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향미, 여가(밤마실) 25-07, ①밤마실 드로잉 행사
구판장 사장님께서 배향미 씨의 근황을 물은 건 캔커피를 함께 마시던 날이었다.
“요즘 향미 잘 지내나?”
“응.”
“향미 요즘 어떻게 지내노?”
“....”
직원은 배향미 씨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향미 씨, 제가 사장님께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응.”
직원은 배향미 씨가 요즘 에어로빅, 비올레 제과 수업, 고제교회 예배 등으로 활발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 향미가 구판장까지 걸어오는 거 보고 어디서 운동하나 궁금했지. 향미는 걷는 거 좋아하니까 자주 걸으면 되겠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직원은 배향미 씨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배향미 씨, 걷는 거 좋아하세요?”
“응.”
“구판장까지 걸어오는 거 힘들지 않아요?”
“좋아.”
“그럼 다른 사람들과 같이 걷는 모임이 있다면 가보고 싶어요?”
“응!”
그 대답에 직원은 미소 지었다. 배향미 씨와 함께 걸어줄 둘레 사람들을 하나둘씩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에어로빅 원장님을 찾아가 인사하고 물어보았다.
“배향미 씨가 걷기 모임에 나가고 싶어 하는데, 주변에 좋은 모임이 있을까요?”
“음…”
“우리 같은 아줌마들은 걷기 모임보다는 1교 다리에서 춤추는 거? 그런 거 하지. 아니면 밤에 가볍게 건계정 쪽으로 산책하는 정도? 그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아니면 군청 홈페이지나 그런 데 찾아봐요. 요즘은 잘 나오니까.”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비올레 제과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걷는 모임이요? 글쎄요… 우리는 아이가 있어서 바빠서 그런 모임은 못 나가지만,
가볍게 집 앞에서 산책하곤 해요.”
“네,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좋죠.”
“호호, 제 친구는 아이들이랑 저녁쯤 스포츠파크 한 바퀴 걷는대요.”
“그렇군요!”
“배향미 씨도 저녁 식사 후에 밤 산책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밤 산책도 좋죠.”
세 번째로, 밥알 모임 강서희 회장님을 찾아뵈었다.
“걷기 모임이요?”
“네, 배향미 씨가 걷는 걸 좋아하셔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있어요.”
“얼마 전에 ‘밤마실’이라는 행사를 본 적이 있어요. 인터넷으로 한 번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직원은 배향미 씨와 함께 카페에 들렀다. 커피와 차를 마시며 태블릿을 열고 나란히 앉아 화면을 바라보며 함께 찾아보기 시작했다.
“거창 걷기 모임…”
“응.”
검색창에 여러 모임이 뜨자, 직원의 눈이 ‘밤마실 드로잉 행사’라는 문구에서 멈췄다. 거창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주 3회 모여 밤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직원은 행사 내용을 소리 내어 읽어주며 물었다.
“배향미 씨, 어때요? 한번 가보실래요?”
“응!” 짧고 확실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직원은 행사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거창 밤마실 드로잉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19시에 시작해서 21시쯤 마쳐요. 이름, 성별, 연락처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직원이 내용을 전하자, 배향미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향미 씨,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내야 하는데요. 배향미 씨 휴대폰이 있으니까 직접 해볼까요?”
“응!”
“좋아요. 그럼 제가 옆에서 같이 도와드릴게요.”
며칠 뒤 단톡방이 만들어졌다는 알림이 왔다.
“안녕하세요. 첫 모임은 9월 23일(화) 저녁 7시, 거창 컨벤션 웨딩 앞에서 만나요.”
직원은 배향미 씨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배향미 씨, 첫 모임 날이 정해졌어요.”
“응.”
행사 당일, 배향미 씨는 마트에 들렀다.
“오늘도 캔커피 사시게요?”
“젤리.”
“젤리요?”
“응.”
배향미 씨는 인원수만큼 젤리를 골라 계산했다. 그리고 카페에 들러 짧은 편지를 작성했다. 배향미 씨가 직접 글씨를 적었고, 직원은 옆에서 문장을 짚어가며 도와주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배향미입니다.”
편지 끝에는 익숙한 ‘ㅂㅂ’ 사인을 남겼다.
저녁 7시, 거창 컨벤션 웨딩 앞.
“안녕하세요, 저는 밤마실 드로잉 대표 이건희입니다. 한 분씩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배향미 씨는 잠시 직원 쪽을 바라봤다.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왔다.
“안녕하세요. 배향미 씨는 걷는 걸 좋아해서 오늘 처음 참석하셨어요.”
회원들이 박수를 쳤다. 배향미 씨는 젤리를 하나씩 꺼내 건네며 말했다.
“먹어.” 그 한마디에 현장엔 웃음이 퍼졌다.
“그럼 오늘은 천천히 걸어볼까요?”
“응!”
대표의 말에 따라 회원들은 별빛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은 배향미 씨가 회원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살짝 뒤로 물러섰다. 멀리서 바라보니 배향미 씨가 다른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모두 근처 카페로 향했다. 테이블엔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이 놓였다. 직원은 멀리서 배향미 씨를 바라봤다. 그때 회원 몇 분이 직원에게 다가와 말했다.
“향미 씨랑 걷는 동안 좋아하는 동물 이야기했어요. 코알라 좋아하신다네요. 그리고 캔커피 좋아하시고, 덕분에 우리도 웃었어요.”
그 말을 들은 직원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배향미 씨가 좋아하는 동물이 코알라인 줄 몰랐던 직원은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카페에서는 서로의 이야기가 오갔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회원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직원이 물었다.
“배향미 씨, 오늘 밤 산책 어땠어요?”
“재미있어.”
“다음 행사 때도 참석하실 건가요?”
“응!”
짧은 대답 뒤로 배향미 씨의 미소가 번졌다. 그날의 밤공기처럼, 마음도 포근하게 번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배향미 씨의 일상에 잔잔한 불빛처럼 스며들었다.
2025년 9월 23일 금요일, 김혜림
주3회 모임이 있다고 하니 주1회라도 규칙적으로 참석하면 좋겠네요. 신아름
구판장 사장님의 질문에서 시작된 산책! 신입직원 김혜림 선생님이 같이 산책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을 텐데, 같이 산책할 사람을 알아보고 구해서 연락할 수도 있을 텐데... 사회사업 생각하며 향미 씨가 알아보게, 지역사회와 이루게 주선하고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뜻과 실천이 참 귀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