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8편 풀꽃>
①어느 봄날-41
보덕이 말을 잇고 있었다.
“그러하오나, 내 비록 사바에 탁발 수행을 하지만, 처자가 바로 그 불성(佛性)을 고이 지녔음을 가히 알겠군요.”
보덕이 덧붙이어 한마디를 하는데, 윤희가 언니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오더니, 옥희의 옆으로 다소곳이 앉아 여승과 천복에게 번갈라 눈을 보내고 있었다.
“스님, 불성이 멋인디유?”
옥희가 불성이 무슨 뜻이냐고, 보덕에게 묻자, 그녀는 비슷이 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은 법당에만 있지 아니하고, 중생이 진리를 깨닫는 본성을 지니게 되면, 그게 곧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아녀, 저도 부처가 댤 수 있당규?”
“그러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 아니겠어요. 처자께서는 타고난 심성과 성품이 부처님으로 태어났소이다.”
“오메나!”
옥희는 보덕의 말이 가슴을 울리었는지 아니면, 두려워서이었는지, 문득 두 손을 가슴으로 가지어가더니만, 자신의 젖가슴을 쓸고 있었다.
그런데 윤희는 까까머리 여자 중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형부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이야말로, 신기하게만 보이는 거였다. 또 형부는 어떻게 저러한 여자 중과 알고 지낼까. 아니 저 여자 중과 형부는 어떠한 사이인데, 언니가 겸상으로 밥상을 차리어서 다정하게도, 마주앉아 식사를 하게 하였을까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여자 중은 승복을 차리어 입은 게 아니라, 속살까지 비치는 얄따란 속옷차림이었는데, 아무리 보더라도, 형부와 여자 중은 가까운 사이일게 틀림없어 보이었다.
윤희는 의문이 들수록 생각의 방향이 흐릿하여지었고, 나름 가리사니를 잡기가 어리벙벙하여지는 거였다. 그것을 의식한다는 건 중이 자꾸만 여자로만 생각 키워진다는 편견 때문일 거라고, 스스로 일깨고 있었다. 다만 형부가 언니의 남편이라는 관계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지 윤희는 만일 김봉규가 저러한 여승과 겸상하여 식사를 한다면, 그때의 심정은 어떠할까도 내어다보았다. 그렇게 되는 날에는 남자에게 지향하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이슬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형부가 이중인격자로 보이는 거였다. 그런데 언니는 왜 두 남녀사이에서 마치 푼수더기마냥 저러고, 있는지 몰랐다. 그녀의 생각은 다시 김봉규에게로 옮아가고 있었다.
어제 바우네가 심한 산고로 신음할 때, 그녀는 형부의 말을 듣고, 부리나케 뛰어가 불러온 박씨의원이 방으로 들이닥치고, 그는 대뜸 바우네의 가랑이를 쩍 벌리더니, 맨손에 미끈미끈한 크림 같은 걸 바르고, 연신 음부를 자극하여 임부가 흥분한 나머지 마치, 그 크림과도 닮은 모래집물이 분비된 거였다.
그런데, 김봉규는 그러한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아니하고, 근접하여 뚫어지어라 지키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밤 김봉규와 동거 숙소인 명자네 사랑방으로 돌아오기는 하였으나, 낮에 일로 토라진 채 전등불을 밝히어놓고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떴다 감았다하면서 의기소침하여 우두커니 앉아있었던 거였다.
김봉규는 그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토라지었다는 걸 알아차리기는 하였으나, 그는 굳이 이유를 캐묻지 아니하고 말없이 먼저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던 거였다.
윤희는 남자가 먼저 이불속으로 들어가자, 분이 안 풀리는지 살그머니 밖으로 나와 버리었던 거였다. 그녀는 부아 김에 막상 밖으로 나오기는 하였으나, 밤에 갈 곳이 없었기에 마당가에서 잠시 서성거리고 있었다.
명자네 안방에는 촉수 높은 전등불빛이 마당에까지 환하게 흘러나왔는데, 화투꾼들이 간헐적으로 떠드는 소리가 바람소리처럼 들리어왔지만, 명자의 방은 불이 꺼지어있었다.
그녀는 명자가 지금 자더라도 잠깐 깨어서 이야기를 나누리라는 생각에서 뒷방으로 들어가려고, 토방으로 올라섰던 거였다. 토방에는 남자들 신발이 수두룩하게 흩어지어 있었고, 안방에서는 간헐적으로 남자들의 떠드는 소리가 연신 밖으로 터지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뒷방에 명자가 혼자 자든지 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툇마루로 올라서 대뜸 뒷방 문을 당기고, 어두운 방안으로 불쑥 들어갔던 거였다. 방안은 깜깜절벽인지라, 아무것도 눈에 걸리는 거라고는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어둠속에서 낮은 목소리로 명자를 불러보는 거였다.
“명자야!”
“음! 으-음... 니가 웬일여? 으-음..”
명자는 뜻밖에도, 신음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적이 쥐어짜는 가쁜 숨소리이었는데, 자다가 깨어나서 가라앉은 목소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슴지 아니하고 어둠속을 더듬적거리었는데, 거친 숨소리가 헐떡거리었고, 손에 집히느니 뱃살 같은데 연신 움직이고 철석거리는 알몸 같았던 거였다.
첫댓글 병신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애독하여주시는 독자 여러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재수대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백마강선생님!
매일 매일 소설 인연을 연재해주셔서 감사히 잘 읽고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
어둠속에서 명자가 더듬은게 무얼까요? ㅎ
명자는 이미 명훈의 아이를 임신했지요. 윤희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릅니다.
사실 그날도 윤희가 꼬집었다는 건 명훈의 뱃살을 쥐었던 건데 한참 명자와 어울러진
참이라 윤희가 끼어들자 여자의 목을 감은 건 바로 명훈이지요. 그러나 명자는 시치미를
뗍니다. 그 바람에 윤희는 김봉규에게 토라진 심정을 풀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