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보물] 전농동성당의 ‘성모칠고’
신록의 계절인 5월은 성모성월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이면서 신앙인의 어머니로 언제나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십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신심을 본받기 위해 성모상을 모십니다. 조각가 장동호(프란치스코, 1961년~2007년)도 성모상을 비롯한 여러 성상을 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성모칠고를 주보로 한 전농동성당의 ‘성모칠고’(2002년)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는 조각에서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부분을 단아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얼굴을 성상에 담기 위해 경주 남산에 자주 올라 신라시대의 빼어난 불상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고 했습니다.
성모님이 겪은 일곱 가지 고통을 성모칠고라고 합니다. 15세기경부터 서유럽에 퍼진 성모 칠고 신심은 복음서에서 기초를 둔 것인데 이런 내용입니다.
1고. 시메온의 예언(루카 2,35), 2고. 성가족의 이집트 피신(마태 2,13-18), 3고. 예수 소년을 성전에서 잃음(루카 2,41-50), 4고. 예수님, 십자가를 지심(루카 23,26-32), 5고. 예수님, 십자가에서 죽으심(루카 23,44-46), 6고.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심(루카 23,53), 7고. 예수님, 무덤에 묻히심(루카 23,53)
교회 미술에서 대부분의 성모칠고는 마리아의 가슴에 일곱 개의 창이 박힌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동호는 이 주제를 커다란 직사각형 대리석(545x300cm)에 펼쳐 놓았습니다. 신자들은 1층 로비에 있는 이 작품을 보면서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을 자연스럽게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성모칠고의 순서는 왼쪽 위부터 시작하여 마리아(Maria)의 첫째 글자인 M자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성모님의 네 번째 고통인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만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립니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던 예수님과 마리아는 아무런 말 없이 고통 속에서 서로를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오히려 위로해 주십니다. 하늘을 쳐다보는 성모 마리아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성모칠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성모님은 한평생에 걸쳐서 예수님과 함께 많은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마리아는 언제나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사셨습니다. 참된 신앙생활이란 그저 즐겁고 기쁠 때만이 아니라 성모님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에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굳건히 간직하며 올바르게 사는 것임을 이 작품은 가르쳐 줍니다.
* 조각가 장동호의 작품은 우리 교구의 명동대성당, 방화3동성당, 방학동성당, 한남동성당, 포이동성당, 잠실7동성당, 공덕동성당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018년 5월 27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5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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