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멸치 다시마 육수만 든든하게 모셔져 있으면 어떤 요리든 복잡하고 심란하지가 않다.
너무 바쁠 때에는 고추와 파마저 모두 잘라서 냉동해 놓고는
미리 내어놓은 육수에 냉동된 파와 고추, 상황이 되는대로 아무 재료라도 넣어
잡탕찌개를 끓이면 끼니를 해결 할 수 있고
밥마저도 없다면 국수를 삶아 육수에 말아 물국수를 먹을 수도 있다.
아플 때 국물 한 숟가락이 얼마나 아쉬운지 알기에
내 자취 냉장고 냉동실에는 언제나 비상용 육수가 조금씩 남겨져 있기도 하다.
그래 멸치 다시마 육수 내기는 늘상 반복하곤 하는 일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자주 멸치다시마육수를 내어도
멸치국물이 끓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언제나 엄마 따라 다니던 군산 구시장 생각을 하곤 한다.
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다리 아프도록 엄마를 따라 다니다가, 혹은 엄마 등에 업혀서
시장 2층 멸치 고는 냄새가 입구서부터 풍기는 국수집에 들어가던 기억.
엄마가 덜어서 식혀주시던 하얀국수를 먹던 기억은 시장가기의 하이라이트였고
이성당 아이스크림과 더불어 내가 시장에 가야하는 이유였다.
오늘도 멸치 다시마 육수가 우러나는 동안 나는 어쩔 수 없이
군산 구시장 높은 천정과 웡웡 울려대던 말소리, 그리고 지금은 작아진 엄마의 등을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세월이 가면서 진해지는 추억같이 멸치다시마육수의 구수하고 깊은 맛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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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맛, 멸치 다시마 육수
재료 국물용 멸치 30마리, 다시마 8장(사방5*5cm), 청주 2큰술, 물 9컵(1800ml),
채소 껍질이나 마른 표고 기둥, 자투리 채소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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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료 없이도 음식에 맛이 나는 것은 멸치다시마육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육수는 날 잡아서 내어 놓으시면 요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요 ^^
만든 육수는 며칠 안에 사용하실 것이라면 냉장보관하시고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씻어 말린 우유팩에 넣어 냉동보관 하시면 좋아요~
중간짜리 우유팩 하나가 500ml니까 딱 1인분 국물양 정도 되겠네요. 참고하세요 ^-^
+ 원래 국물을 낼 때에는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를 떼어낸 다음 국물을 내어요.
떫은 맛이 날 수도 있어서인데요~
그런데 워낙 맛있는 멸치를 고르면 그냥 만들어도
국물 자체에서 달큰한 맛이 날 만큼 구수하고 맛이 좋드라구요.
국물용 멸치는 되도록 은빛이 투명하고 배부분이 노르스름한 멸치를 고르세요.
그냥 냄새를 맡아도 비릿내가 나지 않아야 좋은 멸치랍니다~
젖은 행주로 다시마의 하얀 가루를 깨끗이 닦아내고 분량의 물에 넣어 30분간 둔다.
멸치는 마른 팬에 볶아 비릿내를 날려서 준비한다.
다시마를 불리던 물에 멸치 등의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센불에 올려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중불로 줄여 맛있는 육수가 우러나오도록 15분 정도 끓인다.
면보나 고운체에 걸러 요리에 사용하면 된다.
* 사진을 클릭하시면 해당 요리 레시피로 넘어갑니다.^^
오징어 무국...
수제비...
순두부찌개....
간단 된장찌개까지~~
이런 국물요리는 물론이고 덮밥, 조림 등 물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육수를 잔뜩 내어놓고 나니 또 든든하다.ㅎㅎ
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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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업적,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