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가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라고 외치는 한국인들이 자주 보인다.
딴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수천년의 세월동안 중원의 모든 왕조와 한반도의 왕조들 그리고 일본등이 공통으로 사용해 왔으니까...물론 그 중에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자를 만들려는 시도를 한 민족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성공을 거둔 유일한 경우는 조선왕조의 한글창제밖엔 없다고 보인다. 일본의 가나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지만 가나만으로 문자생활을 하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때 결국 한자의 보조적 역할을 위해 탄생한 문자일 뿐 한글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자가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라 외치는 한국인들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정말 단순히 위와 같은 이유로 한자가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라고 주장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속내는 한자가 중국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된 문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차마 한국인의 조상이 만들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으니까 그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설인 것이다. 물론 한자를 한국인들의 조상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한국인들 역시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까지 굳이 언급할 가치는 느끼지 못하니까 일단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설을 외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한자의 정의부터 내려보자.
무엇을 한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갑골문이나 금문까지도 한자의 범주에 넣어야 할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갑골문이나 금문이 한자의 원형(물론 한자의 극히 일부분이겠지만)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상형적,회화적 요소가 강한, 문자와 그림의 경계에 있는 문자들까지 한자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고 본다.
진정한 한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시황제의 중원통일 이후에 이루어진 소전(小篆)부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한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백번 양보해도 그 이전의 대전(大篆)까지는 봐 줄 수 있겠지만 갑골문이나 금문을 한자라고 부르는 것은 오버다. 그건 한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갑골문이고 금문인 것이다.
이후 한을 거치면서 예서.해서.초서.행서와 같은 한자의 다양한 서체가 성립되고 한자에 대한 이론적 분석(예: 설문해자)등이 가해지며 진정한 의미의 한자라는 문자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즉 한자의 진정한 성립은 바로 한(漢)왕조때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자(漢字)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한자는 주변의 문자가 없던 민족들에게 퍼져나가 오랜 세월동안 동아시아 지역 공통의 문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공통의 문자란 말이 몇몇 한국인들이 말하는 한자는 중국을 기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럼 왜 몇 몇 한국인들은 한자는 중국을 기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의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설을 외치는 것일까? 설마 답(畓), 돌(乭) 같은 중국엔 없는 독자적인 한자가 우리한테 있으니까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설을 외치는 걸까? 우리도 이런 한자 만들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한자가 중국의 창조물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자는 중국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지금에 와서는 많이 의심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의심하는 학계의 논문 한 편 정도는 소개해 주고 그런 말 했으면 한다. 단 진태하씨 논문은 정중히 사양하는 바이다. ^^
또 어떤 자는 한자의 동아시아 공통 문자설을 옹호하기 위해 비교로 든 알파벳의 기원을 따지며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까지 연관시킬려고 하는데 그런 오버는 적당히 자제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한반도의 오랜 역사속에서 한글 이전까지는 우리말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문자가 없었다. 그래서 한자를 받아들여 한문 그대로 사용하거나 또는 이두나 향찰, 구결등 우리말의 표현에 적응시킨 한자의 새로운 용법등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
그게 부끄러운가? 그래서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설을 들고 나온 것인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열등감의 또다른 표현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이것도 중국기원, 저것도 중국기원하며 못난 짓 하는 꼴과 한치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첫댓글 소요자님 끼어들어 죄송하지만 '어떤 자'라는 표현은 좀 그러네요. 여기서 어떤 자가 누군지 다들 아는데 '놈 자'자를 쓰시면 좀 문제가 되겠군요. 한문을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그런말을 역사문에서 쓰시면 되겠습니까? ㅋ
소요자님,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임 = 중국의 창조물이 아님' 이라는 명제가 성립하는지 의문입니다. 중국문화의 일방적 수입이 되든 뭐가 되든, 오랜 기간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로 한자가 사용된 바가 있다면 한자는 중국의 범주를 넘어 동아시아의 문자로 되었다고 볼 만합니다. 마치 '우동' 이 일본을 넘어 세계화되면서, 우동의 일본기원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일본만의 음식이라고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미주가효님이 본문을 약간 건성으로 읽으신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님이 말한 의미의 동아시아 공통이란 말은 나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미 본문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지금 이 카페의 몇몇 분들이 말하는 동아시아 공통이란 말은 "중국 기원이라 볼 수 없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말한 겁니다. 의심나면 직접 그 분들께 쪽지로라도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글의 댓글을 보면 누군지 잘 아실테니까요. 그 분들이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란 말의 의미를 한자는 중국기원이라 볼 수 없다라는 의미로 사용했는지 아니면 님의 생각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소요자님이 제 답글을 약간 건성으로 읽으신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소요자님 이야기를 반박한다' 라고 말했던가요? 전 소요자님 글의 배경이 되는, '동아시아 공통문자로서의 한자 = 중국의 창조물이 아닌 한자' 라는 명제가 당연히 성립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 그리고 '그 분' 이라는 사람들의 글이라는 것이 아마 요 아래 11545번의 꼬리말에 나온 몇몇 글을 지칭하는 것이겠지요? 문화에 있어서 '공통' 이라는 말은 공동생산과 공동소비의 의미 중 어느 쪽도 지칭할 수 있겠습니다만, 한자의 경우에는 공동생산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지 저도 의문입니다. 사실 문자가 '공동생산+공동소비' 된 예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한자는 알파벳이 아니라 알파벳 중 라틴어의 알파벳에 비유할 만 합니다. 라틴어의 표기문자인 알파벳이 유럽 각지의 언어에 맞춰 변용되어 나가듯, 한자도 몇몇 민족에게 개별적 문자로 변용되는 재료로 사용되는데, 이는 라틴어 알파벳 - 독일어 알파벳의 변용과정이 한자-가나(혹은 구결 등)의 변용과정에 대응된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각자의 문자체계로 분화되어 나갈 뿐, 공동생산이라 할 정도로 오히려 통합되는 측면을 찾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자도 마찬가지지요. 한자와 한자 파생문자(가나, 구결 등)를 포함하는 총체적 문자개념으로 볼 때에는, 그 문자개념의 형성
(발생-변경-소멸)에 중국 외 민족/국가 등도 기여한 바가 있을지언정, "한자" 형성에 중국 이외에서 크게 기여했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추모왕님 지적처럼 동아시아 각지에서 한자가 발전했다면, 알파벳의 분화처럼 한자도 한자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자체계로 분화하는 현상도 나타나야 하나, 우리가 말하는 '한자' 는 가나 등 분화된 문자까지 포괄하진 않지요. 중국어와 한국식 한자발음의 차이는, 한국인에게 한자발음은 '외국어' 발음이었기에 오히려 음운의 변화가 적게 나타나 옛날의 원음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라 보는 게 적절할 겁니다. 한국 한자음이 중국어의 고대 발음을 반영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언급됩니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봐도 님의 처음 댓글의 첫째문장과 그 이후 문장의 내용이 좀 연결이 제대로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문에 제가 님 글의 요지를 오해했던것 같은데 제가 독해력이 모자라는 걸까요? ^^
음,, 소요자님. 밑에 분들과 용어상에서 뭔가 핀트가 어긋난거 같은데 그 언급을 해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군요. 밑에 분들이 전제하시는 동아시아 공통의 문자라는 의미는 중원과 사이 지역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식상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걸 말입니다. 대표적인게 동이 인식이었죠 아마? 그걸 인식하시는 분들이 그런 표현을 쓰셨다면 아마도 장성 이남 지역을 넘어선 지역에서 한자 형성에 영향을 준 사례가 없다는 걸 모르거나, 혹은 일종의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원'과 '중국'은 다른 개념이고 시기별 용례가 조금씩 변화한 것도 전제가 되어야겠죠. 상호간 오해 원인은 그 때문인것 같은데..
저번에도 비슷한 일 때문에 저와 소요자님이 서로에 대해 꽤나 오해했던 일이 생각나는데 말입니다. 설명하시는 김에 쬐끔 더 인심쓰셨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텐데요.
소요자님의 해석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한자의 성립 배경 자체도 님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물론 그 오리지날이 갑골이 되긴 했지만 이게 얼마나 많은 동아시아 나라들을 거쳐서 한자라는 것이 형성되었는데.. 진나라 때부터 이렇게 어느 한 나라 한 시대때 딱 줄긋고 기원을 잡아 만들어진 그런 문자가 아닙니다. 소요자님이야말로 그 일방적인 중화의 역사를 들이대는군요... 님이 그렇게 싫어하는 중국기원하며 못난짓 하는 그 꼴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용하는 걸로밖엔 안 보입니다.
미주가효님, 한단인님, 다물정신님의 견해에 개인적으로 한 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