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떡집에 들려 녹두가 들어간 송편과 떡국떡 한팩에 각 8불씩 주고 도토리묵을 쑤어 먹고 싶어 도토리가루도 사고 도토리 국수도 사고 8가지 곡류가 들어간 미숫가루 1.5파운드를 17불에 사 도합 45불의 추석장을 보고 집에 왔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여기에 이민 와서 산 세월이 얼마나 되었을까인데 생각해 보니 딱 35년이었다.
이는 한국의 근대사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던 1910-45년까지 약 35년간의 일제치하와 같은 년수인데 나로서는 참 기가 막히게 힘들었던 이민 역사의 시간들이었다. 이어서 53년의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한국의 모든 국민이 혼비백산하는데 국토가 반이 나뉘면서 겨우 전쟁이 끝났다.
그 와중에 46-64년의 끝자락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세대인 나도 산업의 역군으로 끼어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경제적 혜택을 이룩하는데 일생을 바치고 은퇴하여 노후생활을 즐기는 어르신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새옹지마인지 근래 부쩍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인해 사고나 중병에 걸리지 않으면 백세를 누리시는데 국가로부터 혜택도 많아서 대부분 행복한 노년생활을 보내시고 계시다. 이때는 빨리 돌아가시면 손해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분들이 제일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사신 것 같다.
88년 올림픽을 보고 그다음해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주한 나는 간간히 한국 소식을 들으면서 이지 일기장에 한국어로 일기를 쓰면서 향수를 달랬는데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89년 고국을 떠난 그 시점에 멈추어 있으니 나에게 잃어버린 35년의 시간은 한국을 떠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 것 같다. 마치 일제치하의 한국인처럼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멈추어있으니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모든 동포들도 똑같이 그들이 떠나오던 그때에 마음의 시간이 멈추어져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인성당에 나가고 있어 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미사 드리고 같이 점심 먹고 한국에서 오신 신부님 모시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위안을 찾는 것이다. 장례도 치러주고 모든 길흉화복을 같이하니 마음의 고향이 이곳 한인성당이다.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서 산다는 것은 정신으로는 받아들여도 마음으로는 충격으로 다가와 트라우마로 남는 것 같다. 그것이 이민 일세대가 겪는 고초인 것 같다. 더 나은 환경을 2세에게 주고 싶어서 고국을 떠나온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주기적으로 한국에 다녀오시는 분들은 재충전하고 오셔서 한결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쭉 사시는 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를 그냥 덮어두고 사신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라 하는데 이제 60이면 앞으로 40년을 더 가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40년을 살아야 한다면 건강하게 관리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행복하지 않을까 한다. 그 첫 과제는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둘째는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며 자식한테 의존하지 말고 자립하며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그리고 코앞에 다가온 추석을 기념하여 35년을 넘어가는 이민생활을 점검하고 끝자락 베이비부머 로서의 환갑에 즈음하여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한가로운 어느 토요일 아침에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첫댓글 추석연휴는 잘 보내고 계시겠지요?
하기사 그 곳은 추석이 없으니 어쩌면 일을 하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이민자로서의 소회를 풀어놓으신 글 잘 읽었고요~
어언 반평생을 살았어도 이방인으로서의 향수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저는 가끔 상상하기를~ 노년에 이태리 어느 언덕배기에 살고 있는 모습~
알프스 산자락 동네에서 소박한 이웃과 도란도란 사는 모습~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점점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장문의 글을 읽으면서, 한 두번쯤은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며,
앞으로의 남은 삶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유의미한 시간이 됐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큰 고비를 넘기며, 여기까지 오신 스타님께 이제는 천천히 나를 돌보면서 평화롭게 살기를 고대합니다.
우리 나이가 지금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아닐까요? (노년의 특권? 후훗) 마음 편한 게 첫째입디다.
닭발, 닭연골, 닭 사골 육수, 병아리콩, 마늘, 멸치, 미역등 해조류, 브로콜리, 두부, 연어나 고등어등이 퇴행성 관절염과 골다공증에 좋다고 합니다. 여기에 토마토, 피망, 샐러리등을 곁들이면 항산화 음식으로 손색이 없네요. 탄수화물, 설탕등 단당류를 피하고 동 식물성 나쁜 기름을 먹지말고 비싸지만 생들기름이 암이나 각종 성인병에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은 만병을 통치한다고 해요.
저는 간간히 요가를 하였고 골반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몸이 회복되는대로 동네 짐에가서 천천히 되는대로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고 수영도 일주일에 2번은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병원치료후 일이년사이에 재발과 전이가 많이 일어나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건강을 다져야겠어요.
박곰님께서는 저보단 훨씬 좋은 여건에서 행복한 노년을 설계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뭐 별거있나요? 내가 행복하고 남한테 폐를 끼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합니다. 특히 자녀들을 훌륭하게 독립시키신 후부터는 누가 뭐랄사람도 없습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다하면서 즐기고 사세요, 응원합니다!
낯선 먼 타국에서 열심히 잘 사셨습니다..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인생은 60부터랍니다..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시길 바래요..
칭찬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우리 윗세대분들의 노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제가 고생한것은 제가 모자라서인것이 80퍼센트인것 같아요. 이제라도 기도생활 열심히 하여 하느님의 뜻에 부합되게 여생을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상보내시고 올 가을 많은 수확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유 경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