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4.연중 제28주간 목요일 로마3,21-30ㄱ 루카11,47-54
하느님 자랑
-진인사대천명의 믿음-
“나 주님께 바라네. 내 영혼이 주님께 바라며,
그분 말씀에 희망을 두네.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네.”(시편130,5.7ㄴㄷ)
화답송 시편이 따뜻한 위로의 구원을 줍니다. 어제는 참 근래 보기 드문 쾌청한 가을날이었고 모처럼 방문한 70대 초중반 사촌형제들 여러분을 최선을 다해 환대한 날이었습니다. 하느님 친히 좋은 날씨로 환대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수도원 도착후 우선 ‘영혼의 샤워’ 시간이라며 성전에서 수도형제들의 낮기도 공동전례에 참관하므로 방문 일정을 시작하니 참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해준 환대의 준비였습니다. 떠날 때는 수도형제들이 정성껏 만든 순대와 정성껏 농사지은 배도 선물했습니다.
-“오늘 모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수철 신부님의 준비와 선물이 더욱 신나고 사랑이 넘쳐났습니다.”-
-“오늘 반가운 만남 날씨마저 쾌청한 가운데 처음부터 헤어질때까지 완벽함 그대로 였다고 생각됩니다. 수철 신부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게 했구요.”-
-“매년 만나다가 오래간만에 만나 정말 반가웠고 좋았습니다. 멀리서 왔다고 환대해 주셔서 감사했구요, 수철 형님의 배와 소시지 선물 감사하구요.”
이구동성, 사촌형제분들의 환대와 선물에 대한 감사의 카톡 메시지였습니다. 삶은 참 좋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눈만 열리면 하느님 선물로 가득한 세상이요 환대와 선물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의 선물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그러니 자랑할 분은 하느님뿐이십니다. “그러니 자랑할 것이 어디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런 자랑할 분은 하느님뿐이라는 자각에서 저절로 감사요 겸손입니다. 환대의 하느님, 환대의 불암산입니다. 얼마전 불암산 배경을 보며 써놓은 글입니다. 정말 배우고 싶은 하느님을 닮은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입니다.
-“단 하나의 소망
이것은 하늘님도 아신다
바로 산 배경이 되고 싶은 거다
조용히 물러나 높이 앉아
모두를 품에 안고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보는
산 배경이, 산 사랑이 되고 싶은 거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이나 나무들을 대하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지난 번 영명축일 때 보내준 어느 자매의 축하 격려 편지도 저를 고무시켰습니다. 정말 믿음의 거산(巨山;고 김영삼 대통령 아호)이, 믿음의 거목(巨木)이 되고 싶습니다.
“찬미 예수님!
신부님, 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 늘 주님의 사랑 안에 묵묵히 살고 계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뵈면 아주 큰 거목巨木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어제 마침 어느 정치원로도 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분에게 ‘진인사대국민盡人事待國民’의 자세로 살 것을 당부했고, 그 말마디가 참 신선했습니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처분을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하고 하느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자세, 그대로 믿음의 본모습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의 빛나는 모범이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오늘 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길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직결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오는 하느님의 의로움은 믿는 모든 이들 위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속량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의로운 분이며 또 예수님을 믿는 이를 의롭게 하십니다. 사실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와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정녕 하느님은 한 분 이십니다.”
진인사 대천명, 그대로 예수님께, 하느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이 우리를 의롭게 합니다. 본래의 순수와 영광을 회복하게 합니다. 치유의 구원도 이루어집니다. 그대로 오늘 제1독서는 오늘 복음의 답이 됩니다. 이런 믿음의 겸손과 진실을 잃어버려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악순환의 반복을 끊어버리는 것이 바로 이런 우리를 의롭게 하는 믿음입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되는 예수님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불행선언입니다. 역시 우리 믿음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본연의 믿음을 회복하라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희는 그 무덤을 만들고 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소행을 너희가 증언하고 또 동조하는 것이다.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하 책임을 이 세대가 저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악순환의 죽임의 반복을 끊어버리는 단 하나의 길은 진인사대천명의 믿음으로 의로워지는 길뿐입니다. 이어지는 율법교사들에 대한 불행선언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을 때 이렇게 왜곡되고 부패되어 악한 마음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는 일부 몰지각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참으로 믿음으로 의로워진 사람들만이 이웃을 선과 사랑과 진리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독한 앙심을 품고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리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통해 왜곡되고 부패된 믿음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우리를 의롭게 하는 올바른 믿음의 은총을 청하고 배워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과거의 악순환의 반복을 끊어 주시고 참 좋은 믿음의 선물로 우리를 날로 의롭게 해 주십니다. 나무와 같이 한결같은 정주의 믿음을, 진인사대천명의 믿음을 소원하며 바치는 고백기도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작은 나무가 이제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거목巨木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