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탕을 빠져 나올 때 그들 모두가 나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후 나를 알아보는 조폭들이 많이 늘어났다. 나이트 클럽 동생 덕이지만 곳에서만은 내 우쭐함은 지금도 하늘을 찌른다. 일부러 동생 녀석 오는 시간 맞춰 나도 행차다. 요즘 젊은 놈들은 덩치는 커가지고 버릇이 꽤 없다. 말도 막하고 침도 아무데나 뱉고 땀 흘린 몸으로 씻지도 않은 채 냉탕으로 바로 들어가는 놈들도 많고 몰상식하다 싶은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다.
법만으로는 도저히 처리 안 될 일들이 많기도 한 셈이다. 그런 때 돈키호테처럼 당당히 나서는 이가 바로 나다. “ 사우나는 공동으로 쓰는 곳이니 침은 아무데나 뱉지 마시오. ” 하는 내 말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는 녀석들은 하나도 없다. 왜소한 체구를 몰라볼 위인들이 아니다. 그러면 더 한 번 강한 어조의 말을 할 수 밖에는 없다. 자칫하면 체면만 구긴 꼴이 될 터이니.
그쯤 동생이 나선다. “형님! 애송이들한테 뭐 신경을 쓰세요. ” 하며 “야들아 어른 말 들어라.” 한다. 그 말에는 바깥에서 쓰던 말“ 조용히 말할 때” 란 말이 생략된 것이다. 그쯤 그의 팔뚝에 그려진 독수리를 본 젊은 아이들은 바로 문을 열고 줄행랑이다. 그럴 때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다. 꿈에서나 나올 광경이 바로 눈앞에 벌어지니 속물인 나로서는 그쯤엔 文이 武보다 못하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사우나는 내가 접수했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고 만 것도 같다. 이러다가 큰 꼴 당하기 십상이지 싶다. 내가 주먹돌이라 한다면 막 나가는 허세 폼을 보아 명대로 살기는 애초에 틀렸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아무리 글을 정갈하게 써봐야 속물근성은 절대 근절이 안 된다는 뼈아픈 추론도 따라 붙는다. 결국 오늘도 나는 위태로운 기고만장을 등에 업고 으스대며 그들과 한 통속인 양 아지트로 향한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다. "까불고들 있어."
3. 유성에서 내가 누구 ....다음에 시간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