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선수 구성을 논하는 것은 다소 뜬금없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 하려면 중국전 후에 곧바로 하던가 아예 하지를 말지 왜 이제 와서 이 이야기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지금 이 시기가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때인 것 같아 참아왔던 주제로 칼럼을 쓰려 한다. <사진1 : 지난달 20일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맥’과 ‘팀컬러’ 사이 아마 중국과의 동아시아 대회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이 주제로 칼럼을 썼다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겠지만 이는 대부분이 허정무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일 것 같아 시간이 흐른 지금 논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허정무호의 ‘인맥 논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를 향한 원색적 비난도 아닌 건강한 토론이 진행되길 원한다. 지금부터 허정무호의 ‘인맥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국가대표는 그 나라 국적을 보유한 이들 중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국내·외를 막론한 소속팀에서 자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이 ‘유망주 양성소’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전혀 없다. 유망주는 그 연령대 대표팀에 소속되는 게 정상이다. 대표팀은 잘 큰 선수를 데려다 최고의 조합으로 끼워 맞춰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의 성향도 고려되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선수라도 팀 컬러에 맞지 않거나 감독과 축구 철학이 다르면 배제할 수 있다.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와 내 팀 컬러에 잘 맞는 선수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감독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려 한다. 허정무 감독은 나보다 수 없이 많은 경기를 봐 왔고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심리 상태까지 파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 3자 입장에서 본 대표팀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진다. ‘정해성 라인’, 납득할 수 있나 허정무 감독은 부임 후 지난 2008년 1월,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 출전할 50명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 이상호와 이동식, 구자철, 조진수의 발탁은 굉장히 의외였다. 공격수 조진수(당시 제주, 현재 울산)는 2007시즌 19경기에 나서 3골 3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였고 수비수 이상호(제주)는 23경기에 나섰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또한 당시 원소속팀이 제주였던 이동식(현재 수원)은 상무 유니폼을 입고 12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했지만 구자철(제주) 역시 당시에는 정규리그 10경기에 출장해 1골 2도움에 머문 어린 선수였다. 제주는 2007 시즌에 8승 6무 12패 27득점 35실점으로 14개 팀 가운데 11위로 시즌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대거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조용형도 마찬가지다. 부천SK에서 데뷔해 연고 이전 후 제주에서 뛰던 조용형은 2007년 성남으로 이적했지만 박진섭-김영철-조병국-장학영 등 ‘국가대표급’ 수비라인에 밀려 2군 경기에 나서는 등 전력외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소속팀에서조차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 더군다나 이전까지 대표팀 출장 경력이 단 한 차례도 없는 선수가 갑작스레 태극마크를 단 걸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허정무 감독을 보좌하는 정해성 수석코치와 김현태 GK 코치,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 등이 이전 시즌까지 제주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추측일까. <사진2 : 동아시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기술이사회에서 축구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왼쪽부터), 정해성, 김현태, 박태하 코치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연치고는 절묘한 발탁 지난 1월 대표팀 남아공 및 스페인 전지훈련 명단에도 의외의 인물은 숨어있다. 허정무 감독은 이규로(전남)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청소년 월드컵 멤버인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을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이규로는 지난 시즌 전남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등공신이었던 최효진(당시 포항, 현재 서울)보다는 강렬함이 덜했음에도 최효진을 밀치고 태극 마크를 달았다. 이승렬도 U-20 월드컵에서 주전 경쟁에 밀렸지만 허정무호에 합류한 뒤 전지훈련 후 동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곧바로 주전으로 나섰고 김보경은 염기훈 부상 이후 왼쪽 날개를 차지했다. 김보경이 염기훈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줬지만 이승렬과 이규로는 냉정히 말해 아직은 유망주일 뿐 대표팀에 합류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세 선수는 허정무 감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규로는 2007년 전남에 입단했을 때부터 허정무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김보경과 이승렬은 허정무 감독이 용인FC 총감독 시절 데리고 있던 제자다. 강민수(수원)도 전남 시절 허정무 감독의 제자다.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다. 이들이 합류할 정도로 대표팀 문이 개방돼 있다면 지난 시즌 신인왕 김영후(강원)를 비롯해 유병수(인천), 김동찬(경남) 등도 당연히 기회를 얻는 게 정상적이지 않았을까. 또한 수비진에서도 황재원은 분명히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만큼 좋은 능력을 보여줬지만 대표팀에 끝내 뽑히지 않았다. 대신 리그에서 활약이 미비했고 아직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수준이 아닌 김신욱(울산)과 하태균(수원)은 태극 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승선 기준이 모호하다. 실제로 이승렬 역시 최근 “개인적으로 대표팀 발탁이 행복하지만 소속팀에서 주전 확보도 못 한 상황에서 대표팀에 뽑혀 부담도 크다”면서 “소속팀에서 잘해야 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맥’인가 ‘팀컬러’인가 이걸 ‘인맥’으로 보거나 ‘팀컬러’라고 보는 건 개인의 판단 차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데 자신이 원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고 호흡이 잘 맞는 선수를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판단으로서는 ‘팀컬러’라고 하기에도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선발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박지성의 발굴 과정을 떠올리며 허정무 감독의 선수 선발을 지지하지만 당시 박지성 발굴 과정과 현재의 문제는 다르다. 적어도 박지성은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지는 않았다. 허정무호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을 하거나 아니면 위에 언급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 나를 비롯한 일부의 지적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고집스러운 스타일로 봤을 때 전자의 경우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허정무 감독은 오는 3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치러질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논란이 있는 수비진을 그대로 선발했고 애제자 유망주들 역시 명단에 포함했다. 그렇다면 후자로 성과를 내야 한다. ‘인맥 논란’이 있어도 실력만 있다면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지난 2007년 ‘2007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세미나’에서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과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발표한 허정무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학연과 지연을 완전히 배제하고 경기장에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겠다. 리그 경기력을 중심으로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다.” 과연 허정무 감독은 과거 자신의 말처럼 이해관계를 떠나 경기장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footballavenue@nate.com |
첫댓글 흠..인맥도 많이 작용하겠죠... 워낙.. 그런게 많이 작용하는 세상이니까.
어디서나 인맥이지만 스포츠계는 유독..;
인맥이지..
이래서 해외파 감독이 필요한법..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