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에 나타난 우환의식(憂患意識)
인간이 삶을 영위해나가는 한 憂患은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나타난다. 생존의 불안이나 사회적 재난 등의 非常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非常이 아닌 平常의 상태에서도 우리는 憂患意識을 갖는다. 즉 지금 여기에서 나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해도, 즉 개인의 정서나 도덕적 상태가 건강하고 사회도 안정되어서 어떠한 생존의 위협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우환의식을 갖는다. 그것은 전지전능할 수 없는 인간의 생존은 늘 시간ㆍ공간의 연장을 전제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시ㆍ공간적 운동의 연속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하고, 시ㆍ공간적 운동은 지금ㆍ이곳으로부터의 延長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ㆍ이곳의 延長은 불안하기만한 미지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周易』은 도덕적 삶의 경계를 구축하는데 장애가 되거나 될 만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유 속에서 우환의식을 말한다. 즉 인간사의 吉ㆍ凶을 헤아려서그것에 대처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바로 憂患意識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憂患意識은 避凶取吉의 실천적 행위로 나타난다.『周易』「繫辭傳」의 “易을 지은 자는 우환이 있었다!”라는 구절은 인간의 이러한 의식구조를 잘 보여준다.
「繫辭傳」에 따르면 爻들 간의 내적 갈등은 바로 吉ㆍ凶이라는 상황으로 나타나는데(爻象動乎內, 吉凶見乎外),이는 인간사의 갈등 속에서 吉ㆍ凶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남을 표현한다. 갈등에서 吉ㆍ凶의 노정까지는 인간의 우환의식이 드러나는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생명활동은 지속된다.
『周易』은 우환의식 속에서 곤경이나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즉『周易』은 易理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생명활동 원리와 우주만물의 변화 이치를 포괄하면서 인간이 천지의 생성ㆍ변화를 닮아가려는 실천 속에서 스스로의 생명력을 확인하고 확장해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러한 확인ㆍ확장에는 인간이 자연과 괴리됨을 걱정하는 우환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