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가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최초로 선보인 워터 페스티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013년 8월 초대 감독을 선임하고 본격적으로 창단을 시작한 kt 담당기자로 그 잉태와 탄생을 바로 곁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야구기자로 대단한 행운이었다. 2014년 퓨처스에서 첫 발걸음 그리고 2015년 1군 데뷔 또한 그 과정 하나하나가 큰 배움이었다. 2016년 kt의 두 번째 시즌, WIZ 구인란(球人欄)이란 제목으로 그 주인공들을 한 명 한명 만날 계획이다
[스포츠동아 이경호 기자] 삼성과 롯데는 5월 13일~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역사에 처음으로 홈팀과 원정팀이 ‘응답하라 1982’라는 이름의 축제를 콜라보레이션으로 개최했다. 1982년 원년 멤버로 유이하게 모그룹과 팀 명칭을 유지해온 두 팀은 전통을 함께 자랑하며 손을 잡았다. 3연전 내내 가장 화제가 된 순간은 삼성, 롯데 팬이 함께 원정 팀 롯데를 상징하는 응원 노래 ‘부산 갈매기’를 합창한 순간이었다. 수 만 명의 관중이 노래 하나로 화합하는 순간은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 달 뒤 6월28일~30일 사직구장에서 두 팀이 함께하는 두 번째 축제가 열렸다. 이름을 더욱더 노골적인 ‘우리가 남이가’로 정하고 양 팀 치어리더와 마스코트의 합동 공연 등 국내 프로야구경기에서 최초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준비하며 양 팀 마케팅 실무진은 큰 고민에 빠졌다. 삼성은 부산의 ‘부산 갈매기’처럼 상대 팀 팬들도 대부분 멜로디와 가사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상징적인 응원곡이 없다는 점이었다. 삼성의 합창 응원가는 ‘인연’으로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반응이 좋다.
하지만 응원 노래로 정한지 이제 2년여 밖에 되지 않아 열성 팬이 아닌 경우 아직 익숙하지 않고 다른 팀 팬들은 낯설다. 잠실구장을 자주 찾는 야구팬들은 대부분 팀들이 잠실 원정만큼은 공식 응원단을 대동하기 때문에 특색 있는 응원 구호와 노래가 익숙하지만 사직 부산 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사직에서 콜라보레이션에서 노래로 하나가 되는 뜨거운 순간은 없었다.
삼성은 이전에도 롯데의 ‘부산갈매기’, KIA의 ‘남행열차’같은 팀을 상징하는 노래를 찾기 위해 애썼다. 2011년 패티 김의 노래 ‘대구찬가’를 공식 응원가로 채택했다. ‘능금 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명곡이었지만 ‘남행열차’ 만큼 젊은 세대까지 대중적인 곡은 아니었다. 또한 SK의 ‘연안부두’나 ‘부산갈매기’, ‘남행열차’처럼 추상화 같은 느낌의 애향심이 아닌 가사 전체가 사실화처럼 대구에 대한 사랑을 그려 타 지역 삼성 팬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서서히 야구장에서 들리지 않게 됐다.
노래 뿐 아니라 롯데의 신문지 응원, 두산의 남녀 팬의 응원곡 나눠부르기 등 각 팀을 상징하는 문화를 확실히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다.
NC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통 큰 투자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캐릭터 뽀로로와 크롱을 팀 마스코트로 영입하는 대형 ‘FA계약’까지 맺었지만 팀의 상징 ‘단디’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따랐다. 오히려 NC 팬만이 가질 수 있는 공룡 모양 박수 풍선 ‘단디봉’, 공룡 망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팀을 상징하는 고유의 관중석 문화 만들기는 제10구단 kt에게 큰 고민이었다. kt하면 다른 팀들도 무엇인가가 탁 떠오르는 간판을 만들고자 구단 내부에서 고민과 고민이 거듭됐다. 그리고 지난해 kt 실무진 사이에서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획안은 일사천리로 추진됐고 8월 1~2일 ‘워터 페스티벌’이 열렸다.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득점 때마다 물 폭탄이 관중들에게 쏟아졌고 야구팬들은 서로 물총을 쏘고 물 풍선을 던졌다. 큰 화제가 됐고 미국 메이저리그 닷컴에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kt는 올해 워터 페스티벌을 확실한 팀 고유의 전통적인 축제로 안착시키기 위해 스케일을 더 키웠다. kt 홍보팀 이상국 과장은 “워터 페스티벌을 최초 기획 시도한 팀으로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실무자들이 시즌 전부터 많은 고심을 했고 더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23일 첫 선을 보여 총 6회 진행될 올해 워터 페스티벌은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화했다. 한 경기에 쏟아지는 물의 양만 8,500리터에 이른다. kt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물 사용량이 4배 이상이다. 특히 인체에 무해하고 쉽게 지워지는 컬러워터도 도입했다. 영화제작사가 사용하는 인공 강우기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다시 선보이는 위즈파크의 명물 워터 캐논
올해 행사 계획(7월 23일·24일·30일·31일, 8월 20·21일)은 매우 흥미롭다. 먼저 1루 쪽 응원단상에 대형 물대포, 워터 캐논이 설치된다. 득점 시 음악에 맞춰 4개의 대포가 동시에 발사된다. 지난해 관중들은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득점 때만이 아닌 수시로 워터 캐논 발사를 원했는데 올해는 이를 기획 단계부터 반영해 열광적인 응원 때마다 물을 쏟아 붇기로 했다. kt는 “경기당 최소 10회에서 20회 발사한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발사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경보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를 직접 관람한 여성 팬 최지희씨는 “올해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워터캐논이 동시 발사 될 때 응원 열기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응원단석에는 고압 살수차로 이어진 호스가 이어진다. 최대 4m높이까지 올라가는 리프트 맨 위에서 응원단장이 직접 물을 뿌린다. 지난해와 비교해 물을 관중석에 뿌리는 기구가 다양해졌다. 영화촬영용 인공 강우기는 1루 내야와 외야에 동시 설치된다. 내야 4층 펜스와 벽면을 활용해 광범위하게 물을 살포한다. kt는 이번 축제를 위해 야구장 벽면에 배관도 설치했다. 물줄기도 조절되고 파도타기 응원처럼 시간을 두고 순서대로 살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특히 올해 도입되는 이벤트 중 기대가 높은 것 중 하나는 컬러 워터 캐논이다. 무독성 컬러 페인트 가루를 녹인 물을 동시에 살포해 분위기를 띄운다. 마스코트들은 1대당 1분에 60리터 물을 살포할 수 있는 워터건을 들고 관중들에게 직접 분사해 흥을 돋운다, 또한 관중들은 현장에서 물총을 구매할 수 있어 함께 즐길 수 있다.
외야에는 미니 풀장과 썬 베드도 설치되며 물총 싸움도 진행된다. 기존에 워터 캐논은 내야에만 설치 됐지만 외야에도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kt의 워터 페스티벌은 지난해부터 큰 관심사였다. 타 팀 경영진 한 명은 “지난해 워터 캐논이 관중들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내는 장면을 보면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kt가 먼저 시작한 대형 축제라 섣부르게 따라하기도 그렇게 됐다. 여름에 야구장에서 여는 이벤트 중에서 최고인 것 같다. 다른 종목을 찾아봐도 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리는 물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세계 최초 아닐까 특허감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t의 연고지 수원은 과거 현대가 임시로 머물며 흥행에 큰 실패를 맛본 곳이었다. 일부에서는 ‘축구도시’, ‘삼성시티’라는 말도 나왔었다. 그러나 혁신적인 여름 밤 물 축제를 통해 새로운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는 워터 페스티벌을 통해 야구장 풍경을 완전히 뒤바꾸는 kt만의 전통을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레쉬 가드, 비키니 수영복 등을 권장해 파티를 즐기며 야구를 함께 관람하는 kt만의 관광 문화 조성이다.
kt 홍보팀 이상국 과장은 “컬러워터는 인체에 전혀 무해한 재로를 미국에서 직수입했다. 단순히 야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행사가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응원 문화와 지역의 축제로 자리매김 하도록 구단 전체가 정성껏 준비했다”고
지난해 kt는 워터페스티벌 경기마다 역전승을 거두며 야구장 전체가 물바다가 될 정도였다. 올해도 수원 kt 위즈파크 관중석 한 가득 물과 함께행복함이 출렁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