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곳에 있을 줄로만 알았다.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 경주식 해장국집. 이제 6곳만 남았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이른 새벽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에게도, 늦은 밤 경주에 도착한 여행객에게도, 밤새워 술을 마시고 속풀이하러 들른 애주가에게도 맑고 시원한 해장국 한 그릇을 내어주던 거리. 경주시 황오동 팔우정 삼거리에 위치한 해장국거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1960년대 후반 팔우정해 장국을 시작으로 하나 둘 식당이 생겨나더니 1970~1980년대에는 해장국집이 30여 곳에 이를만큼 성업했던 경주의 명물 거리다. 팔우정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모여 시를 읊던 정자에서 따온 것으로 실제 팔우정은 사라졌지만 해장국거리 건너편에 팔우정비와 새로 지은 정자가 자리한다. 메뉴는 단출하게 해장국과 선짓국, 추어탕. 맛도 비슷비슷하다. 메밀묵과 콩나물이 기본 재료인데, 직접 국물에 넣어 끓이지 않고 해물육수로 토렴한 후 모자반과 잘게 다진 묵은 김치를 올려 내놓는다. 탱글탱글한 메밀묵, 아삭한 콩나물, 오독오독 씹히는 모자반, 시큼한 김치의 조화라니 우리가 흔히 먹는 해장국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어떤 이는 시원하다 하고, 어떤 이는 심심하다 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주식 해장국 맛인 게다. 한때 365일 연중무휴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던 이곳이 재개발 여파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현재 영업하고 있는 식당도 고작 6 곳. 밤새 북적이던 과거에 비해 참으로 초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해장국거리를 지켜온 할머니들은 떠나지 않는다. 언젠가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찾아오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해장국 한 그릇 대접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신다. 살다 보면 문득 그리워지는 추억의 맛이 있다. 팔우정 해장국거리, 이곳 할머니들의 해장국이 그러할 듯하다.
경주 팔우정 해장국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1960년대부터 운영하던 식당을 이귀록 할머니가 1974년에 이어받아 45년째 장사하고 있다. 규모는 작다. 좁은 온돌방에 2인용 테이블 5개가 놓였고, 해장국, 선짓국, 추어탕 총 세 가지 메뉴를 갖췄다. 해장국을 주문하면 투박한 그릇에 메밀묵과 이미 데쳐 놓은 콩나물을 넣고 뜨거운 해물육수로 토렴한 후 모자반과 묵은 김치를 올려 내놓는다. 푹 익어 코끝까지 찡긋하게 만드는 김치 덕에 국물 맛이 아주 시원하다. <알쓸신잡> 경주 편에 소개된 이후부터 주말에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게 좋다.
팔우정 해장국과 나란히 붙어 있는 해장국집. 올해 80세, 나이로 치면 이 골목 최고령인 권오숙 할머니가 48년째 운영 중으로 팔우정 해장국거리의 흥망성쇠를 몸소 체험했 다. 식당 규모와 구조, 메뉴는 팔우정 해장국과 비슷하다. 주문과 동시에 탱탱한 메밀묵과 이미 데쳐놓은 콩나물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해물육수로 토렴한 후 모자반과 묵은 김치를 올려 내놓는다. 다른 게 있다면 할머니 손맛 담은 양념간장을 따로 준비해 각자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초에 <배틀트립> 촬영 중 샤이니 키가 방문해 해장국과 선짓국을 깨끗이 비워낸 바 있다.
올해 40년째 팔우정 해장국거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경주 토박이인 정태선 할머니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남편의 고향인 포항을 가게 이름으로 내걸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4인용 테이블 4개와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작은 온돌방이 있다. 메뉴는 해장국과 선짓국, 소고기국밥 세 가지. 약간 부족하다 싶으면 ‘계란후라이’를 추가하면 된다. 대표 메뉴인 해장국은 메밀묵과 이미 데쳐놓은 콩나물을 다시마, 멸치, 황태, 새우 등으로 맛을 낸 해물육수로 토렴하고, 모자반과 묵은 김치를 올려 내놓는다. 여기에 마늘 한 스푼을 듬뿍 넣어 톡 쏘는 알싸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영화 <경주>에서 박해일이 옛 연인 윤진서와 해장국을 먹었던 바로 그 식당. 이기연 할머니가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곳으로 영화 속에서도 할머니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단골손님을 위해 새벽부터 가게로 나와 콩나물을 다듬고, 멸치와 황태, 새우, 다시마 등을 넣어 육수를 끓이는 게 일상. 해장국은 주변 식당과 마찬가지로 메밀묵과 이미 데쳐놓은 콩나물, 모자반, 묵은 김치를 적절하게 섞어 내놓는데,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위해 푹 익은 김치를 자잘하게 다져 사용한다. 4인용 테이블이 7개, 온돌방도 갖추고 있어 20~30명의 단체손님도 거뜬하다.
시간 : 7:00~19:00
가격 : 해장국•선짓국•추어탕 6000원
위치 : 경북 경주시 태종로 810-1
전화 : 054-745-6669
해장국 뚝딱, 봄날산책 폴짝
월성과 남산을 잇는 목조다리, 월정교
최근 복원돼 경주의 핫 플레이스로 뜨는 월정교. 통일 신라시대 경덕왕 19년에 건립해 고려 충렬왕 6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이 남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이자 최고의 목조 교량이다.교량 66.15m, 교량 양끝을 받치는 문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 최고 높이 15.67m의 중층 건물로 주심포 양식에 팔작지붕 형태를 띤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량을 건널 수 있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을 장식해 야경 명소로도 으뜸이다. 주변에 교촌마을과 경주향교, 계림, 월성지구 등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위치 : 경북 경주시 교동 274
해와 달과 별을 보던 첨성대
경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국보 제 31호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 16년에 축조되었고, 동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꼽힌다. 높이는 약 9m, 원통 부는 총 27단으로 이루어졌고, 꼭대기에 우물 정(井) 자 모양의 돌이 놓여 있다. 여전히 미스 터리한 첨성대의 비밀을 하나하나 따져보며한 바퀴 돌아볼 것!
위치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엄마의 포근한 품 같은 대릉원
신라시대 왕•왕비•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는 고분군. 41만㎡(약 12만 5000평)에 달하는 공간에 신라 제13대 미추왕을 모신 미추 왕릉과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천마총, 남북길이 120m, 동서 길이 80m, 높이 23m의 거대한 쌍무덤 황남대총 등이 자리한다. 특히 천마총은 발굴 당시 각종 유물이 쏟아져 나온 곳으로 현재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