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책 공간' 건강한 문화를 경작하다
건물 속 은행나무, 옥상 위 정원…서점인 듯 카페인 듯 문화 품은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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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서원 내 서재 |
■ 커피 향과 디자인 책과 옥상 정원이 잘 어울리는 '이노북카페'
부산 중앙동 대로변, 연좌한 빌딩들 사이에 보석이 하나 박혀 있다.
겉으로는 회색빛을 띠고 있기에 정제 전의 원석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는 사람은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원석을 발견한 그 쾌감이 이런 것일까.
오래된 원도심의 평범한 거리에 디자인 내공이 옹골차게 묻어난다.
무념무색의 주변 빌딩들에 비했을 때 분명 격이 다르다.
파사드(건물의 전면부 벽면)부터 간결하다.
색을 입히지 않은 콘크리트 노출 마감은 순수하고 담백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래로부터 훑어보니 계단, 난간, 철재 걸쇠, 큰 목제문, 그리고 철골을 이용한 간판과
메탈패브릭의 더블스킨까지 정갈하다.
거기에 2개 층에 걸친 수직창은 회사 로고인 'INNO' 글자를 형상화해 흥밋거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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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북카페 |
1층은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가 직접 로스팅 하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카운터 테이블에 진열한 나라별 원두 유리병만 봐도
전문성이 느껴지는데, 실제 그 맛은 커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목 넘김의 부드러움과 혀에 남는 짙은 향으로 고품질 원두임을
직감할 수 있다.
매끈한 바닥의 에폭시 마감과 독특한 천장 조명, 각양각색 나무
질감을 살린 테이블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 환경에서 커피의 향은
더욱 짙게 번진다.
사실은 2층이 더 매력적이다.
디자인과 건축, 인테리어 관련 서적이 도합 5000권 이상 비치된
사설 도서관이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는 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
긴 테이블이 있어 간단한 소모임도 가능하다.
천장에 매달린 철제 책장하며, 창가의 바 테이블과 수제 의자들,
그리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유리 조명등마저도 눈길을 뺏는다.
최고 모델의 간지 코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공간의 밀도는 위층으로 갈수록 더했다.
모든 가구와 조명을 정제된 라인으로만 구성한 3층 인테리어 사무실은
전문 집단으로서의 이미지를 풍긴다.
4층 라운지는 충격이었다.
기승전결의 마지막 순간, 긴장감을 한순간 터뜨려 버리는 카타르시스의 공간이었다.
미팅, 휴식, 회의, 운동, 끽연 등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이 공간에는 예상치 못한 푸른 옥상 정원이 있다.
새들도 잠시 쉬었다 가는 도심 허파를 하나 보유하고 있었다.
◇ 이노북카페
·위치 : 부산 중구 중앙동 ·규모 : 지상 4층
·시설 : 북카페, 도서관, 사무실, 라운지 ·설계 : 이양걸
·문의 : 051-248-1400 ·길찾기 :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1번 출구
http://blog.naver.com/innobookcafe 사진=이노북카페 제공
■ 씨앗 되고, 만석꾼 되는 공간
문화는 급조할 수 없다.
씨가 땅에 묻히고 많은 날 동안 비와 빛을 맞아 싹이 나고 줄기에 힘이 붙은 다음에야
푸른 잎이 맺히는 것과 같이 생장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문화가 형성된다.
영어의 culture(문화)가 cultivation(경작)과 동일 어원임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디고서원은 책방의 기능을 넘어 독서 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잡지(인디고잉)를 발간하고, 국제적인 인문학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청년문화의
거대한 밭을 일구고 있는 만석꾼이다.
이노북카페는 몇 곱절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땅을 책과 옥상 정원에 내어줌으로써,
복잡하고 이기적인 우리 사회에 건강한 문화를 퍼뜨리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 있다.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이승헌 교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