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84제곱미터'의 지옥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입력 2024.07.06. 00:10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07/06/YNUY6LNEOVGZ7ACEF65FBJDB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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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병폐 층간 소음 심각
법·제도 실효성 아직도 미미
주민끼리 잔혹 범죄 잇따라
언제까지 쿵쿵 가슴 쳐야하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처절한 고통. 지금 넷플릭스는 영화 ‘84제곱미터’ 촬영에 한창이다. 적금·주식·대출에 모친 마늘밭까지 팔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30대 주인공. 국민 평형, 전용 84㎡짜리 보금자리는 금세 지옥으로 변모한다. 층간 소음 때문이다. 추적과 갈등, 이제 주민은 적(敵)이다. 이 짧은 줄거리에 공포·스릴러·액션·다큐가 망라돼있다. 층간 소음을 소재로 제작 중인 또 다른 K호러 영화 ‘노이즈’는 최근 프랑스·태국 등 69국과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던가.
층간 소음은 영화적 조건을 모두 갖춘 한국식 서스펜스의 총체다. 좁아터진 땅, 다세대의 삶. 믿기 힘든 스토리가 도처에 널렸다. 영화 ‘파묘’는 한 무덤에 관짝 두 개가 묻힌 첩장(疊葬)을 다룬 허무맹랑한 오컬트지만,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결국 층간 소음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 내린다. 토크쇼에서 농담조로 언급한 것이기는 하나, 좁은 집에서 수십 년 꼼짝없이 위아래 더부살이해야 한다면 시체라도 열받을 것이다. 원한을 품을 만하다.
실화는 그러나 훨씬 끔찍하다. 반전이 없기 때문이다. 다툼은 여지없이 새드 엔딩으로 끝난다. 층간 소음 시비 끝에 윗집 주민을 1시간 가까이 160회 이상 때려 숨지게 한 전직 씨름 선수, 아랫집 주민이 소음에 항의 방문하자 액막이용 흉기로 살해한 윗집 무속인…. 층간 소음 관련 5대 강력 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늘었다고 한다. 얇은 벽으로 서로의 가계를 지탱하는, 허접하고 값비싼 아파트에서 애꿎은 주민끼리 죽이고 죽는다. “이게 집이냐”는 절규가 메아리친다.
시달려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고요'라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은 매일밤 저지된다. 아무리 호소해도 바뀌는 게 없으니, 울분을 견디며 잠드는 수 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일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갈등 조정 신청 건수는 중앙 환경분쟁조정위(환경부)가 연평균 2건,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국토부)가 20건 수준이었다. 소음 측정 등을 담당하는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 민원만 매년 3만~4만 건인데, 분쟁조정위에서 다뤄지는 건 극소수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 지방 분쟁조정위의 경우 지금껏 단 한 건의 갈등도 처리한 적 없는 곳이 여럿이었다. 소음 신고가 세 차례 이상 반복되면 ‘퇴거’ 조치가 가능한 미국 뉴욕처럼 강제성이 있지도 않다. 경실련은 “실효성 강화 대책과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시급한 일이다.
같은 면적, 같은 구조, 같은 고통. ‘국민 평형’이라는 말에는 생활의 동질성이 내포돼있다. 그러나 층간 소음은 대개 수직의 문제이고, 계급의 문제를 드러낸다. 소설가 황정은의 단편 ‘누가’에서 소음에 질려버린 주인공은 넋두리한다. “이웃의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방법이 없다는 거. 계급이란 이런 거였고 나는 이런 계급이었어.” 이를테면 의원님들 위층에서 감히 마늘을 빻거나 발망치를 찍으며 돌아다닐 간 큰 주민은 없을 것이다. 층간 소음은 늘 소시민의 애환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명백한 참사지만, 늘 개별의 비극이기에 결코 특별법은 발의되지 않는다.
몇 가지 개선책이 나오기는 했다. 신축 시 바닥을 더 두껍게 시공하는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요건에 미달하면 준공 허가를 안 내주는 식이다. 이달 17일부터는 ‘바닥 충격음 성능 검사’ 결과를 건설사가 입주 예정자에게 의무 통지해야 한다. 이를 건너뛰거나 거짓을 고할 시에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고 한다. 500만원! 헐값에 책정되는 재앙의 몸값, 오늘도 영화를 뛰어넘는 잔혹 실화가 쓰여지고 있다. 국민들이 쿵쿵, 낡은 집에서 가슴을 치고 있다.
정상혁 기자
블랙사파이어
2024.07.06 02:56:08
꼰대소릴 들을지 모르지만 옛날엔 더 심했었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릴 모른채하고 살았다. 건축법으로 명기해서 좀더 촘촘한 시공을 해야하지만 돈앞에 장사없다고 원가절감으로 몰고가서 결국 당하는 건 입주자들이다. 그러니 국민성으로 몰고가기엔 뻔한 클리세이긴 하지만 문제해결을 제3자에게 맡기는 거다. 미국은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절대로 직접 찾아가서 불평하지 않는다. 만약 서로 흥분하게되면 어딘지 모르게 가지고있는 총기가 불을 뿜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경찰, 소방119같은 곳 아니면 빌딩관리에게 불평한다. 한국인은 종특은 모든걸 내가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시원함을 느낀다. 자동차 사고나서 상대방 차 번호판 정보만 가지고 서로 각자의 보험회사에게 전화하고 경찰기다리는 풍경이 낮설지 않아야한다. 그 뒤는 보험회사 변호사들끼리 싸운다. 그럴려고 비싼 보험료를 내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노옴이 이긴다고 얼굴에 핏대올려가며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상대방을 윽박하는 풍경이 우리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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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삶
2024.07.06 00:36:52
편하게 잠자고 쉬는 집에서 소음으로 온갖 분쟁과 불편함이 하시 대기하고 있다면, 민생 중 가장 시급한 민생이 아닌가? 아파트 가격이 내릴까 두려워 말못하는 우리의 삶은 병들어 가도 불편한 진실을 기사화한 기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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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07.06 05:02:48
층간 소음은 국가 제도 정비와 이웃 간의 친목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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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다
2024.07.06 07:22:43
아파트 소음은 사회 계급과 관계 없다.부실한 아파트가 문제이다.모르지 아래 층에 국회의원이 아니라 성질 더러운 조폭이 산다면 위층에서 조심할지 모른다.하지만 아파트에서 소음의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다.아파트 생활에선 에티켓과 참을성이 필요하다.부실한 아파트를 제거하기 위해선 공사 전의 선분양이 아니라 준공 후에 아파트를 파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그래서 주택 소비자들이 지어진 아파트의 품질을 보고 매수 여부를 결정토록 해야 한다.그러면 시행사,시공사들이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만드는데 보다 노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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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리
2024.07.06 08:19:07
층간소음은 살인을 부르는 무서운 분쟁중 하나이다.그러나 정부는 이웃간소통으로 해결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피해왔다.층간소음은 일차적으로 설계,시공 할때부터 이를 반영해야하고 이의 보완책으로 이웃소통을 활용해야하나 정부는 이웃소통을 제일앞장세워왔다.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설계,시공단계부터 층간소음을 줄일수 있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시행해야하고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거주민에 대하여는 강력한 법적규제를 가하여 야한다.집은 쉴수 있는 공간이지 괴로움을 참고 살아야 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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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07.06 08:02:39
과학이 발달해도 층간소음 해결안되나? 국민평형이라 그렇나? 타워팰리스는 층간소음에 안전지대인가? 돈많으면 해결되나? 안겪어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그래도 닭장 건물에 살아야하니 씁쓸하다.. 출산율? 애기낳아 그곳에 살아보라.. 매일 항의받는다.. 아파트천국인 대한민국... 참 해결해야될일도 많은데 국회에선 매일같이 김건희 나와라, 채상병 나와라 특검하자 외치는데 정신팔려 있으니... 날씨도 더운데 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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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ba
2024.07.06 05:44:10
아파트의 단점인데 값 떨어질까봐 혹은 알지만 귀찮아서 건설비 올라갈까봐.... 층간소음, 적은평형 우습게 보기 ,배송차 진입금지,시세 미달 부동산 소개소 공개 저격, 할인 입주 이사방해, 주변상인 부당 불매, 어디 한두가지 병폐안가? 함께하는 모듬살이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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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ption
2024.07.06 03:12:32
사실 사람끼리 해결할 수 있는일이죠...그게 아이러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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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소리
2024.07.06 08:47:05
판자촌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깊고 쓰라린 맛을 알 수가 없다. 내가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고 외로울때 생각나는 사람있고 나혼자 부를 노래가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것인지 깨닫기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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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great
2024.07.06 08:39:46
우리나라 처음으로 건축 된 유명한 고층 아파트에 살았을 때 두 살 박이 손녀에게 걸을 때는 까치발로 걷게 했다. 서로 이해하고 조심해서 살지 않으면 신문에 나는 기사가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곳에 안 사는 지금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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