈겁니다. 지금 벌써 정치적 효과는 1/3 이상이잖아요. 선거 제도 때문에 앞으로도 선거에서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지만... 뭐 여러 가지가 있겠죠. 경제투쟁이라든지 소위 파업이라든지 이런 격렬함 같은 것이 어느 정도는 의회로 들어갈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장단점이 있겠죠.
장점은 가망없는 투쟁을 실리적인, 합리적인 대화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자본에 대항하는 싸움들의 야생성이라든지 이런 것이 길들여질 수 있는 위험도 있는 것이고, 가능성과 위험 이 두가지 중에서 가능성은 키우고, 위험은 줄이는 방식이 되어야겠죠. 그게 민주노동당의 과제가 될겁니다.
지 -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클 것 같은데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파병이나 노동정책등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한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정책이론지인 '이론과 실천'에서 최장집 교수가 "13%라는 득표율은 민노당이 잠재적 지지계층에 호소해서 획득한 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판이 탄핵으로 급격하게 요동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이 공간이 채워져야겠다, 사회 저변층이나 좌파적인 이익을 대변할 필요성이 민주노동당에 표가 쏠리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열린우리당과 약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도 정체성은 있지만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 노동자 서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정책적 대안과 그것을 수행할 인적역량, 프로그램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능력보다 나타난 표의 요구가 더 강하다고 봅니다"라고 하셨는데요.
진 - 그것은 제가 볼때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봐요. 제가 옛날부터 얘기했는데, 우리나라의 진보 포텐셜은 15%라고 했잖아요. 왜냐하면 어느 사회나 그런 포텐셜이 있기 때문에... 최장집씨나 조희연씨 같은 경우 친정부적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환상들이 있다는거죠. 문제는 탄핵이 없었으면 훨씬 더 좋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탄핵이 되자마자 민주노동당이 지지율이 반으로 꺾였잖아요. 그것을 계속 회복했던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벌써 18% 나오잖아요. 이것도 그렇게 볼거냐는 거죠. 한나라당 22% 나오는 상황에서. 그것은 정치학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 식의 엉터리 분석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고, 조희연 교수도 '탄핵 덕분에 너희들도 덕을 봤다'고 하는데 황당하거든요.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가 하구요. 저 사람들로 하여금 저런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권력의지가 뭔가 하는 의심을 계속 하게 돼요.
지 - 열린우리당이 만약에 더욱 몰리는 상황이었으면 민주노동당을 찍으려던 사람들이 안심하고 찍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었지 않습니까?
진 - 우리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9% 가까운 지지를 받았거든요. 그렇다면 이번에 더 받을 거란 것은 분명해졌잖아요. 미디어 환경도 바뀌었고, 당세도 달라졌고, 그렇다면 13%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란 겁니다. 오히려 제가 봤을땐 15%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게 탄핵 맞아서 주춤한 상황이었고, 이렇게 되면 탄핵은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봐요. 막판에 유시민이 위기의식에 젖어가지고 그렇게 했는데도 그 정도 나왔다는 것은... 왜냐하면 대선때도 4% 나왔거든요. 대선에서 4% 나온 것은 엄청난거거든요.
지 - 최근 유시민 의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표논쟁과 관련해서 "유 의원 정도라면 선거에 눈이 뒤집혀 그깟 몇 석 더 얻으려고 지지자들 불쌍하게 앵벌이나 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보고 뭔가 전략적인 대책을 내놓아야지 지금 뭐하는거냐. 유치하게..."라고 하셨고, '입으로 생리한다'고 한 표현도 논란이 되었었는데요.
진 - 한마디로 조까라고 얘기한거죠. 굉장히 짜증났는데, 제가 볼때는 김원웅씨가 백번 나은 것 같아요. 김원웅씨는 만나보니까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요. 선이 있어요. 인정할 거는 인정하고, 이렇게 나가는데, 지켜야할 원칙이 있는데, 유시민씨는 원칙이 없어요. 뭐든지 정치게임이거든요. 잔머리를 굴려요. 소위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김문수, 이재오보다 더 악랄한게 유시민입니다.
왜냐하면 김문수, 이재오는 최소한 진보세력이 진출하는데 대해서 반론은 안피거든요. 방해는 안한다는 말이죠. 자기들 생각이 바뀌었잖아요. 바뀐 생각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인데,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동영은 오른쪽 표 끌어오고, 유시민 같은 경우는 왼쪽표 끌어오고 이게 제대로 된 정치 게임이냐는거거든요. 편법으로 한단 말이예요. 그러면 안되거든요. 자기 표는 자기 표대로 가져가면 되는거예요.
왜 남의 표를 빼앗아가려고 생각하냐는 말이예요. 예컨대 지지표를 얻고 싶으면 열린우리당을 지지할만한 정당으로 만들라는 겁니다. 그게 정상이거든요. 맨날 공포정치잖아요. 이게 '빨갱이가 내려온다'는 거하고 똑같은거라구요. 이 수준에서 얘기한다는게 짜증나는데, 전 그 사람의 개인정치라고 봐요. 당내에서 자기 입지가 뭐냐하면 딱 그거거든요. 저쪽 표 끌어오는 것으로 먹고 사는거라구요.
진보를 팔아서 개인적 입지를 지킨다는 것의 비도덕성을 저는 강하게 비난합니다. 며칠 전 방송에 나가서도 그 얘길 안했거든요. 사람들이 유시민 비난할 때 오히려 옹호를 했단말이죠. 신장식씨 프로그램 나가서. 바로 갔다오니까 그 따위 짓을 할때 열이 받더라구요. 인간에 대한 믿음이 딱 끊겨버린거죠. 제가 볼때는 그 사람 일 칩니다. 위험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계속 마크가 들어가야될 것 같아요. 마크가 들어갈 것이고.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되죠.
옛날에는 방법적 자유주의자 이렇게 얘기하더니 이제 와서 한술 더 뜨잖아요. 제대로된 자유주의자를 하라는 얘깁니다. 편법쓰지 말고. 그리고 진보진영이 자기한테 무슨 짓을 했습니까? 우리가 유시민한테 무슨 죄를 졌습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피해를 주고, 타격을 주느냐는 말이죠. 생각을 해보세요. 예컨대 지구당에서 뛰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1,500만원 마련하는거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저도 기탁금 내는데, 백만원 보탰어요. 이문옥씨나 되니까 그만큼 모이는 거고, 나머지는 저 밑바닥에서 카드 긁어서 뛰는 사람들입니다. 거기서 1%가 얼마나 중요한데, 비례대표 1%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그 표란 말이예요. 당선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우리는 몇 % 더 얻었느냐, 안얻었느냐 이게 우리한테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게 진보의 척도거든요. 예컨대 당선이 되느냐, 안되느냐 이런 기준으로만 본다면 정치가 천박해진다는 거죠. 똑같은 논리로 예컨대 김홍신씨 밀었던 표는 몽땅 사표겠네요. 그런데 그 어법이 맞는 어법입니까?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서 당선이 안된 모든 지역은 사표란 말입니까? 당선의 기준으로만 본다고 하면 그런거죠. 또 한가지는 민주노동당이 표를 갉아먹으면 얼마나 갉아먹어요. 더 중요한건 민주당 아닙니까? 민주당은 내버려두고, 하필이면 민주노동당을 건드리냐는 말입니다. 그 부분에서 저 사람 가만히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 - 열린우리당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저 발언으로 그다지 효과를 얻지 못할 것 같은데 왜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진 - 제가 볼때는 당내입지용이예요. 정동영은 보수성을 가지고 오른쪽을 끌어들이고, 유시민은 왼쪽을 끌어들인다는 그거거든요. 개혁당 사람들이 하는 일이 그거잖아요. 옛날에 진보성향 조사한거 있잖아요. 민노당이 5.7인데, 개혁당이 5.4거든요. 그 당시 민주당은 1점대란 말이죠.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할 사람들인데, 이걸 그쪽으로 다 가져갔잖아요. 그 사람들을 가지고 그 안에서 말빨을 세우는 건데, 이건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봐요. 정치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자기 당 지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왜 거기로 데려가느냐는 겁니다.
지 - 송두율 교수의 구속 이유에 대해 "하나는 이념적인 이유로, 이 기회에 다 죽어가는 반공 이념을 되살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사회적으로 다시 확인 받으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성격의 것으로, 송 교수를 빌미로 그를 불러들인 정권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의 정치적 효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즉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송 교수를 희생양으로 이용해 먹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송두율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보 개혁 진영에서도 국가보안법 문제가 아니라 송두율 교수가 거짓말을 한게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진 - 거짓말을 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그 사람이 해명을 했잖아요.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없다'구요 그것도 몇십년전의 일이라고 본인의 입으로 얘기했잖아요. '그런 일은 있었지만'이라고 대단치 않게 얘기한 것인데, 거짓말한 것으로 몰아간다든지. 또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 사람이 실제로 한 행위가 없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행위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왜 처벌을 하냐는거죠. 저는 송두율씨 견해에 동의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을 처벌하는건 말이 안되죠. 야만이라고 보거든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가 되었으니까 그 문제는 해결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합당을 하든지.(웃음) 뭐가 달라요? FTA 문제, 파병 문제 등등 모든 문제에서 같이하면서.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딴건 몰라도 그거 안된다고 하면 말이 필요없는 겁니다. 국가보안법 철폐하면 되는거거든요. 뭐하는 짓이냐는 말이예요. 그거 철폐하면 풀려나오는거거든요. 아무리 봐도 행위가 없다는 말입니다.
간첩질을 했습니까? 안했잖아요. 국가 정보를 빼와서 그쪽에 넘겼습니까? 아니잖아요. 주체 사상이 퍼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거짓말이거든요. 왜냐하면 주체사상은 86년도에 이미 들어와 있었어요. 87년에 가장 극성적이었습니다. 이 사람 첫 저서가 89년도에 나왔고, 이 사람은 내가 얘길 해보니까 주체 사상가가 아니야, 내가 철학 전공했잖아요. 아닌데 왜 자꾸 주사파라고 모냐는 말이죠. 나 주사파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왜 주사파가 아닌 사람을 주사파라고 얘기하냐는 말이예요. 아닌데.
지 - 경향신문 칼럼에서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어차피 보수정당이다. 그나마 '개혁의 이념'을 포기한 이상 두 당을 갈라주던 희미한 선마저 이제는 지워졌다. 그러니 이 참에 합당하는 건 어떨까?"라고 열린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열린우리당은 상부구조에서 진보적 아젠다를 설정할 능력을 잃었고, 하부구조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들이라는 대중적 토대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하셨는데, 열린우리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진보쪽으로 끌어당긴다고 해도 과반수를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역할없이는 개혁이 힘들텐데요.
진 - 전망이 밝지 않다고 봐요.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의 본질 자체가 보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선거용으로 개혁 얘기를 하는거고, 상징적·기호적 가치가 있는 얘기지, 실질적으로 당장 나오는게 뭡니까? 신기남이 언론개혁 떠들잖아요. 그것도 당내 경선 때문에 떠드는거고, 그런 문제라는 거죠. 국보법 철폐라든지 이런게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요. 아울러 제일 먼저 서민경제 대책이라고 내세운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미루어버린거라든지, 이따위 것들. 그러니까 한나라당에서 김용갑, 정형근 등 몇 명 빼버리면 같이 합당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 박세일이 백번 낫더라구요. 하는 얘기들어보면 정동영보다 나아요. 사실은 김용갑, 정형근, 송영선 이런 사람들 몇 사람 빼면 나머지는 합당을 해도 큰 무리가 없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가는 것 아닙니까? 둘 다 실용주의 정당 하자는거 아닙니까?
지 - 한나라당의 개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 - 생존의 위협을 받으니까 이제 개혁을 좀 하는거겠죠. 조금은 달라질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후배 하나가 한나라당 들어가겠다고 해서 좀 씹어주면서 그런 얘기를 해줬는데, '니들이 살아남을 길은 열린우리당 하고 개혁경쟁을 하는 길 밖에 없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이미 수권능력을 잃어버렸고,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너희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차라리 개혁경쟁을 해서 전선을 혼란시키는게 너희들한테 백번 나을거라고 했어요.(웃음) 누가 개혁이고, 누가 보수인지 헛갈리게.
지 - 안수찬 기자하고 만나서 얘기해보니까 한나라당이 개혁되기에는 120석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구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하던데요.
진 - 그건 몰라요. 그건 두고봐야 돼요. 100석이든 120석이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거든요.
지 -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 -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나마 그 동네에서는 낫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황당한게 박근혜가 나름대로는 그 안에서는 개혁파잖아요.
지 - 안수찬 기자가 재미있는 얘기를 하던데,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져서 박근혜 체제를 택하기 전에는 한나라당이 한번도 박정희 신드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는데요. 이번에 막상 박근혜 대표 체제를 택한 다음 그 효과에 한나라당도 놀랬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진 - 제가 볼때는 코드가 박정희 신드롬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박정희 신드롬은 강하지 않았고, 그건 나이든 사람들한테나 먹혔던거죠. 오히려 박근혜가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은 개혁성 가지고 나섰던거죠. 제가 볼때는 개혁성과 '잘못했습니다'로 나갔던거지, 그래서 박근혜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전에는 비주류였는데, 주류로 세움으로서 구원을 했던거죠. 박정희 신드롬은 일부에서만 있었지, 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 - 박근혜는 여자고 하니까 부드럽고 개혁적일거라는 이미지만 있지, 보여준 정치적 내용이 없지 않습니까?
진 - 한나라당에서 그 정도만 해도 뭐.(웃음) 박근혜는 옛날부터 한나라당 이래서는 안된다고 얘기를 했었고, 미래연합 할때도 그래서 나갔던 거잖아요.
지 - 아버님께서 목사셨고, 기독교 신자로 알고 있는데요.
진 - 사이비 신자죠. 술먹고, 담배 피우고, 교회 안가고.(웃음)
지 - 현재 한국의 기독교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시민 의원이 예전에 지유철씨하고 인터뷰를 했던 것 중에서 '한국 교회는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일만 한다'고 한 부분 때문에 일부 기독교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사과를 한 적도 있는데요.
진 - 그 말을 왜 철회했는지 모르겠어요. 왜 안하던 짓을 해.(웃음) 그것은 사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게 지유철씨가 어떤 코드로 질문을 했느냐 하면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비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나온 말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없는겁니다. 걔네들은 기독교 전체가 아니라니까요. 걔네들은 기독교 안에서도 이상한 애들이예요. 제가 교회 30년 다녔지만, 그런 문화는 처음 봤어요. 감리교만 해도 다른 문제가 있지만, 좀 낫다구요. 미국 또라이가 되가지고, 성조기 흔들면서 기도회를 한다든지 하는 이런 또라이성 행동들은 씹어줘야 되요. 이럴 때 나 같은 논객이 필요한거지.(웃음)
유시민은 정치인이라 이제 못하지만, 나는 씹어도 되거든. 나중에 한번 씹으려고 하는데, 토론회 불러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교회를 다녔지만, '당신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된다. 당신하고 신앙하고 미국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얘기할 수 있잖아요.
지 - 조선일보에서 인용되거나 그랬을 때 그걸 인용하거나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진 - 자유예요.
지 - 악의적으로 인용하는거야 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 조선일보에 대해 좀 더 강하게 항의하거나 비판할 필요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많았는데요.
진 - 항의도 하고, 비판도 했죠.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예전에도 이한우가 인용해도 되겠느냐고 연락했더라구요. 그래서 '전제는 허락할 수 없다'고 했더니 보도형식으로 쓰겠다고 하더라구요. '안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네들은 그럴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은 맞거든요. 그 부분은 할 수 없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게 사실이고, 나는 이게 기사가 된다는게 이해가 안되지만, 당신들 기준은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터치할 수 없다는거죠.
거기까지는 제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중앙일보는 전제를 했던데'라고 하는데, 그것도 제 허락을 받지 않은거거든요. 그랬더니 '우리도 허락 안받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서 '그러면 내가 사법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얘기가 됐던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게임을 한다 해도 지켜야될게 있다는 거예요. 상대방이 와서 골을 넣겠다는데, 골을 넣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거거든요. 자기들이 합법적으로 규칙내에서 행동한다면 제가 원하지 않더라도 할 수 없는거죠.
제가 이한우 기자한테 책을 줄 때 하는 말이 뭐냐 하면 '제발 기사로 다루지 말라'든가 하면서 주거든요. 받으면 '기사로 써줄까' 이런 얘기를 해요. 그러면 저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기사로 다룰만한 책이니 어떠니 하는데, '아니다. 내 책이 신문기사 난다고 팔릴 책도 아니고'라고 하죠. 미학 오딧세이 신문 기사 안나고도 팔린 책이거든요. 미학 오딧세이에 관해 최초로 난 기사가 그거예요. '3중계약으로 도덕성 파탄'.(웃음)
지 - 오마이뉴스와 '사실은...' 프로그램을 비판하셨는데요. 조중동 같은 경우는 이제 비판할 사람도 많고, 영향력도 적어졌기 때문에 개혁 진영의 위험성을 경고하시는 겁니까?
진 - 그런 것은 아니구요. 제가 세웠던 기준이 있거든요.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니까 비판을 하는거죠. 최근에 많이 벗어났잖아요. 그런 고려들은 생각 많이 안해요. 왜냐하면 그런 고려들이 똑똑하지 않거든요. 사람들이 나름대로 정치적인 머리를 굴리면서 나름대로 현명하게 행동한다고 믿는데, 가장 현명한 것은 무던한 사람이 가장 현명한거거든요. 어떠한 경우에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이기게 되어 있어요.
언론비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 하면 정치적인 효과가 어떻고 하는 고려는 하지 않아요. 그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대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거라고 보거든요. 예측 못한다는 거죠. 조선일보가 날 이용해먹는다고 했다 치더라도 그게 자기들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왔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잔머리를 굴리는건데, 거기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영향력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 -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과민반응하는 것일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진중권이 발언을 함으로써 조선일보 같은 거대악과의 싸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진 - 문제는 뭐냐하면 예컨대 이런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싸움꾼의 감각을 가지고 하거든요. 싸움꾼이 제일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뭐냐하면 어디서 싸워야될지를 결정해야 되는 겁니다. 자기한테 불리한 그런 포지션에서 싸운다는 것은 자살이라고 보거든요. 김원웅씨 공격을 했는데, 자기가 인정하는 건 딱 인정을 해버리거든요. 그러면 내가 헛발을 날리게 되는 거예요.
사람이 변명도 하고 그래야 신나서 '이거 아니냐, 저거 아니냐' 하면서 사람 무안하게도 만드는 건데, 예컨대 공화당 이런 부분도 굳이 변명할 생각 없다고 얘기하거든요. 변명할 생각이 없다는데, 제가 뭐라고 얘기하겠어요. 이런 부분이라는 거죠. 저는 그게 더 강하다고 봐요. 저는 그 사람 진실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청년장교단 그 얘기를 했을 때 단지 변명이 아니라 낫세르 얘기하고 그랬을 때 그럴 수도 있다고 봤거든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요. 박정희 처음 나왔을 때, 청년장교단 나왔을 때 처음 얘기한게 민정이양하겠다고 그랬던 것이고, 혼란기였고, 믿었던 사람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3선 개헌하면서 완전히 틀어진거지, 3선개헌만 안했어도 그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 됐을수도 있었어요. 그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한건데, 적어도 그 당시에 그걸 생각했던 것은 단지 변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것은 자꾸 편가르기해가지고 이러는게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 돼요. 조선일보하고 뭘로 싸울거예요. 원칙이거든요. 우린 옳았다는 걸 가지고 싸우는게 장기적으로 이기는거거든요. 이한우가 뭐라고 하냐하면 '니들도 조선스럽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문제는 이쪽이 조선스럽지 않을때 그쪽이 할 말이 없어지는거거든요.
지 - 인터넷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좋은데, 진중권 때문에 지지 못하겠다'는 말이 가끔 나오는데요.
진 - 고립을 시키려는 시도죠. 논리로 얘기할 부분은 논리로 얘기해야되요. 저도 편법을 사용한다면 열린우리당을 찢어놓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어요. 나는 그게 우스워요. 예컨대 저도 정동영 의장 만나서 '열린우리당 지지하려고 하는데, 유시민 때문에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왜곡된 정치의식이잖아요. 제가 어떤 주장을 했으면, 내가 밉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에 대해서 반박을 해야죠.
지 - 사실 누가 싫어서 그 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그 말의 진정성을 믿을 수도 없죠.(웃음) 지금까지 하신 역할이 일정하게 악역을 맡거나, 적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진 - 내가 적을 만드는게 아니라 적이 나를 만들었죠.(웃음) 늘 하던 얘기한거거든요. 옛날부터 했던 얘기를 했어요. 네티즌들이 이문열을 공격할때는 이문열을 옹호하기도 했구요.
지 - 그래도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진 - 왜 상처를 받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저에 대한 악의적인 리플들을 봐도 상처 안받거든요. 말도 안되는 얘기를 보면 웃겨요. 그런데 짜증나는 부분은 있어요. 반칙 같은 걸 보면 짜증나는 부분들이 있는데, 화는 잘 안나요. 욕하든 뭐든 신경 안쓰거든요.
지 - 예전에 도올이 했던 '민중의 함성, 그것이 헌법이다'에 관련해서 "서구에서라면 거대한 스캔들이 일어날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하셨는데요.
진 - 그 사람이 지나가다 했던 말이면 괜찮아요. 그런 말 할 수 있어요. 대통령의 운명이라는게 헌법재판소에 걸려있다는 정도면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자연법 사상, 법 철학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위험해지는거거든요. 사람이 가끔 살다보면 '확 뒤엎어버리고 싶어' 이런 말 할 수 있잖아요. 뒤엎을 수 있는 민중의 권리가 어떻고, 혁명권이 어떻고 하고 나오는거하고는 다른 문제라는거죠. 그런데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제가 볼때는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 반대편에서 김용서는 쿠데타 이따위 얘기를 하잖아요. 이게 무슨 바이마르 공화국이야?(웃음)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있단 말이죠. 그리고 도올이 어떤 사람입니까? 서프에서 옛날에 도올을 그렇게 씹다가 그 얘기 나오니까 달라졌잖아요. 이게 일관성의 문젠데, 정치가 사람들을 발전시켜야 되는데, 사람들을 더 우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인격을 망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서프는 삭제도 많이 하던데, 그게 뭐예요. 진보누리는 삭제 안하거든요. 자기들은 강하잖아요. 그러면 더 여유가 있어야지. 왜 지워요. 진보누리는 온갖 글이 다 올라오고, 도배까지 놔두는데.
지 -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은 있으십니까?
진 - 이대로 사는거죠. 원고료 받고 글쓰고. 인터넷은 당분간 안하려고 해요. 한다고 해도 좀 더 왼쪽으로 가야죠.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중이고, 가장 좋은 건 좌파매체를 만드는 건데, 예컨대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사회당이나 그 밖의 급진적인 사람을 포괄하는 매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잘 안되는 모양이네요. 연락이 없네요. 난 약속을 지키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게 시민사회적 상식의 관점에서 이런 정당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지지한거거든요. 강령에 동의하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었다고 얘기했고, 그 부분을 지켜야되기 때문에 4월 15일 이후로 떠난거구요.
지 - 어떤 면에서는 비관주의처럼 보이는 면이 있는데요. 어린 시절 아버님이 사고를 당했고, 그 때문에 불우했던 기억하고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진 - 아니예요. 특별히 비관주의적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어떤 면에서는 낙관적이죠. 문제는 환상이 없다는 겁니다. 삶에 대해서도 환상이 없고, 그 다음에 정치가 크게 바뀔거라는 환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냉철하고, 썰렁하죠. 뜨거운 열정 이런 부분이 없구요. 힘든게 뭐냐하면 열정을 가지고, 종교적 광신이라든지, 신념들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한다는건 쉬워요. 그렇지만 냉철하게 이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는건 어렵거든요. 왜냐하면 또 열정은 쉽게 식거든. 태도가 냉정하면서도 뭐랄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그게 중요하다고 봐요.
보세요. 길바닥에 나온 아저씨들 난리잖아요. '예수천국, 불신지옥'하면서, 지난번에 가다보니까 길바닥에 앉아서 짜장면 시켜먹으면서 하더라구요. '도대체 저 열정은 어디서 나오느냐' 궁금하더라구요. 꺼먼띠 두르고.(웃음) 문제는 그런 식으로 설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이 안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기다리는 거하고는 다른 문제거든요. 둘이 있죠. 그런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예 안믿는 사람이 있지만, 중간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환상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태도는 힘들죠. 제가 바라는건 바로 그런 거예요. 열정이라는게 좋지, 문제는 뭐냐하면 열정은 사람을 상당부분 무식하게 만들거든요. 미련하게 만들고, 무식하게 만들고, 많은 경우에 잔혹하게 만들잖아요.
지 - 그런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꼭 필요하잖아요.
진 - 그렇죠.
지 -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때문에 세상이 발전하는 면도 있을 텐데요. 진보진영 얘기하다보면 꼭 나오는게 시스템과 인물의 문제거든요. 진보진영이 너무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영화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거기에 참여하느냐도 중요하고, 그 수많은 선택을 1/N 투표로 의사를 결정한다면 백년이 지나도 영화가 나올 수 없지 않습니까? 일정부분 사람한테 기대야 일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시스템이 너무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인물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거든요.
진 - 그게 정확한거예요. 전 그렇게 봐요. 제가 솔직히 말해서 열린우리당에서 활동했으면 상당한 환호를 받았겠지만, 민주노동당에서 하니까 썰렁하잖아요.(웃음) 전 오히려 그게 발전된 의식이라고 보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들에 대해서 그게 저는 더 과학적이라고 봐요. 사람은 대충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또 하나는 인물이라는게 대충 만들어지거든요. 만들잖아요.
제가 노무현을 띄우는 과정도 봤잖아요. 제가 거절은 했지만, 노무현을 띄우는 책을 그쪽에서 써달라고 하기도 했구요. 지식인 서명들 조직하는 것도 제 눈으로 봤거든요. 그래서 그게 환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구요. 대통령은 대충 채소장사한테나 필요한 아이큐를 갖고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체코의 하벨의 말인가요? 저는 그 말이 맞다고 봐요.
지 - 존경하거나 이런 분은 별로 없으신 것 같지만, 그런데로 좋아하는 지식인이나 작가는 없습니까?
진 - 문제는 저는 정치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면 그때 강연에서 했던 얘기가 그거거든요. 그리스의 정치라는건 '사람은 소위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을 때 사회적이란 그게 폴리스거든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폴리스에 존재해야지만, 사람취급을 받는거죠. 폴리스에 있다는건 참정권과 피참정권, 피선거권을 갖는거죠. 정치에 참여해서 그 다음에 인간성이 완성되는 것으로 봤다는 말이예요. 그런데 문제는 정치가 인격을 완성하는게 아니라 우리는 인격을 깍아먹거든요.
이게 도대체 뭐냐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되는 건 참아주겠는데, 지지자들까지 그렇게 되는 건 못참겠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예컨대 김용옥에 대해서 서프에서 욕을 하다가 탄핵에 관련해서 발언하니까 '와'하거든요. 정치 때문에 망가지는 인격의 일관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저는 굉장히 아파요. 제 문제는 그거거든요. 그런 걸 못참는다는거.
결국은 저놈들 밥그릇 싸움인데, 거기에 동원돼서 뭐하러 그 짓을 하냐는 겁니다. 그게 이해가 안된다는 거예요. 정치라는게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완성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망쳐버린다니까요. 차라리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을 만나면 훨신 더 편해요. 모든 판단에 있어서 훨씬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합리적이예요. 정치적으로 물든 사람을 만나면 모든 판단이 당파적으로 갈라지니까 로봇처럼 느껴진다는 말이죠. 사람이 아니라.
왜 이래야 되냐는 겁니다. 저는 그걸 원시성이라고 보는데, 그게 문제라는거죠. 한나라당 지지하면 하라는거예요. 열린우리당 지지하고 싶으면 하라는거예요. 민주노동당 지지할 수도 있잖아요. 문제는 뭐냐하면 그것 때문에 판단기준이라는게 딱 거기서 그치잖아요. 간단하잖아요.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는 조금 많은 머리가 필요해요 그 사람이 어느 편이냐는 걸 판단하는 것은 많은 아이큐가 필요없거든요. 무슨 박테리아입니까? 아메바입니까? 사람들이 진화의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서... 정치가 뭐길래.
지 - 글읽고, 쓰는 것 외에 다른 취미는 없으십니까?
진 - 주위에서 권해주는 영화와 드라마를 가끔 봐요. 사실은 그런거 있거든요. 주체의 죽음 얘기하잖아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얘기하는. 누가 누구라는게 사실 안중요해요. 그래서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의 얼굴을 잘 기억못하죠. 전 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지 - 근데 중요한 역할 하시잖아요.
진 - 인터넷에서 한 얘기가 갑자기 신문의 1면 탑에 나오면 짜증나잖아요. 인터넷에서 할 얘기가, 보도될 사항도 아닌데, 사회면에 나오고 그러면 짜증나요. 그런게 있잖아요. 래디컬한 평등의식 같은게 우리 집안에 강하게 있거든요.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어렵게 자랐고, 또 한편으로 그런 걸 안믿어요. 천부적 재능이니 이 따위 얘기들 있잖아요.
제가 어디 나가서 백일장 나가서 상이라도 받아봤으면 믿겠는데,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사람들은 인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막상 만나보면 그 유명한 진중권 맞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글로 보여주는 것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하고 다른 것 같아요.
지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진 - 특별히 할 말은 없는데요. 선거 끝났으니까 정신들 좀 차리고, 4년동안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되는데, 동원의 대상들이 되어 버렸잖아요.
공식 인터뷰가 끝나고, 노회찬 사무총장과 이진경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노회찬 효과에 대해 진중권씨는 "막판 노회찬 효과 컸죠. 2∼3% 정도는 될 것 같아요. 탄핵으로 빠진 부분을 상당히 회복했습니다"라고 했고, 주목 받고 있는 젊은 학자인 이진경씨에 대해서는 "요즘 생각이 너무 달라져서 소통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유일하게 평가할만한 친구입니다. 제가 사유가 산만하다면 그는 체계적이거든요. 서로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고, 둘이 만나면 굉장히 생산적입니다. 전 진경이가 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조선일보가 후지다'는 얘기를 가장 먼저 한게 이진경이었어요. 89년 경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가진 철학과 현실의 문제가 연결이 안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하도 욕을 했더니 다감한 친군데, 그것을 못견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첫댓글 자칭 일등신문이라면서 이런 글을 찾아 올리니.. 원래도, 그랬지만 말입니다.
원래도 그랬죠.. 스크롤 압박 좀 있었지만 끝까지 읽어봤는데.. 생각이 복잡하네요.
진중권씨.......저와 비슷한 생각이 참 많군요.....사실 언젠가부터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정책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죠. 선거후 열린우리당은 더 오른쪽으로 한나라당은 더 왼쪽으로 가면서 양쪽의 구별은 더 힘들어졌구요.
그 뿐아니라 양 쪽의 지지언론과 지지자들도 갈수록 비슷해지는 듯합니다. 양쪽의 지지언론은 전체적 본의를 흐리는 제목을 뽑고 편향된 내용의 기사만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때로 감정적으로 일방의 편을 드는 거라던지....선거막판때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를바가 거의 없더군요.
인터넷에서 보이는 지지자들도 그런듯합니다. 서프라이즈와 독립신문의 편파수준도 차이가 크지 않고 인터넷에서 지지글쓰는 지지자들의 논리나 파쇼성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어 보인다는게 저의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